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2011년 말첫 방송을 시작한 tvN 'SNL(Saturday Night Live)코리아'는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를 표방하며 시작부터 강도 높은 시사 코미디와 풍자, 다소 수위 있는 성적 코드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시즌2부터는 아예 TV 화면에 '19'세 마크를 달아놓고서는 매주상상 초월의 '정치 모두까기', '섹드립'을 선사하며 고품격 성인코미디의 서막을 올렸다.
이 가운데 시사풍자와 19금 코미디를 모두 아우르는 '메시' 급 활약을 하는 배우가 있으니, 바로 배우 겸 연출가 김민교다. 시즌2부터 크루로 참여한 그는 '쨕'에서 동성 성추행범 남자 1호로 등장해 느끼한 미소와 야릇한 눈빛, 행동으로 소시지를 좋아하는 찰진 게이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더니, '여의도 텔레토비'에서는 '특공'을 외치며 경박스러운 웃음소리로 반장 자리를 노리는 '문제니' 역을 소화해내며 정계를 뒤흔들었다. (물론 여기서도 동성애 코드는 빠지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김정은, 문희준, 여장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심지어 콧수염까지 길렀음에도'청순게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마성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믿고 본다는 대중들의 신뢰도 필연적으로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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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김민교
데 뷔 : 1998년 영화 '성철'
- 영 화
1998년 : 성철
2001년 : 킬러들의 수다
2002년 : 동승, 라이터를 켜라
2003년 : 별, 플라스틱 피플: 오후 3시
2004년 : 안녕! 유에프오
2005년 : 연애
2007년 : 대한이 민국씨, 우리 동네
2008년 : 영화는 영화다, 그녀는 예뻤다
2009년 : 시크릿, 헬로우 마이 러브
2010년 : 방자전
2012년 : 점쟁이들
- TV
2012년 : SNL 코리아(tvN) 시즌2~시즌4
2012년 : 드라마 스페셜 - 또 한번의 웨딩(K)
그 외 수십 편의 연극 출연 및 연출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반갑습니다.
- 디시인사이드는 아세요?
네. (김)슬기도 인터뷰 했었지요?
- 네, 제가 했습니다. (웃음) 슬기 씨가 디시와 인터뷰했다고 이야기하셨나요?
아뇨.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는데, 나왔던 기사를 봤어요.
- SNL 코리아(이하 SNL)가 저희 쪽에서 반응이 좋아요. 특히 김민교 씨는 청순게이라고…. (디시 이용자 'ㅋㅋ', 'ㅇㅇ', '김창식씨?', '똥이당')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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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어 보니까 김민교 청순게이가 꼭 나오더라고요.
네. 수염 난 청순게이. 하하하. 그런 거 보면 재밌어요. 그 역할을 할 줄 모르고 한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 역할들을 하는 줄 알고 했기 때문에 준비했어요. 어떤 역할이든지 제가 잘해냈다고 생각하시니까 그런 표현도 하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하시고 그러시는 거겠지요.
- SNL 하기 전부터 '게이 역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들으신 건가요? (디시 이용자 '청순게이짱팬')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양동근 씨 편에서 부끄러워하는 장면을 찍었던 게 있어요. '직장내 성희롱 예방 비디오'이었는데 못생긴 남자는 뭘 해도 여자들이 신고하는 내용이었어요. 거기서 제가 '난 잘못한 게없는데'라는 표정으로 끌려갔는데 그 표정이 약간 재밌었는지 '게이 한 번 해보시겠어요?' 하시더라고요. 그게 '쨕'에서 빵 터지는 바람에 그다음부터는 여성적인 것들을 자꾸 시키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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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한 배역으로 고정되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디시 이용자 '꿀내진동')
저같은 경우는욕심이 있어요. 제가 보여줄 것들이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워낙 공연도 오래 했고, 멀티남 같은 역할들도 많이 했고,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해서 그쪽 팀에게 '게이 하는 거 싫지 않다. 그런데 너무 게이에 국한되거나 그 느낌을 너무 많이 사용해 소진되는 느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력이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어요. 상남자 같은 모습으로 하다가 어느 날은 게이로 나와도 재미라는 면에서 나쁘지 않을 거라고요. 그래서 시즌 3때는 간혹 상남자 같은 쪽으로 많이 하고 가끔 한 번씩 게이코드를 쓰고 했어요.
그런데 SNL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가 게이로 나오는 걸 무척좋아하세요. 하하하. 게이 코드는 실패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게이코드로 나오면 막 웃어주시고. 그래서 안 풀린다 싶으면 저를 한번씩 넣기도 하더라고요. 하하하.
- 액션이 있던 문제니를 동시에 하는 바람에 게이스러운데 게이가 아닌 느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네. 그렇죠. (웃음)
- 게이 캐릭터 할 때 수위를 조절하기도 하나요?
