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경북 청도에서 열린 한 소싸움 대회에서, 조교사들이 살코줄을 당겨 싸움소들을 경기장에 억지로 입장시키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26일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발간한 '2025 국내 소싸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청도·의령·창녕·창원·대구 달성군에서 치러진 전통 소싸움 131경기 중 54경기는 소의 거부로 진행되지 못했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소들은 수만 년의 농경사회를 거쳐 야생성이 제거됐다"며 "싸움소로 길러진 소들이 40%나 끝끝내 경기를 거부하고 나머지도 억지로 붙이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대 행위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북 청도에서 열린 한 소싸움 대회에서 억지로 경기를 치른 싸움소가 혀를 내밀고 개구호흡을 하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은 "코는 소에게 가장 예민한 신체 부위라, 약한 압력에도 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충돌을 거부하는 소의 살코줄을 거칠게 당겨 강제로 끌고 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목격됐고,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해도 소독이나 응급 처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속놀이 이유로 소싸움 동물보호법 예외

소싸움에 앞서 24시간가량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결박 당한 채 대기하는 소. 사진 동물해방물결
"청소년기 소싸움 관람, 정서에 악영향"
소싸움에 대한 지역 여론도 좋지 않다. 동물해방물결이 소싸움 대회가 주로 열리는 영남 지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소싸움 대회의 사행 행위와 아동·청소년의 관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각각 70.2%, 62.1%로 나타났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청도 소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동물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소싸움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거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53.4%)도 절반을 넘었다. 동물해방물결은 "전통 소싸움이 과거 농경사회에서 마을 공동체 놀이의 성격이 짙었다면, 현대 소싸움은 사행성 오락이 됐는데도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며 "혈세를 낭비하며 동물에게 큰 고통을 야기하는 소싸움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