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엄현경 "나를 더 보여드릴게요"



방영 기간 동안월화극 정상 자리를 지켰던 MBC 드라마 '마의'에는 50부작이라는 방대한 길이답게 많은 배우가 등장해 빼어난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이들 중 몇몇은 드라마 시작과 함께 출연하기도 하고, 중반이 넘어선 지점에 등장해 드라마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시청자들의 가장 큰 눈길을 끈 것은 바로 29회에 등장한 엄현경이다. 사암선생(주진모)의 여제자로, 단정치 못한 머리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무조건 반말하는 선머슴 같은 소가영을 연기한 엄현경은 그간 사극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를 개성 넘치게 소화해내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첫 출연 후 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그와 연관된 각종 단어들까지 검색어 순위에 포함될 정도였다. 게다가 얼굴도 낯선 이 배우가 '발연기' 논란도 없이 연기력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니, 이런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한 법.

하지만 사실 엄현경은 이미 지난 2005년 MBC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로 연기를 시작했다. 속칭 '중고신인'. 여기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청춘스타들의 등용문이라는 MBC 시트콤으로 데뷔한 그녀가 왜 이렇게 낯설까.

그 이유는 바로 공백기 때문이다. 스스로 연기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2년간의 활동 후 연기자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며 평범한 삶을 시작했다.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생겼을 때에는 사람들이 그를 잊었다. 사람들이 다시 찾아줄 때까지 열심히 뛴 그는 그렇게 정말 연기자가 되어 갔고, 활동 중단 5년 만에 '마의'를 통해 드디어 세상에 배우 '엄현경'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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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엄현경

생년월일 : 1986년

데 뷔 : 2005년 MBC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

- 드라마

2005년 : 레인보우 로망스(M)

2006년 : 일단 뛰어(K)

2007년 : 경성스캔들, 착한여자 백일홍(K)

2011년 : 애정만만세(M), 강력반(K), 딸기 아이스크림(K), 천상의 화원 곰배령(채널A)

2013년 : 마의(M), 시리우스(K)

- 영 화

2006년 : 아이스케키

2012년 : 열여덟, 열아홉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디시 아시지요?

네. 한 번 갔어요.

- 마의 갤러리(이하 마의갤)에 인증글 쓰셨더라고요. <관련 게시물 보러 가기>

네. 인증글 쓰러 갔었어요. 제 미투데이에 디시 하시는 분이 오셔서 '마의갤에 인증글 남겨 주시면 고마울 거예요'라고 하셨어요. '이게 뭐지?' 해서 찾아봤더니 그런 게 있더라고요. 처음 알았어요.

- 오, 처음 오신 거예요?

네. 처음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제가 기계치거든요. 인터넷도 잘 못해요. 검색 외에는 잘 못하거든요.

- 그럼 글 보시고 깜짝 놀라셨겠어요. 다들 반말하잖아요.

뭔가 그들만의 용어가 있더라고요. (웃음)

- 혹시 못 이해했던단어가 있나요?

사실 저는 인터넷 글을 찾아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안 좋은 이야기가 있을까 봐 인증글만 남기고 한 번 보고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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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셨어도 상처 별로 안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반응 좋았거든요.

좋은 글도 있는데 혹시나 안 좋은 글도 있을까 봐요. (웃음)

- 마의 전 안 좋은 경험이 있었나 봐요.

데뷔 초에 조금…. (웃음)

- 글은 많이 안 보셨겠군요.

보고 싶었는데… 하아…. 그런데 제가 마의갤에서 나온 사진인지 모르고, 그냥 친구가 보내줘서 사진 하나를 미투데이에 올린 적이 있어요. 출처가 마의갤이더라고요. 그게 좀 신기했어요.

- 그럼 인터넷의오픈된 공간에 글 쓴다는 것 자체가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무섭진 않았나요?

