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 읽으며 쉬다가 저녁 장보기...'경험 소비' 확대 나선 대형마트

26일 오전 9시 20분 경기도 구리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영업 시작 40분 전부터 마트 입구에는 약 1000명이 길게 줄을 섰다. 4년 만에 롯데마트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인파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60대 김영순 씨는 “대형마트 가려면 남양주시까지 차를 몰고 나가야 했는데, 롯데마트가 생겼으니 장 보러 자주 올 것”이라고 말했다. 15개월 된 딸과 함께 찾은 우현정(34)씨는 “마트에 아이를 데리고 갈 데가 있을지 궁금해 구경하러 왔다”고 했다.

26일 재개장한 경기도 구리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노유림 기자

26일 재개장한 경기도 구리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노유림 기자

부실 점포 정리에 집중해 온 대형마트들이 다시 외형 확장에 나섰다. 30~40대 가족 인구가 많은 수도권 외곽에 식료품과 체험형 콘텐트를 강화한 점포들을 잇따라 개점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마트가 이날 오픈한 구리점은 4년 만의 재개장이다. 일반 점포에서 그랑그로서리 매장으로 변신했다. 그랑그로서리 매장은 전체 면적의 90%를 먹거리에 할애한 식료품 특화 매장으로 구리점은 지난 2023년 12월 문 연 그랑그로서리 1호점(은평점)에 이은 2호점이다. 

전체 매장 면적은 7273㎡(2200평) 규모로 은평점(6612㎡·약 2000평)보다 크다. 은평점에서 처음 선보인 ‘롱 델리 로드’도 구현했다. 45가지 세계 요리 등 조리된 즉석 식품(델리 상품)이 30m 길이에 걸쳐 진열돼있으며 상품 종류는 기존 점포보다 50% 늘었다. 


26일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롱 델리 로드'에서 한 고객이 조리된 델리 상품을 고르고 있다. 노유림 기자

박병우 롯데마트 델리개발팀 팀장은 “라구파스타, 에그누들 등 다른 대형마트에서 잘 팔지 않는 델리 상품을 다양하게 마련했다”며 “델리 상품은 직접 조리한 음식을 고객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춰 온라인 판매 상품들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매장 2층은 토이저러스와 문화센터 등으로 채워 ‘키즈앤 패밀리’ 공간으로 꾸몄다.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는 826㎡(250평) 규모로 들어섰다. 매장 입구에는 보드게임, 콘솔 게임기(닌텐도 스위치) 등 가족 고객이 체험할 수 있는 완구류가 진열됐다. 김경근 토이저러스 팀장은 “반경 30km 내에서 가장 큰 닌텐도 매장이자 신형 닌텐도 스위치2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스페이스원(현대백화점)이나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트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6일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토이저러스 매장 앞 한 어린이 고객이 이벤트 풍선을 가져가고 있다. 노유림 기자

26일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토이저러스 매장 앞 한 어린이 고객이 이벤트 풍선을 가져가고 있다. 노유림 기자

이날 이마트도 경기도 고양시에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을 열었다. 기존 이마트 킨텍스점 지상 1층과 2층을 새단장해 다시 문 연 것이다. 휴식과 문화 공간을 늘린 게 특징이다. 1층에는 스타필드 마켓의 시그니처 휴식 공간인 ‘북 그라운드’를 436㎡(132평) 규모로 새롭게 조성했고, 2층에는 자녀 동반 고객들을 위한 놀이공간 ‘키즈 그라운드’를 꾸렸다. 고양시 최초로 실내 트램플린 파크 ‘바운스 더 퍼스트’를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26일 재개장한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의 시그니처 특화존 '키즈 그라운드'에 고객들이 앉아 있다. 사진 이마트

26일 재개장한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의 시그니처 특화존 '키즈 그라운드'에 고객들이 앉아 있다. 사진 이마트

식품기업 하림과 협업해 가족 고객이 즐길 거리도 마련했다. 다음달 9일까지 2주간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 내 팝업공간에서 ‘나만의 컵라면 만들기’‘오징어 낚시 체험존’ 등 체험을 하면 증정품을 받을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팝업과 행사를 진행하며 어린이 친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어린이와 어른 고객 모두 체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점포 효율화에 집중해온 대형마트들은 체험 요소를 확대한 재단장 전략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30~40대 가족 고객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고객 체류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구리시 상권의 3~4인 가구 비율과 30~40대 인구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8.7% 포인트(p), 3.2%p 각각 높다. 경기 고양시도 3인 이상 가구 비중이 평균을 웃도는 지역이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의 시그니처 특화존인 '북 그라운드'의 모습 . 사진 이마트

26일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의 시그니처 특화존인 '북 그라운드'의 모습 . 사진 이마트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젊은 고객이 많은 상권에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상품 마련과 트렌디한 시도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