네. 제가 게이 연기를 할 때 사람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게이 연기를 따라갈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게이의 최고봉이다' 그런 이야기들 정말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제가 연기하는 스타일은 개그 하는 친구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개그를 주로 하는 친구들은 외형이나 목소리 등 겉으로 나오는 부분을 캐치해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내면적인 것으로가거든요. 저 남자를 너무 갖고 싶은 부끄러운 내면을 표현하니까 조금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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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분 반응은 어때요? (디시 이용자 'ㅇㅇ')
하하하. 재밌어해요.
- 다행이네요. (웃음)
재밌어하고 좋아해요. 제가 성적 취향이 그쪽이 아닌 걸 아는 사람이라서 더 좋아해요.
- 어떻게보면 김민교 씨 연기를'변태연기'라는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데, 그러면 신동엽 씨와 코드가 겹쳐요. 거기서 오는 미묘한 갈등 같은 건없나요?
신동엽 선배님은 게이코드쪽은 아니죠. 그건 제가 맡고요, 신동엽 선배님은 여자를 너~무 좋아하고, 저는 남자를 너~무 좋아하는 거라서 많이 겹치지는 않아요. 그리고 신동엽 선배님은 코드가 겹치든 안 겹치든 저와 비교할 수 없죠. 저희 팀에서 장진 감독님이 빠진 자리까지 다 맡아서 뛰어다니시는 존재니까요. 저한테는 존경하는 선배님입니다.
- 존경이라는 단어까지 쓰실 정도세요?
어우~ 그럼요.
- 장진 감독님이 빠지면서 프로그램이 흔들린다는 지적이에요.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저는 2부터 시작하기는 했지만, 오래 했던 멤버들은 누구 하나 빠져도 - 스태프도 마찬가지고 -잠깐의 흔들림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감독님의 빈자리는 크죠. 그 부분에서 아마도 사람들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는 게 생각하는 부분은 '정치적 날카로운 비판이 많이 사그라지지 않았느냐'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우려하거나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도 만들면서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고충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드시는 분들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잖아요? 쉽지 않은 부분이죠.
- 장진 감독님이라는 방파제가 없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꼬집는 것보다는 일단은 더 지켜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대선이 겹쳤던 시즌 3 때의 시대적 움직임과 지금을 놓고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감안해 주셨으면 해요.
- 그래도 사람들은 'SNL은 다 해도 돼' 그런 생각을 하고계세요.
네. 맞아요. 그게 고마워요. 저희도 한다고 하는 건데 조금 더 하고 싶죠. (웃음)
- 사실 우리나라에서 노골적으로 게이 코드를 개그로 사용한 적은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김민교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못 보여 드린 코드들이 많죠.
- 혹시 청순게이 패러디 작품들 보셨어요? 아이스크림에 김민교 씨 얼굴 넣어서 패러디 많이 했던데.
어 그래요? 저를 패러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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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못 보셨어요?
네. 하하하.
- 아, 보여 드리고 싶다. (웃음) 김민교 씨는 문재인, 문희준, 게이 전문배우래요. 이 이미지를 깨고 싶지는 않나요?
이미지를 깬다기보다는 거기에 하나씩 더 추가시킬 생각이에요.
- 그럼 목표로 하는 게 있다면요?
지금은 댄스 담당이라고 많이 해요. 오프닝 같은 거 할 때 제가 춤을많이 추거든요. '싱글 레이디'도 그랬고, 최여진 씨와 오프닝 할 때 삼바도 추고 그랬어요. 조금씩 재능을 보일 기회가 있겠죠. 저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요즘 저한테 '주춤하는 것 같다', '시즌3때 만큼 민교 씨가 주도하는 것 같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가끔 있더라고요. 저는 진짜 바쁘게 이 코너, 저 코너다 뛰는데 제가 메인 역할을 덜 해서 그런가봐요.
저는 제가나서서 주인공을 꼭 해야 한다 이런 거는 SNL 안에서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요. 제가 밑거름이나 양념이 될 수 있으면 언제든 나가서 보충해 줄 수 있어요. 일단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친구들의 재능을 발굴해 줄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들이 하고서도모자르는 공간이 있을 때 제가 거기를 메꾸면 된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길게 보고 싶어요. SNL은 저를 어떻게 보면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잖아요. 그러니 저도 보답해야죠. 길게, 천천히.
- 시즌4 새 크루 중 진짜 센스 있다 생각하시는 분이계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박)재범이요. 친하게 지내고 있고, 재범 군의 연기가 굉장히 유연하고 이러지 않을지는 몰라도 은근히 가지고 있는, SNL과 맞는 코드가 있어요. 피라고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힙합 느낌을 내려고 해도 정말 힙합 문화에서 자란 친구의 힙합을 흉내내지 못하는 것처럼 재범 군은 어릴 때부터 SNL을 보며 자라 그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재밌어요.