그렇죠. 그런 거 잘 안 하는 성격이라 인터넷에 글 쓸 때 되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써요. 또 이야기할 때는 신중해야 하잖아요? 하지만고마운 마음을 전하는데 신중한 것보다는 제 마음 그대로 전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 마의갤에서 종방연 때 자체제작 텀블러를 드렸죠?

네네네!!! 굉장히 잘 쓰고 있어요. 저 그런 거 좋아해요. 그리고 컵에 캐릭터가 정말 깨알같이, 모든 캐릭터가 잘 표현돼 있더라고요. 정말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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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의 갤러리

- 마의는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셨는데, 처음부터 소가영 역으로 오디션을 보신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감독님 스타일이 오디션 겸 연기수업을 하시면서 배우의스타일과 성격 이런 것들을파악하신 다음에 맞는 캐릭터로 캐스팅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캐스팅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하게 될지 몰라요. 믿고 기다리는 거지요.

- 내심 바랐던 캐릭터가 있나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저는 감독님 작품에 캐스팅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에는 연락도 늦게 와 '아, 나는 안 됐구나. 미팅도 했는데. 다른 작품 알아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에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요. 캐릭터 상관없이 그냥 반가웠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신인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고 나면 연기력도 많이 늘고, 아무래도 얻고 나오는 것들이 많아서 꼭 하고 싶다는 신인 연기자들이 많거든요. 어떤 배역을 주시더라도 감사하다 생각했지요.

- 감독님은 엄현경 씨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신 것 같아요?

소가영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점을 보시는 것 같아요. 저의 털털한 면을 보시고 캐스팅하지 않으셨을까요?

- 소가영과많이 닮았나요?

음… 털털한 면은 맞아요. 제가 여성스럽지는 못해요. 약간 털털하고. 그런데 사교성 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그런데 이 캐릭터 하면서 사교성도 많이 늘었어요.

- 왠지 얼뜨기들과 많이 친해졌을 것 같아요.

네. 다 친하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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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 그분들은 다 선배인데 조언 같은 거 많이 해주셨을 것 같아요.

처음 조승우 선배님, 주진모 선배님과 현장에 갔는데, 장면이해도라는 면에서 제가아무래도 낮잖아요. 후배고, 신인이다보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연기할 수 있고, 제가 이 역할을어떻게 했을 때 좋을지를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해주신 말씀이 '마음껏 해, 네마음대로 해'였어요.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할 사람 없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네 캐릭터가 나오는 거야. 마음껏 해', '네가 이렇게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싶으면 저렇게 해' 이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 그럼 소가영 성격 중 자신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성격이 있다면요?

저는 수동적으로 연기하는 성격이에요. 대본에 있는 그대로 하는 스타일이죠. 대사 토시 하나 안 틀리고 하는 연기자라서 소가영 캐릭터는 거의 90%가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거고, 나머지 10%를 제가 한 거죠. 저는 그 캐릭터를 입고 연기한 거고,모든 성격은 작가님께 만들어주신 거예요.

- 현장에서애드립이 많았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애드립하는 거보다 저와 같은 신을 하시는상대 연기자분들의애드립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닭백숙 신이 있어요. 광현이와 함께 닭백숙 먹는 건데, 그 장면도조승우 선배님의 애드립이에요. 거기서 제가 한 번 애드립으로 받아친 게 '익었어~'이고요, 나머지는 선배님 애드립이에요. 얼뜨기와 하는 것들도 다 선배님들 애드립이죠.

- 백숙 장면이 캡처돼서 막 인터넷에 돌아다녀요.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게 캡처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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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마의 갤러리

- 그것과 만두 먹는 장면. (웃음) 망가지는 장면이 많이 캡처 됐어요.

오히려 재밌어요. 망가지거나 코믹스러운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망가질걸', '좀 더 만두를 개걸스럽게 먹을걸' 이런 생각을 하지요. (웃음)

- 그래도 여자배우잖아요.

