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여파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총생산 규모가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 5월 대미 수출 물량은 총 7만7천892대로 작년 동월(9만9천172대)보다 2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3·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BSI는 96.3으로 작년 4분기 103.4를 기록한 이후 세 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EBSI는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의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 100보다 크게 나오고 악화를 예상하면 100보다 작은 값이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15대 수출 주요 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에서 전 분기보다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가전(52.7)은 1분기(52.7), 2분기(54.0)에 이어 3분기까지 연속 50대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이 지난 23일 품목별 관세 대상인 철강 파생 상품에 ‘가전’을 추가하면서 가전제품에 포함된 철강에 대해 함량관세율 50%를 적용한 것이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와 유럽(EU)의 경기 둔화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기존 관세 대상이었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56.0) 역시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며 2분기(59.4)와 마찬가지로 부진이 예상됐다.
반면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지속과 D램 가격 상승이 전망된 반도체(147.1),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선박(135.5) 등은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수출 애로 요인으로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0%)’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 확대(14.7%)’, ‘원재료 가격 상승(14.2%)’ ‘수출 대상국의 수입규제(12.7%)’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성장 전망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후 급락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성장률을 1월 3.3%에서 4월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3.3%에서 이달 2.9%로 하향 조정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요국 경기 둔화가 겹치며 우리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며 “가전·자동차처럼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품목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선제 대응과 시장 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