- 그래서 사실 박재범 씨 팬들이 고마워하시는 분이라고.
하하하. 저를요?
- 합이 잘 맞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코드가 잘 맞아요. 재범이는 밉지 않은 매력 덩어리 돌아이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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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하하하하.
정말요. 굉장히 매력있어요. 똘끼가 충만해요.
- 이번에 글로벌 텔레토비에서 '정으니' 역할을 맡으셨잖아요? 앞머리를 그려넣으셨더라고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제가 시즌2에서 김정은을 몇 번 했었어요. 요즘은 헤어스타일이 바뀌긴 했는데 그때 김정은 헤어스타일이 장국영 머리스타일이었어요.
- 아, 시옷이요? (웃음)
네. 그런데 요즘은 올백처럼 머리를 올렸더라고요. 특징이 없나 해서 그려봤는데 나름 재밌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계속하게 됐지요.
- 문제니나 윗동산 정으니나 현 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에요. 연기하기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부담스럽죠. 약간은. 그런데 사실 정으니 캐릭터는 제가 '어떻게 표현해내야 할까?' 걱정하는 건 덜 해요. 김정은 팬클럽이 있지는 않잖아요? 하하하. 제가 막 해도 되잖아요. (웃음) 솔직히 별 부담 없어요. 오히려 말이 어렵죠. 제가 북한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하고 신경 쓴다고 해도 가끔가다 표준어가 튀어나오려고 하죠.말이 오히려 신경 쓰이지 인물을 표현해내는 데는 큰 부담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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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문제니가 부담스러웠겠네요.
문제니 할 때가 부담스러웠지요. 우리 크루들은 정치적 색깔을 비추면 이야기가 웃겨지니까 다들 우리는 그런 거 없이 또는 또 대로 까고 문제니는 문제니 대로 깠어요. 아무래도 제가 하는 역할이 (패러디 대상을) 대변은 해주지만, 비하가 되는 경우들이 꽤 있으니까 사실은 되게 부담 많았죠.
- 여떤 편이 가장 부담이 컸나요?
음… 후반으로 갈수록 그랬어요. 관심들이 커지고, 행동 하나하나에 '어떻게 그렇게 표현했느냐' 아니면 '그거 너무 누구 빠 쪽 아니냐…'. 제가 여의도 텔레토비의 문제니라는 캐릭터를 대변해주려면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해줘야 해요. 얘가 당하면 싸워줘야 하고요. 연기할 때 이 아이 입장에 서야 해요. 가끔 누가 '문재인 씨를 지지하시죠?'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 게, 제가 우는 장면을 연기하면 진짜 울면서 하고 그랬어요. '오겐끼데스까' 할 때도 그랬고요. 하하하. 편집을 약하게 한 건데 진짜 엉엉 울면서 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많이 울면서 했는데 편집으로 축소를 많이 했지요. 그건 어찌 됐던 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고, 그 캐릭터가 그렇게 느껴지기에 그렇게 한 건데 그런 것도 사람들이 '쟤 정치색이 뭘까' 이렇게까지 보고 있다는 게 어려웠어요.
- 다행히 여의도 텔레토비는 좌우 모두에게서 사랑받았죠. 당시 박근혜 후보님 진영에서 또도 썼잖아요.
그렇더라고요. (웃음)
- 사실 패러디라는 것은 잘못하면 단순한 따라 하기가 될 수 있어요. 어떤 면에서 주의를 기울이셨나요?
어찌됐던 잘 꼬집어야 하고, 칼이 있어야 하고…. 그건 제작팀, 연출, 작가분들이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요, 저희가 터치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디어 같은 건 서로 많이 내지만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 패러디가 있고, 꼬집는 패러디가 있는데그렇게 패러디를 할 때 저는 배우로서 그런 것에 아주능하지 못해요. 우리 팀의 정성호라는 친구, 기가 막히게 인물을 표현하잖아요? 저는 그럴 능력도 없고. 그래서 저는 '독창적이고 따라하는 게 아니지만그런 냄새가 나네?' 그런 쪽으로 많이 풀어요. 뭘 하더라도 그 인물을 그대로 가져다놓는다기보다는 'SNL이니까 저걸 저렇게 그냥 막 한 번 표현해보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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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L이 시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모두 소재로 하고 있어서 매일이 바빠졌을 것 같아요.