예쁜 것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캐릭터가 예쁘게 나오면 안 되는 캐릭터라서요.

- 실제로 만두와 백숙은 좋아하세요?

저 닭 진짜 좋아해요. 그런데 만두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좀 더 맛있게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해요.

- 맛있게 드시던데 억지로 먹는 셈이 됐네요. (웃음) 힘들진 않으셨어요?

좋아하는 건 아니죠. 그리고그렇게 많이 먹으면 좀 물리잖아요. (웃음) 게다가 그때가 겨울이어서 일단 만두가 너무 딱딱했어요. 진짜 얼음이에요. 꽝꽝 얼었어요. 얼음을 먹어야 하는 거예요. 사실제가 만두를 많이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진모 선생님께서 진짜 만두 많이 드셨어요. 하하하. 저는 선생님께서 먹고 있는 걸 뺏는 신들이 많아서 제가 만두 많이 먹은 걸로 알지만 딱딱한 만두는 주진모 선생님께서 더 많이 드셨죠.

- 덕분에 '만두녀' 별명도 얻으시고.

아! '소만두'라는 별명도 있다고 들었어요.

- 이번에 참 별명을 많이 얻었어요.

네. '쏘'도 있어요. (웃음)

- 배우로서 경험하기 쉬운 게 아닌데,기분 되게 좋으셨겠어요.

네. 그리고 일단 별명이 예뻐요. 쏘!!! 정~말예쁜 거예요. '소'를 이용해 붙인 별명이 다 예쁘더라고요. '별명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구나' 했어요. 전 학창시절에 예쁜 별명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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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별명이었길래….

엄씨는 다 똑같아요. 엄탱이….

- 하하하.

저희 언니 오빠 다 엄탱이었어요. 하하하. 예쁜 별명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거 하면서 예쁜 별명 많이 갖게 됐어요.

- 소가영은 드라마 중반에 들어간 배역이라 '내가 캐스팅돼서 기자회견장에 섰지만, 배역이 바뀌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안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요. 초반에 배우분들, 제작진분들 고생도 많이 하셨어요. 너무 추울 때 찍고 계셨잖아요. 저는집 안에서 TV로 마의를 보는데, 그것도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내가 안 나올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 진짜 고생 많이 하신다'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냥 계속 봤어요. 그러다 보니까나중엔 내가 저 드라마에출연한다는 생각을 잊게 되더라고요. 시청자 입장에서 '어떻게 된 거야!' 너무 궁금하고. 하하하. 그래서 스태프분들에게 '죽어? 죽어?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 그렇게 물어보면 가르쳐줘요?

음… 급박하게 대본이 나오니까 알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 '내가 들어가 시청률 떨어지면 어떡하지?' 걱정됐겠어요.

그럼요. 많이 걱정했죠. 그리고 재미없다는 소리 들을까 봐,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봐…. 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어요. 처음엔제가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었거든요.

- 그런데 사람들이 의외로 분량이 많다고 했어요.

그러니까요. 분량이 많은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분량이 많아진 거예요. 저도 대본 받고 너무 놀랐어요. 지금 당장 촬영해야 하는데 분량은 너무 많고, 내가 이걸 못하게 되면 '이 회는 정말 너때문에 잘 안 됐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라…. 그리고 감독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 이렇게 분량 많은데 이번에 잘 못하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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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무섭다. 하하하.

'네! 열심히 할게요. 감독님!' 했죠.(웃음) 한 번 연기하고 '감독님, 이런 식으로 연기하면 되나요?' 물었어요. 그때 사극 톤을 섞어서 연기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할 필요 없다고, 내 목소리 톤으로 내가 알아서, 현대극처럼 해도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제 캐릭터는 원래 그런 거니까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죠. 첫 리딩 때 그게 잘 됐어요. 감독님 생각하시기에 나름 제가 감독님 생각과 비슷하게 연기를 했나 봐요. (웃음)

- 첫 방송 끝나고 실시간 검색어 1위 했는데 당시 기분이 어땠어요?

