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정확대에 "푸아그라 터진다" 경고…韓도 예외 아니다?

아무리 탐욕스러운 거위라도 과식하면 간이 터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을 “호황기에 펼치는 과도한 재정확대”라며 ‘푸아그라 재정’에 빗대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일본·영국·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짚었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의 재상인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조세정책의 핵심을 “거위가 비명을 적게 지르게 하면서 깃털을 최대한 뽑는 것”이라고 묘사하며 신중한 정책으로 최대한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재정확대 정책은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거위에게 과도한 먹이를 주는 것처럼 비정상적이란 비판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법안은 2017년 도입된 감세 조치를 영구 연장하고, 국방 및 국경 예산을 확대하는 대신 민주당 정부에서 확대했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조)와 '푸드 스탬프'(식료품 보조) 등 복지 지출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법안은 서비스업 종사자 및 노년층의 혜택, 그리고 빈곤 아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9일부터 공화당이 다수인 미 상원이 법안 본회의를 시작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4일까지 통과시키라”며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간 3조3000억 달러(약 4501조원)의 재정적자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공제 확대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공제 확대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런 재정 확장 흐름은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일본은 다음 달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금 지원과 소비세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1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해 민생지원금을 뿌릴 계획이다. 영국은 에너지 지원금 지급을 재개했고, 독일은 국방·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8000억 유로(약 1279조원)를 추가 차입할 예정이다. 예산 집행에 깐깐한 스위스조차 연금 지급 등으로 소규모 적자 재정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 구제와 고물가 대응 이후, 긴축 대신 ‘선심성 지출’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 수단이 됐다”며 “성장률 둔화, 금리 상승,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각국 재정에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 갈등 “복지 삭감 반대” vs “오히려 부족”

한편 이번 트럼프 법안을 두고 초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전면 반대하는 민주당과 함께 공화당 내에서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 비용 절감을 위해 기타 정책의 예산을 무차별 삭감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상원에서의 절차 표결(토론 등 다음 절차 상정 여부 결정 단계) 과정에서 공화당 내 중도파는 주(州)정부의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복지 삭감에 반대했고, 트럼프 법안을 지지하는 재정 보수파는 “삭감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삭감보다 재선을 생각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반대 의원들을 직접 압박하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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