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국산 소방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801대의 한국산 소방차량을 사들였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당 가격은 3억원 선을 넘나든다. 베트남은 한국산 소방차량 285대를, 우즈베키스탄은 258대를 각각 사들였다. 이들 나라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소방차를 무상으로 받아 K-소방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보낸 낡은 소방차들이 국산 소방장비의 수출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재난대응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한 일이 의외의 성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소방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얘기다.

지난 2020년 캄보디아 현지에서 열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불용소방차량 전달식의 모습. 사진 소방청
현재까지 1129대의 소방차량 개도국에 지원

김영옥 기자
소방청은 개도국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체계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다. 훈련은 모두 국산 소방장비를 토대로 한다. 최근에는 ‘건설형 프로젝트’ ODA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 소방 관계자들이 현지 상황에 맞춰 아예 소방서와 종합상황실, 정비센터 등 한국식 소방행정타운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 현지에 4곳의 소방서를 신축한 일이 대표적이다. 키르기스스탄 정부 역시 신축 소방서에서 쓸 소방차와 구조차, 그리고 각종 소방장비 등을 한국에서 사 갔다.
한국산 소방용 보안경은 몽골 광산에서 쓰여

소방장비 ODA를 통한 소방산업 활성화 개념도. 사진 소방청
우리 소방청도 ODA를 활용한 K-소방산업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소방 수출시장 점유율은 1.8%(지난해 4월 기준)로 13위권에 머문다. 소방청 윤상기 장비기술국장은 “소방차를 개도국에 무상양여하면 자연스레 국산 장비의 기술력을 확인하게 된다"며 "ODA를 통해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충분히 알려 K-소방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