빡빡하죠. 바빠졌어요. 안 보던 포털사이트 뉴스도 싹 보고. (사건을) 모르면 제가 모르고 연기해야 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다 보게 되죠. 연구도 많이 하게 되고요. 새로운 사건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토론도 많이 하게 돼요. 그리고 SNL이 매주 호스트가 바뀌면서 새로운 시작이 반복되기에 긴장을 놓을 수 있는 때가 없어요. 이번 주 반응 안 좋으면 우울하면서도 바로 또 다음 주 시작해야 해요. 반응이 좋았으면 '되게 좋았다', '이번 주 잘했던 것 같다' 그러고 1주일 쉬었으면 좋겠지만 월요일부터 새로운 호스트를 맞아 '이번 주는 어떤 거를 하자' 회의하죠. 저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세 번? 많을 때는 네 번도 같이 일해요.
- 그럼 다른 일은 어떻게 하세요?
요즘도 해요.
- 안 힘드세요?
시즌3 때는 3주 하고 한 주를 디렉터스컷으로 대체했어요. 재방송을 섞어서 베스트샷으로 엮어냈는데 해보니까 차라리 매주 달리는 게 낫더라고요. 한 달에 한 주 일하는 게 있지도 않잖아요? 애매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시즌 때는 달립시다' 했죠. 저희보다 스태프들이 진짜 고생을 해요. 저희는 하루 이틀이나 이삼일 정도는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 연출부, 작가 팀들은 진짜 하루 쉬는 것도 어려워요. 이번 시즌 5주밖에 안 됐는데도 벌써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 솔직히 SNL이 이렇게 인기 많을 줄은 상상하셨어요?
못했죠. 하하하.
- 시즌 몇까지 갈 것 같다 생각하셨어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거의 없었어요. 그냥 막연히 '기회가 오면 재밌게 해봐야지' 이런 생각이었어요.자신은 있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이런 류와 맞아요. 제가 희극, 코미디 연기를 안 해봐서 '어떻게 될까?' 이런 게 아니라 그런 연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이에요. 단, 나란 사람의 희극감이라고 할까? 초반에는 제 희극적 연기 톤, 스타일을 '이 팀이 언제 알아볼까, 기회가 오겠지?'라면서 기다리고 그랬어요. 제가 시즌2부터 시작했는데, 1을 보니까 솔직히 재미없었어요. 하하하.
- 처음엔 반응이 별로였죠.
시즌1이 뭐랄까… 시도는 좋았어요. 그런데병맛코드라는 것을 일반 시청자들이 완벽하게 이해 못 했는데 너무 멀리 가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너무 미국식 코미디? 그러니까'뭐야? 이거?' 이렇게 된 것 같아요.고퀄리티일 수는 있지만 기름처럼 둥둥 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정말 '재미없다' 했는데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해야지' 했죠. 사실'이게 언제까지 갈까? 어떻게 될까?' 이런건잘 모르고 했어요. 그때는 장진 감독님도 제가 어떤 연기스타일로 어떤 걸 잘할지 모르고 계셨거든요. 스태프,연출부 팀들이나 작가분들도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그래서 시즌2 초반 3회까지는 거의 분량이 없었어요. 지금의 진원이나 (권)혁수처럼 뒤에만 있고, 별로 역할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하나 시켰더니 그게 반응이 좋으니까 '어?' 이렇게 돼서 다음 캐릭터 한 번 했는데 그게 또 반응이 좋고. 그러다 보니까 분위기 좋게 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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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김슬기 씨와 김민교 씨가 방송을 끌고 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하시나요? (웃음)
아유~ 끌고 가는 건 신동엽 선배님이라고 봐야 할것 같아요. 슬기는 시즌1에서부터 했고, 저는시즌2 때부터 했는데, 어떻게 보면 SNL과 함께 자라온 배우잖아요. 저희가 좀 더 비중이 생기면서 사랑도 더 많이 받게 됐고. 아마도 슬기가 제가나오면 시청자분들이 안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신 것 같고요.
- 20여 년 동안 연기하셨는데 1년 방송한 걸로 유명세를 얻은 것에 섭섭하지는 않으세요?
아뇨. 그냥 감사하다고 하고 싶어요. 한스럽다면 어떡할 거예요. (웃음) 주변에서는 제가 빨리 잘 될 줄 알았어요. 학교 다닐 때, 졸업하고서도. 그런데 운도 참 없고, 기회도 참 못 만났고. 어찌 됐건 이 작품 저에게 정말고맙죠.
- 다른 인터뷰에서 장진 감독님이 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SNL에 캐스팅했다는데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도움이 됐지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집을 샀다든가, 차를 바꿨다든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이제는 연극 하는 후배들 소주 사주면서 '이번 달은 어떡하지?' 이런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니까요. 괜찮아요.
- 필모그라피를 보니까 SNL 전에는 TV에 전혀 나오지 않으셨더라고요.
네. 거의 없어요.
- 일부러 피하신 건가요?
