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 집값 격차 금융위기 때 뛰어넘어” [중앙재테크박람회]

중앙재테크박람회

중앙재테크박람회

서울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지방과 딴 세상이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27일 중앙일보 주최로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2025 중앙재테크박람회'에서도 서울 집값은 주요 화두였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과 지방 간 아파트 격차가 벌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뛰어넘는 초양극화 국면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서울 대비 지방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분기 기준 23.9%다. 서울 아파트 한채를 살 돈으로 지방 아파트 네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2015년엔 40% 초반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히 6월 들어 서울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하반기엔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급 불일치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며 수도권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경기 둔화와 금융 리스크가 하방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역시 “시중 유동성이 증가했지만 수익형 부동산과 토지시장은 장기 침체고 선호도 높은 아파트 단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신축, 한강 뷰, 학군, 교통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고 지방 주요 도시 침체는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중앙재테크박람회에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윤 기자

27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중앙재테크박람회에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윤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이미 초과열 상태에 진입해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새 정부 주택 정책과 부동산 시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서울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주택 시가총액 비중은 2016년 3.2배에서 2021년 4.8배로 급등했다”며 “현재도 4.2배 수준으로 초과열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 대표는 "2014~21년에 걸친 구조적인 부동산 강세장은 끝났다"며 "최근 5~6월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이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오늘(27일)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로 거짓말처럼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박람회에선 규제가 완화된 재개발·재건축 정책 설명과 전문가 좌담회도 있었다. 오원택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서기관은 “정비사업은 도심 주택 공급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직후 열린 좌담회에 패널로 참여한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정비사업이 더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공사비 분쟁"이라며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도 중요하지만 착공 이후 공사비 무한 상승을 억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앙재테크박람회 강연자들은 한결같이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집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가 아니라 '자는 지금도 오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경기는 나쁜데 서울 집값만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속적인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유동성 축소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비아파트와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