찍으면서도 사람들이 계속 그랬어요. 조승우 선배님도 '너 이거 방송되면 실시간 검색어 1위 될 거야. 내 말 믿어' 이러셨거든요. 그래서 '장난이죠?' 이랬는데 진짜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된 거예요. 그때 승우 선배님이 '내 말이 맞지?'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저도 되게 신기했고, 앞으로 기대를 많이 해주시니까 부담되기도 했고요.

- 겁났을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러니까요.

지금까지 드라마를 해 오면서 시청률이 그렇게 높은 드라마를 한 적도 처음이었고, 반응이 그렇게 갑자기 오는 것도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요. 한 편으로는 좋았죠. '나도 열심히 해니 사람들이 내 연기를 봐주는구나,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부담도 됐지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요.

- 중국어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실제로 중국어는 하세요?

전혀요. (웃음) 전혀 못해요. 중국어를 접할 수 있는 상황도 없었죠. 처음 중국어 대사를 받았는데, 그걸 받은 날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하지?' 했는데 중국어 선생님께서 오시고, 현장에서 30분 정도 공부했는데, '슛 들어갈게요~' 하하하. 그런데 제가 신인이고, 그래서 긴장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되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저도 신기해요. '중국어를 내가 어떻게 했지? 지금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이 정도예요. 정말 그때는 제가 하고 나서도 '우와, 내가 한 거야?' (웃음)

- 가장 어려웠던 중국어 대사를 꼽아준다면?

진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때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기억하고 바로 잊어버렸어요. 하하하. 뭐라고 한지 정말 모르겠어요. 기본적인 '쉐쉐' 이런 거 밖에 기억이 안 나요. 초인의 힘으로 했어요.

- 조승우 씨 첫인상은 어떠셨어요? (디시 이용자 'zocho')

되게 무서운 분인 줄 알았어요. 다가가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고요. 워낙 유명하신데다가 선배님이시니 저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시는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범접할 수 없는 분. 촬영 첫날은 주진모 선생님과 계속 함께 연기하니까 인사만 하고 그랬는데, 진짜 잘 챙겨주시는 거예요. 선생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같이 찍으면서 '인간적인 분이시구나' 생각을 첫날 했어요.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되게 인간적이구나' 생각했죠. 잘 챙겨주셔서 나중에는 그냥 동네 오빠 같았어요. 정말 친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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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 주진모 씨는 어때요?

진짜 캐릭터가 본인 성격이세요. (웃음) 그 말투가 있어요. 저희가 친해져서 나중에는 조승우 선배님도 '선생님 성대모사 할게요' 하며 성대모사 하는데…. 하하하.

- 세 분이 함께 다니셨는데 엄현경 씨는 정말 연기공부에 도움이 되셨겠어요.

진짜~ 정말 많이 됐어요. 감독님께서도 연기 지도를 많이 하시는 편이고, 조승우 선배님은 워낙 잘하시고, 주진모 선생님도 특유의 연기 톤에 배울 점이 많아요. 저는 진짜 돈 안 내고 연기 수업받은 느낌이에요.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리고 저와 연기하는 장면이 별로 없었지만, 손창민 선배님, 유선 선배님 다 연기지도 해주셨어요.

- 그분들이 해주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있나요?

손창민 선배님께서 진짜 연기수업을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 들어가기 전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 저를 붙잡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정말 애정이 많으시구나' 느꼈어요. 저와 함께하는 장면이 없었는데도요. 후배 한명 한명 모두아끼시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네가 지금 잘 된다고 해서, 주목받는다고 해서 절대 거만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다고 제가 거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니고요. 하하하. 미래에, 나중에. 그렇게 안 좋게 된 후배들을 많이 보셨다며 '네가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대사 한 줄 있다고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거 알지? 이거 백번 천번 해야 해. 그래야 네 것이 되지'이런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심지어 연기 모니터도 해주셨어요. 모니터하시고는'너 이거 고쳐야 할 것 같아' 이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 현장이 학교 가는 수준이었겠어요.

