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버2’ 석유 공룡 탄생하나…쉘, BP 인수 저울질

유럽 에너지 업체 쉘 공장. EPA=연합뉴스

유럽 에너지 업체 쉘 공장. EPA=연합뉴스

조개 모양 로고로 유명한 유럽 에너지 회사 쉘(Shell)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성사시 미국 석유 메이저 엑손 모빌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공룡’이 탄생할 전망이다. 전쟁과 관세, 인공지능(AI) 등 상황 급변에 따라 에너지 업계를 둘러싼 시장 재편이 활발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쉘이 경쟁사 BP를 인수하기 위해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성사 시 1998년 엑손과 모빌이 합병한 이후 에너지 업계 최대 ‘빅 딜’이다. 쉘은 네덜란드 석유 회사(Royal Dutch Petroleum)와 영국 쉘이 1907년 합병해 만든 회사다. BP는 1909년 창업한 영국 최대 에너지사다.

논의 중인 인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 최종 인수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고 WSJ는 전했다. 쉘은 보도 직후 낸 성명에서 “BP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has not been actively considering)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쉘의 BP 인수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인 만큼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쉘의 주식 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278조7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회사인 엑손 모빌(633조 7000억원)과 셰브론(339조4000억원)에 이어 시총 세계 3위 규모다. 하지만 쉘이 BP(109조원)를 인수할 경우 엑손 모빌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변수는 인수 프리미엄까지 고려했을 때 시장에서 120조원으로 추정하는 거래비용이다. 독과점 우려에 따른 정부 규제도 걸림돌이다.

이번 인수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유럽 최대 에너지 회사지만 친환경 전환이 늦다고 평가받는 쉘이, 친환경 에너지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재무상 어려움을 겪는 BP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BP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석유·가스 투자를 기존보다 20% 늘리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70% 줄이겠다며 ‘리셋’을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재생에너지 강화 추세가 여전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변동,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등 추세에 대비해 시장 재편에 한창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업계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데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재편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