기성용, "박태하 감독 연락에 포항행 결정...서울 참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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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프로축구 FC서울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의 ‘레전드’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하는 절절한 심경을 밝혔다.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FC서울 팬들께.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을 생각하며,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이별 메시지를 남겼다.  

앞서 서울 구단은 이날 “올 시즌 FC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자신의)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이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다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구단이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본지는 전날(24일) 오후 인터넷판을 통해 “기성용, 서울 떠나 포항행 급물살”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기성용은 “얼마 전 (김기동)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이제 은퇴해야하는 시점이구나’ 생각에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다”고 운을 뗐다.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FC서울 팬들을 향한 장문의 이별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기성용 SNS]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FC서울 팬들을 향한 장문의 이별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기성용 SNS]

김기동 서울 감독은 이달 중순쯤 기성용에게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력 구상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과 계약이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전력 외’로 취급되자, 실제로 기성용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은퇴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내인 배우 한혜진씨가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이 가장 기성용씨다운 모습”이라며 응원해줬다. 딸 시온양도 아빠가 축구선수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도 기성용의 마음을 흔들었다.


기성용은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며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러뜨리는 것이 선수로서 참 괴롭고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A매치 100경기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기성용과 그의 아내 한혜진(왼쪽)씨와 딸 시온양. [연합뉴스]

A매치 100경기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기성용과 그의 아내 한혜진(왼쪽)씨와 딸 시온양. [연합뉴스]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 탓에 8경기 출전에 그친 기성용은 “물론 노장으로서 내 욕심인걸까 깊이 고민도 했다. 그런데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 싶고, 할 수 있다’,이 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인 것 같다”며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다른 팀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포항이 기성용에 관심을 보였다. 기성용은 “(서울)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품어주신 박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김인성(36), 완델손(36) 등 베테랑을 존중하고 잘 활용하는 지도자다.

FC서울 기성용(오른쪽). [뉴스1]

FC서울 기성용(오른쪽). [뉴스1]

2006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기성용은 2009년 유럽에 진출해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에서 활약한 뒤 2020년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K리그 무대에선 서울의 ‘원클럽맨’으로 10년간 198경기(14골·19도움)에 출전했다. 국내 복귀 당시에도 울산HD, 전북 현대 이적설이 돌았지만, 기성용은 “친정팀에서 커리어를 마치고 싶어 돌아왔다”며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기성용은 서울 팬들을 향해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실거고,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저도 아직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며 “서울 팬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미안해했다.

프로축구 FC서울 레전드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레전드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어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다.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선수로서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본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기성용은 “FC서울은 제 고향이다. 제 자존심이기도 하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 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다”며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하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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