그런건 아닌데… 진짜 TV와 운이 좀 없더라고요. 사실 진짜 어렸을 때 약간 충격받은 게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슬픈 건데….연극인, 연극배우, 학생으로 연극을 공부하면서 열정에 불타고 있을 때 TV 드라마의 작은 역할을 하나 맡게 됐어요. 촬영날이 12월 31일.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면 술 마시며 행복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지방에서 촬영이 있다고 해서 갔어요. 2, 3마디밖에 안 하는 역할이었는데, 제가매니저가 있어요, 뭐가 있나요. (웃음)온종일 기다려 배가 고픈데 밥 먹으라는 소리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하느냐고 물어보니 '알아서 먹는 거예요' 하더라고요.
산 속에서 찍으니까 먹기도 어려워 계속 굶다가 '저 연기할 대본 주세요' 하니 '대본 필요 없을 텐데? 나중에 드릴게요' 하고 안 줬죠. 연극 공부할 때는 대사 한 줄을하더라도 작품을 이해하고 분석하라고 배웠는데 거기서 좀 충격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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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날이 31일이니까 회식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하루 찍었으니까 자고 다음 날 가면 되어서술자리를 갔어요. 제가 먼저 도착했는데 어디 앉아야 하는지 몰라서중간 쯤 앉았더니 '단역 분들은 저 끝으로 가세요' 이러는 거예요. '아, 그래요?' 하고끝으로 가 막내 스태프들 있는 자리에서 술을 마셨는데, 그게 좀 상처가 됐어요. 그래서 '나 TV 안 할련다. 그냥 연극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연극 작업하고, 좋은 인물 만들어내고, 동료들과 같이 사랑하며 사는 게 행복이지. 이런 사람들과 섞여서 무슨 행복을 얻겠다고' 생각했죠.
돈도 안 받고, 간다고 말도 안 하고 나왔어요. 주머니에 돈도 얼마 없더라고요. 한 만 얼마 있어서 히치하이킹으로 서울까지 왔어요. 그게 저에게 충격이 되었죠. 영화는 분위기가 가족적이에요. 그런데 방송은 사람들이 잠깐 하고 안 보는 경우가 많아서 좀 안 땡기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서 영화 오디션 보라고 말하면 완벽하게 연기해서 내가 짜고 그러는데, TV 오디션 보라고 하면 '어~ 알았어' 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안 갔죠. 그래서 기회가 더 없었겠지요.
- 지금은 조금 마음이 가세요?
그러다 나이가 서른 중반에 넘어가니까 그런게 어딨어요. 하하하. 생활해야 하고, 저도 이제 가장이니까 기회를 준다면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SNL이 되니까 드라마 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들이 있어요. 참 재밌는 게, SNL 조금 했다고 하니까 어디 가면 이런저런 걸 해줘요.
- 사인도 받고, 서비스도 주고? (웃음)
네. 어느 현장을 가도 SNL 김민교 씨~. 이제는 그렇게 불편할 이유는 없지요.
- SNL 하면서 가장 마음이 가는 후배를 꼽아주신다면요?
슬기를 제일 예뻐라 하고 친하게 지내요. 슬기와는 연극에서 남녀 주인공으로,거의 2인극 비슷하게 9개월 이상을 했으니 신경도 많이 쓰이고 그래요. 그런데 슬기는 요즘 제가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로 많이 떠서. 하하하. 이제 걔는 연기 터치도 안 해줘도 될 것 같고, 자기가 알아서 잘하니까요. 요즘은 혁수 많이 신경 써주려고 해요. 혁수도 시즌2 때부터 저와 같이 참여했던 동생인데, 열심히 하지만 아직 찬스를 못 만난 것 같아서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 SNL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신다고 했는데, 회의 때 반응 좋아서 발탁된 아이디어가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많죠. 예를 들어서 '광애'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쭉쭉쭉쭉쭉~' 이런 거 제가 했죠. '마시거라~마셔라 마셔라' 이런 거요. 하하하.
- 술 많이 마신 경험이 나오신 건가요? (웃음)
하하하. 그런 건 아닌데, 제가 연극 연출을 지금도 하고 있거든요. 그런 코미디적인 것에서 저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그래서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예를 들어서 유세윤 씨 편의 '귀요미송'에서 할머니가 뒤에 나와서 혼내는 거요. 유세윤 씨와 제가 맡은 게이가 뒤섞여 있는 느낌인데 욕 할머니인 정명옥이나타나 '야, 뭐하나 니네' 이러면서 혼내는 장면인데, '오빠 뭐 할까요?' 해서 '야, 뭐하냐 하면서 누가 여자냐 물어봐'라고 했어요. 하하하. 그게 이번에 좀 대박이 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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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요. 잔 코메디 같은 아이디어들 많이 내는 편이에요. 우리가 되게 좋은 게 권력자가 있어서 그 감독님 말 아니면 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신동엽 선배님도 아이디어 내시는 거 좋아하고, 그러니까 저도 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아이디어 막 던지고. 예를 들어 유세윤 씨 편에서 따귀 맞는 장면이 있었어요. ''따귀 맞는 연기 잘 보셨죠?' 그 대사 뒤에 '다음 주는 칼 맞는 연기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면 어때요?' 이러면 '좋은데?', '재밌는데?' 하시고요. 제가 나오는 게 아니어도 서로 아이디어 막 내요.
