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자’ 10명 중 3명 “월 소득, 최저임금도 안 된다”

지난 16일 '점포 정리' 문구를 붙인 서울의 한 옷가게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점포 정리' 문구를 붙인 서울의 한 옷가게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지 않고 홀로 일한 지 3년 됐다. 손님이 줄자 직원 월급을 줄 여력이 없어서다. 이씨는 “탁구장은 아르바이트생 일이 힘들지 않은 편이지만 최저임금은 줘야 한다”며 “임대료·운영비까지 이것저것 따져보면 알바생이 나보다 더 가져갈 때도 있더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가게를 무인 탁구장으로 바꿀지 고민 중이다.

자영업자 10명 중 3명꼴로 월 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월 209만6270원, 주 40시간 근로 기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해 ‘2025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설문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매출에서 인건비·재료비·임대료 등 제외)이 최저임금 이하라고 밝힌 자영업자가 3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2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20.4%) ▶최저임금 이상~250만원 미만(18.8%) ▶35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11.6%) 순이었다. 월 400만원 이상 번다고 답한 경우는 7.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50%가 "최저임금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업종은 ▶숙박·음식점 64.2% ▶도소매 51.9% ▶교육서비스 50.0% ▶제조업 48.4% 순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에 대해선 “동결해야 한다(44.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내려야 한다”는 응답도 15.0%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판매가격 조정에 대해 31.2%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서도 이미 판매가격 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할 경우 22.8%, 3~6% 미만 인상할 경우 20.4%가 판매가격 인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폐업까지 고려하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응답자 28.8%는 “현재 최저임금으로도 한계상황”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할 경우 9.6%가, 3~6% 미만 인상할 경우 11.6%가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고용이 위축하고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사업주의 지급 능력, 고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