(조)보아랑 그런 이야기 많이 했어요. 보아도 신인이잖아요? 둘이서 학교 같은 느낌이라고. '이순재 선생님께서 교장 선생님' 이렇게 해서요. (웃음)

- 조보아 씨 초반에 연기력 논란이 많아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성격이 되게 밝아요. 워낙 밝고 긍정적이라서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신인이잖아요. (웃음)

- 결말 부분에서 소가영이태주와 연결되는것처럼 끝난 것 같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현장에서도요?

- 네. 현장에서도 '가영이는 태주와 되는 거야' 이렇게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없었어요. 제가 러브라인이 나름 조금씩 있었어요. 이상우 선배님의 성하를 좋아하다가 나중에 석철이와 러브라인이 되는 것 같다가 태주가 갑자기 이렇게 돼서 삼각관계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이렇게 우리는 끝나는가보다 했어요. 태주와 가영이가 그런 장면이 있을지도 모르게 '그냥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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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꽉 막힌 결말이 아니어서 아쉽진 않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태주오빠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드라마가연장되거나 호흡이 더 길어졌으면 너와 나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요.

- 소주커플이라고 불린 거 아세요?

네. 진짜 신기한 게, 사람들이 별명을 정말 잘 지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짓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희 현장에 별명이 '소주'라는 스태프 오빠가 있어요. '소주오빠' 하는데, 이렇게 되면서… 하하하.

- 본인 캐릭터 이름이 그분에게서 오신 거 아닌가요? (웃음)

오빠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그거였어요. '넌 내 동생이야. 나 소 씨고, 너도 소씨니까'. (웃음)'어~ 내 동생 현장 왔어?' 이야기 많이 하셨죠.

- 실제 윤태주 같은 남자가 좋다고 하면 받아들이실 거예요? (디시 이용자 'ㅇㅇ')

태주오빠같은 스타일은 약간 고지식해서…. (웃음) 딱 봐도 고지식하고, 모범적인 캐릭터인데저는 재밌는 남자가 좋아요. 유머감각이 좋은 남자.

- 캐릭터로 하면요?

예전에 대망오빠 같은 캐릭터가 좋다고 했는데, 그건 대망오빠를 많이 이야기하려고 그런 거고. (웃음) 석철 아니면 대망? 재밌고 유머 있는 캐릭터요.

- 엄현경이 좋아하는?

네. 캐릭터! 꼭 강조해 주세요. (웃음)

- 안상태 씨와 러브라인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 있으시죠?

아! 안상태 씨는 캐릭터도 좋고, 실제 성격도 좋으세요. '러브라인을 하게 된다면안상태 오빠와 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었죠. 저 개인적으로 그렇게 돼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오빠가 가영이에게 반하고, 나는구박하는 스토리로 가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제가 만약 혜민서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쪽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 중국 이후로 비중이 줄어 서운하지는 않나요? 갑자기 분량이 줄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원래 마의 흐름상 그렇게 돼 있었대요. 중심이 숙희공주 쪽으로 갔다가, 보아에게 갔다가… 이렇게 돌아가면서 전개가 되는 거라고요. 저는 주인공이 아니 당연히 중심은 주인공으로 넘어가야 하고요. 전 그 정도로 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워요. 어디로 안 떠난 게 어디에요. 청국에서 온 게 어디에요. 하하하. 청국에 남느냐 안 남느냐도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셨어요.