- 신동엽, 권혁수, 김슬기, 박재범씨는 이야기했으니 나머지 다른 크루분들의 장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안영미는 진짜 상돌아이죠. 하하하. 이야~ 그 친구는 알고 하는 돌아이예요. 감이 굉장히 좋고, 정말 활력이 돼요. 또 시끄러워요. 평상시에도 워낙 웃고, 같이 떠들고 이러는 걸 좋아해요. 조용히 있지 않죠. 오면 활력이 되는 친구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많이 하고요. 끼가 보통이 아니에요. 앞으로 더 잘될 것 같아요. 코미디를 그 정도로 막 다루면서 하는데여자 개그맨으로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명옥이. 명옥이도 저와 시즌2부터 같이 참여했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의지를 많이 해요. 전에는 코미디적으로 푸는 것만 했는데이 프로그램 들어오면서 연기적으로 푸는 걸 하니 자기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역할을 맡으면 저한테 와서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하는 동생이에요. 정말 예의 바르고 정말 열심히 하고, 되게 착해요.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하하하.
- 욕을 참 찰지게 한다고 하시던데. (웃음)
아니에요. 정말 예의 바르고 노력파고, 성격도 정말 좋아요. 인간적으로 진짜 괜찮은 친구예요. 그리고 정성호는 대학 졸업하고 연극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연극 했던 대학 동기에요. 둘이 만날 붙어 있죠. 현장에서 대화 많이 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죠.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어떻게 보면 팀 안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속 얘기 다 할 수 있는 친구죠. 그런데 정말잘하지 않아요? 그 친구는 진짜~ 와~ 얼굴, 목소리가 이런 애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뭐할까? 이거 할까?' 그러면 똑같이 만들어와요.
- 뭘 요구해도 똑같이 하고 올 것 같아요.
장진 감독님이 몇 번 그런 모습을 보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성호야, 내 아버님 살아생전 비디오를 하나 줄 테니까 한 번만 만들어줘라. 아버님 보고 싶을 때 한 번씩 네가 해주면 안 되냐?' 이랬어요. 하하하. 성호는 최고예요. 제가 흉내 내는 걸 여기서는 안 하잖아요. 그 친구가 있으니까 저는 아예 할 생각도 안 해요. 그건 그 친구의 영역으로 두고, 저는 변신 영역을 차지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저는 이상하게 가발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대요. 저희 분장팀들도 '분장과 가발이 쩍쩍 붙어요' 그래요. (웃음) '그 인물이 나올까?' 이렇게 걱정해도해보면 완전 놀라요. 문희준 때도 그랬고. 하하하. 여자분장 했을 때도 그렇고 깜짝깜짝 놀라요. 저는 그런 거에 욕심이 있어요. 이 역할 할 때 완전 다른 사람 같고 저 역할 할 때 다른 사람 같고 그런 거요.그런데 그게 누구 흉내가 아닌, 독창적인 인물로 다른 사람이 돼서'저 사람 왔다갔다 해'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연기하고 싶어요.
- 시나리오 쓰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SNL에 나온 자신의 캐릭터 중 이 캐릭터를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적은 있으세요?
글쎄요.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공연에서 쓰던 것들을 여기에 접목해서 쓴적은 있어요.
- 예를 들면요?
예전에 윤상 선배님께서 나오셨던 콩트가 하나 있었어요. 음악 관련(스페셜 가요톱텐, 이현우 편). 제가 예전 공연에서 진짜 영어 못하는 애가 영어 잘하는 척하면서 인터뷰하는 연기를했었어요. '하우 두유 두?' 이러면 '핑크' 이런 코미디. 그런데 어느늘 누가 옷을 입고 왔는데 이게 두드러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야, 너 하우두유두인데?' 그랬더니 '재밌는데요?' 해서 그 꽁트에서 혁수가 노래 부르고 나서 '하우두유두' 했죠. 그렇게 짧게 짧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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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연출을 하시는데, 이 크루를 내 연극에 캐스팅하고 싶다 하는 분이 있나요?
다 쓰고 싶죠. 일단 요즘 대세로 봐선 슬기를 쓰면 장사가 될 것 같고. 하하하.
- 같이 출연한 '서툰 사람들'이 계속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 저랑 슬기와 한 게 매진됐죠. 그리고 박재범 씨를 캐스팅하면 대극장 가도 다 매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런데 누구든, 우리 크루들과 같이 해서 공연 올릴 수 있으면 좋지요.
- 연출 많이 하셨는데 '제가 연출한 이 작품 꼭 보세요' 말하고 싶은작품이 있다면요?
