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드래곤 손자영PD와 일본배우 사토 다게루, 고시바 후우카가 하트 포즈를 하며 웃고 있다. 사진 뉴시스
CJ ENM이 2024년 국내에서 인기리 방영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일본판을 선보인다. 동명의 네이버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복수하는 내용이다.
26일 서울 구로구 라마다서울신도림호텔에서 열린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손자영 스튜디오드래곤 PD는 “보통의 리메이크 방식이 아니다. 웹소설 판권을 구입하고, 한국판 촬영 전부터 기획한 일본 오리지널 드라마다. K팝에선 이미 시도되는 제작 방식인데, 우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현지 제작에 나서면서 한국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사진 CJ ENM
손 PD는 CJ ENM 글로벌콘텐츠제작팀 이상화 PD와 함께 일본판의 책임 프로듀서로 함께하며 K드라마의 제작 역량을 발휘한다. 일본 대형 제작사 쇼치쿠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제작한 자유로픽쳐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일본 아카데미 각본상 우수상을 받은 오오시마 사토시가 극본을 썼다.
오오시마 사토시는 직접적인 복수를 하며 통쾌한 서사를 이어가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만의 정서를 잘 녹여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각색했다. 한국판과는 다르게 주인공 인생을 하나의 연극 무대로 보고, 그 연극의 주인공 자리를 되찾으려는 설정을 추가했다.
이날 공개된 티저에서는 여주인공이 죽는 방식부터 한국판과는 다른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판에서는 여주인공이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내연녀, 남편과 육탄전을 벌이다가 유리 테이블 위로 쓰러져 죽는다. 일본판에서는 남편과 다투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도 일본의 감성에 맞게 수정되는 요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라마다 신도림 호텔에서 열린 아마존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토 다게루와 고시바 후우카. 사진 뉴시스
손 PD는 “일본 제작진을 통해 현지 드라마의 불륜 장면을 보게 됐다. 남편, 내연녀, 부인이 한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더라. 그걸 안 감독님과 함께 보고는 깜짝 놀랐다. ‘왜 뺨을 안 때리고 차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정제된 감정표현이 일본 정서라고 느꼈다”고 부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냥 판권을 파는 옛날 방식이 아니라 공동 제작 형태로 함께 만드는 협업이 K콘텐트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이라고 짚었다.

사토 다케루는 "평소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다. 안길호 PD의 전작들도 보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배우 라인업엔 ‘라이징 스타’ 고시바 후우카가 이름을 올렸다. 대세 배우 사토 다케루와 러브라인을 그린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두 배우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사토 타게루는 “한국판을 재미있게 봤다. 일본판은 한국판 재미를 더 확장해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제작진과 협의해 만들었다. 목숨을 내놓는 사랑을 하는 인물이라 이 서사를 잘 끌고 가면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또 “가슴 설레면서 읽은 작품은 참 오랜만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시바 후우카는 "한국판이 잘 되어서 부담이 되지만, 일본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뉴시스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은 고시바 후우카는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기회로 작업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극중 캐릭터에 대해선 “첫 번째 인생에서는 주변에 휘둘리며 본인 인생임에도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인물이다. 회귀하며 얻은 두 번째 인생에서는 복수를 결의하는 강한 캐릭터다. 한국판이 워낙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라 단순한 리메이크로 여겨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일본 오리지널만의 스토리가 있으니 이미 한국판을 본 팬들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손 PD는 “한국 제작진이 기획하고 현지에서 직접 제작한다면 K드라마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장점이 잘 버무려져서 시너지를 낸 것이 우리 드라마만의 유니크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작품은 27일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전 세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