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는 김상환 전 대법관(왼쪽)이 지명됐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에는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발탁됐다. 사진 대통령실
국제법·우리법 출신…헌재, 진보 우위로 재편
이후 2021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지명하면서 코드 인사가 재차 논란이 되자, 스스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한 후 처장을 맡았다. 이후 2024년 1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처장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 12월 27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헌재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큰 영예”라며 “청문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신재민 기자
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헌재는 지난해 10월 후 8개월 만에 사실상 재판관 9인 체제를 완성한다. 현 7인 재판관은 지명 주체 등에 따라 진보 2(정계선·마은혁), 중도 3(정정미·김형두·김복형), 보수 2(정형식·조한창)로 분류돼왔다. 여기에 각각 진보·중도로 평가받는 김·오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재는 진보 3, 중도 4, 보수 2로 재편, 균형추가 진보 쪽으로 옮겨간다.
아울러 법조계에선 중도로 분류되는 4인 중 정정미 재판관과 오 후보자는 경우에 따라 진보 성향의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즉, 진보 성향 재판관이 5명이 되는 것으로, 위헌 정족수 6명이 필요할 경우 1명의 재판관만 더 설득하면 된다. 헌재는 그간 7인 체제에서의 결정을 보류해온 만큼, 9인 체제가 복원되면 멈춰있던 심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재민 기자
권순일 판례 쓴 김성환…“헌재, 전향 결정 가능성”
대표적인 판례가 서울고법에 재직 중이던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다. 김 후보자는 2012년 대선 기간 국정원이 실행한 댓글 활동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집행유예였던 1심 판결을 파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서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하여 공격한다면 이것은 손해가 될 뿐”이라는 논어의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석방했다. 또 같은 해 9월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받은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에 벌금 25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조 전 교육감 입장에서 동아줄이 됐다.
대법관 시절인 지난해 10월엔 1·2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학수 정읍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발언으로 2심 유죄를 받았을 때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며 파기한 이른바 ‘권순일 판례’를 인용하면서다.
그런데 이 판례는 지난 3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서울고법 판결에 다시 인용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이 시장 사건의 사건번호를 판결문에 6차례나 인용하며 무죄의 핵심 근거로 썼다. 대선 출마 기회가 박탈될 상황이었던 이 대통령을 살린 판례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