지금 하고 있는 '발칙한 로맨스'요. 그 작품은 제가 쓰고,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에요. SNL을 재밌게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꼭 가서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SNL에서 제가 푸는 코미디스타일이 있잖아요? 원천이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코드가 비슷해요. 제가 그 코미디 연출하고 있다가 SNL 캐스팅되는 바람에 '이거 나한테 정말 잘 맞을 것 같은데? 이거 나한테 들어온 건 운명인데? 내가 이 작품을 위해서 태어났거나 SNL이 나를 위해서 있는 작품이다' 생각할 정도였어요. 약간 더럽지 않은 19금 코미디예요. 굉장한 웃음이 있으면서도감동도 약간 있는 코미디인데 그 작품 보시면 후회는 안 하실 거예요.
- 연출과 연기를 함께 하니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연출가로서배우에게 세게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 연기자 입장을 이해하니 그렇게 못 이야기할 것 같고, 배우로서 연출가에게 항의하고 싶은순간에도 '아, 나도 저 연출가가 이해돼' 하면서 참을 것같아요.
아니요.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더라고요. 제가연출을 해봤기 때문에 연출가가 이야기할 때 이해가 빨라요. 예전 같으면 당황하거나 가슴이 콩당콩당 그랬을 텐데'아, 저 연출가가 어떤 걸 요구하기 위해서 저런 말을 하는구나' 빨리 이해가 돼 편해요. 반대로 배우를 해봤기 때문에 배우 디렉팅을 할 때 상처 안 줘도 연출가를 신임하면서 따라오게 하는 방법을 알게 돼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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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게 있다면 다른 배우들 할 때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되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얘가 잘되든 말든, 뛰든 안 뛰든, 감동을 주든 안 주든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나는 내 것만 잘 해서 튀자' 이렇게 약간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너는 이렇게 하면 잘 될 텐데' 말하게 되더라고요. SNL팀은 그럴 수 있는 분위기고, 가족 같은 분위기인데, 다른 현장 가면 답답할 것 같아요. '저렇게 하면 저 친구 욕먹을 텐데' 이거부터 시작해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못 하죠.
- 연출가와 연출을 겸업하는배우가 공연을 함께하다 보면 트러블이 생겨 작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종종 있죠.
- 저는 그런 갈등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 원래 배우를 먼저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연출까지 하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누구나 이 일을 하다 보면 연출에 욕심이 나긴 해요. 경력이 오래되다 보면요. '내가 내 색깔로 만들어본다면 이건 다른 이야기가 될 텐데' 이런 욕심들이 한 번씩은 들어요. 제가 배우장, 배우 팀장 그런 것들도 많이 하게 되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그러다 보니까…. 연출가가 좋은 배우들을 뽑아서 이들이 말도 안 되는 길로 가려고 할 때 울타리를 잘 쳐주고, 그러면배우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게 되는데, 그게연극이에요. 제가 아이디어에 자신 있고 하니까 '재밌게 잘 맞춰볼 수 있겠는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출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하는 것마다 운 좋게 잘 됐어요.
그리고 또 먹고살기 어려워서도 있었어요. 배우만 계속해서는 안정이 너무 안 되니까요. 연출은 작품료나 연출료 등이조금이든 많든 꼬박꼬박들어오니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하면 그래도 연명이 되는데 배우만 했을 때 공백기가생겨버리면 정말 없이 지내야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연출은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에서 결심하고 하게 된 거죠.
- SNL로 인기를 끌다 보니 개그맨으로 착각하는 분이 계실 것 같아요.
그게 좀 섭섭할 때가 있어요. 배우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비극도 되게 많이 했어요. 20년 동안배우생활을 했는데 한 작품으로 사람들이 '저 사람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조금 섭섭하다랄까? 그럴 때도 있긴 있어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인생을 길게 생각해요. 언젠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 다른 재능을 보여줄 때가 분명 있을 거거든요. 그때 안 놓치고 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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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배우라면 어느 정도의 신비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요즘은 연기 외의 것을 해야 인지도라든지, 여러가지 인정해주는 부분이 빨라지잖아요? 저도 사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했어요. 그래서 더 늦어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SNL같은 경우에도 배우로서는 엄청 망가지는 거잖아요.
-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이해하잖아요. SNL이니까라고. 특수성을 이해해주잖아요.
SNL을 꾸준히 보거나, 같이 오고 있는 팬들이 많잖아요? SNL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고, 제작 의도라든가 스타일을 이해하고 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있는 반면그냥 움짤 같은 걸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면 저희를 그냥 개그맨으로 보고 막말로 '이XX 되게 웃기다' 그래요. (웃음) 시즌2, 3할 때는 장진 감독님께서 저희를 배우로서 보호해주시려는 게 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쟤 배우인데, 거기까지는 하지 마라. 착해서 시키면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마'.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SNL의 스타일이 알려지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것에 있어서 두려움, 탈, 겉옷은 벗었어요. '여기니까 더 해보자' 해서 하고 있어요.
- 팬카페도 생겼더라고요.
네. 좋지요. 되게 힘이 돼요. 그 친구들이 대단하게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힘이 돼요.
- 따로 선물 같은 것도 주세요?
네. 많이 줘요. 정말 고마워요. 먹을 거 등 여러 가지 보내주시는데 그림을 보내주시더라고요. (가방에 걸린 '광애' 그림 액세서리를 보여준다)
- 우와! 되게 잘 그리셨다!!
이런 거 그려서 보내주시면 기분 되게 좋아요.
- 혹시 이마에 스팸을 넣으셨나요? 하하하. 이마가 앞으로 튀어나와서 그런가 봐요. (디시 이용자 'ㅇㅇ')
스팸이 뭐예요? (매니저가 옆에서 설명해준다) 햄? 으하하하하. 제가 특별하게 잤는지 뒤통수는 정말 없고요, 앞으로만 튀어나왔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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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넣으신 건 아니죠? (웃음)
아닙니다. 스팸은 좋아해요. 하하하. 먹는 게 이마로 다 가나? (웃음)
- 연출자로서 가장 사랑하는 배우가 있다면요?
이야~ 이거 누가 들으면 위험한데. (웃음)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운데….
- 그럼 세 분만 뽑아주세요.
윤경호라는 친구가 있어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주조연했던 친구인데, 저와 알고 지낸 지꽤 됐어요. 그 친구가 지금 '발칙한 로맨스'에서 멀티남을 하고 있는데 거의 제 수제자라고 할 수 있어요. 제걸 다 빼먹어서. (웃음) 정말 잘 하는 친구예요. 언젠가는 제가 SNL 크루로 꼭… 그 친구 좀뚱뚱한데 SNL에 그런 캐릭터가 없잖아요? 한번 소개해보고 싶은 친구예요.
- 그러다 김정은 역 뺏어가면 어떡해요. (웃음)
저는 다른 역 또 하면 돼요. 하하하. 그리고 채동현이라고, 지금 '유럽블로그'라는 연극을김수로 형님과 같이 더블로 하는 친구가 있어요. 둘이 비슷해요. 제가 만날 '좌동현 우경호'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 친구도 제가 연극 연출할 때 알게 돼서 지금까지도 저와 계속 작업하는 동생이예. 그 친구가 조금씩 기회를 만나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아요.
또 한 명, 서성민이라는 배우가 있어요. 배우 대 배우로 만난 적이 있어요. 걔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뮤지컬 '밑바닥에서'라는 작품을 오래 했어요. 지금은 제가 연출가로서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기용하고 있고요. 재능은 정말 좋은데 아직 못 뜬 안타까운 친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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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역할을 연기할 때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말이 어렵네요. 음… 저와 잘 맞는 역할을 만날 때가 살아 있다고 느끼죠. 이해가 되는 역할이요. 내가 하면서도 '이럴 수 있어' 이해가 되는 역. 그런데 저는 모든 역할 할 때 살아 있다? 즐거워요. 언젠가부터 연기하는 게 참 재밌어졌어요. 예전에는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고, 뭔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일상생활하는 것보다 연기할 때가 더 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생활은 사람들하고 말할 때 신경 써서 해야 하고, 저 사람이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해야 해서 오히려 더 불편하고, 가식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면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니 그 시간이 되게 즐겁잖아요. 편하고.
- 그 시간이 끝나면 외롭지 않으세요?
그럴 때 있죠. 딱 떨어져 있으면 뭔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그럴 때 있죠.
- 그럼 술? 하하하.
그렇죠. (웃음)
- 앞으로의 일정을 알려주세요. (디시 이용자 '칸투스프로테')
일단 SNL 열심히 할 거고요, 요즘 들어서 다른 방송 이야기도 살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되야 하는 거지. 변수가 많잖아요? 일단은 그런 기회들이 조금씩 오지 않을까 싶어요.
- 네. 긴 시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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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이 있어도 청순한 그는 TV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유쾌하고 재밌었다. 스스로 거창하게 꾸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재밌게 표현한 덕분에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인터뷰는 참 오랜만이었고, 덕분에 배우 김민교와 보낸 시간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하나의 역할로 고정되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무나 쉽게 "다른 이미지를 추가하면 되지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는 만반의 준비도 다 해놓은 것 같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배우는 흔히 '천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자신감 넘치는 그의 표정에서 '만의 얼굴'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지사. 그의 인터뷰는연극을 배경으로 한 만화 '유리가면'의 명대사로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김민교, 이 무서운 아이!"
사진 = 박유진 기자(zinpar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