- 소가영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사암 선생님과 소가영이 청국으로 가서 백광현 같은 사람을 또 만나 이야기가 다시 전개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청국에 갔다가 조선에 돌아오는 걸로 됐잖아요. 원래 파견의녀로 혜민서에 있었는데 혜민서로 안 가고 취종원 가서 광현이 도우며 살고, 태주와 러브라인 만들며 평범하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 마의 하면서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는데 날 울린 네티즌의 댓글을 꼽아준다면요?

모든 댓글이 힘이 됐어요. 그런데 마의가 제 데뷔작으로 아시는 분들이 계세요. 어떤 분의 댓글이 이거였어요. '신인인데 왜 쟤는 저렇게 분량이 많아?'. 거기에 의문을 품으시면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가족이야? 관련인이야?' 이렇게. 그런데 그 아래 댓글에 저에 대해서 많이 아시는 분이신지 '이분 원래 2005년도에 레인보우 로망스로 데뷔했다'라며 제 경력을 다 써주셨어요. 지금 갑자기 나온 신인도 아니고 늦게 뜬 사람이다, 지금 뜨는 게 많이 늦었던 거라 뜨는 게 합당하다 이렇게논리정연하게 써주신 거예요. 그거 보면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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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 실제로 데뷔를 일찍 하셨더라고요. 10대 때 하신 걸로 들었어요.

스무살 딱 됐을 때 했어요.

- 원래 잡지모델이었죠?

네. 잡지 모델은 고등학교때부터 했고, 방송은 스무살에 시작했어요.

- 잡지 모델은 연기를 위해 시작한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우연히 모델을 하게 돼 했는데 정말 재밌는 거예요. 제 원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었어요.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아니면 현모양처가 꿈이었는데, 잡지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도 생기고, 잡지일도 재미있어서 취미로 잡지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대학 가서유아교육과 전공해선생님 되어야지' 생각하고,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었죠. 그런데 연기 기획사 대표님께서 말을 정말 잘하시는 거예요. (웃음)

- 설득당했군요. 하하하.

솔~깃해진 거예요. 그래서 우연히 하게 됐는데 6개월 만에 '레인보우 로망스'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가'연기를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6개월 만에 운 좋아서 데뷔를 하게 됐고,그 뒤로 청춘드라마, 아침드라마까지 했어요.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고 갑자기 연기자가 됐는데, 연기에 대해서 '연' 자도 모르는 애가 하는 거니,거의 끌려다니는 거죠. 즐기면서 할 시기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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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이게 맞나?',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억지로 끌려다니며 내가 아닌 길을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아예 그만두고 유학 가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언어공부도 더 하고 싶고…. 이런 저런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렇게 학교 다니면서 2년 정도가 지난 것 같아요. 우연히 TV를 보는데 '어? 저 캐릭터 되게 재밌다. 나도 저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거예요. '뭐지?' 했죠.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확 드는 거예요. 그게 신기했어요.

- 그 캐릭터가 뭐예요?

옛날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 가지가 아니었어요. TV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를 보다 보니까 없던 열정이 막 생기는 거예요. (웃음) '저거 내가 하면 잘 맞겠다'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연기를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때는 이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어요. 그리고 빨리 잊히잖아요. 감독님들은 어떻게 보면 제 얼굴은 알겠는데, 옛날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2년을 다시 쉬고, 총 4년을 쉰 다음다시 하게 되어서 마의까지 온 거죠.

- 처음에는 화려하게 시작했는데, 2년 후에는 일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됐어요. 서글프지는 않았나요?

어떻게 보면 후회도 많이 될 텐데, 제가 후회를 안 하는 건,일단 열정 없이는 연기하기 어렵잖아요. 즐길 수도 없고요. 저에게 그 기간은 열정이 생길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나이도 많이 먹으면서 성숙해지고, 생각도 넓어지고. 그리고 연기자가 되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운 덕분에 제가 쉽게 데뷔한 거라면, '아, 그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되는 계기가 됐어요. '이게 정말 힘들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구나'를 알았어요. 예전에는 그냥 역할이 주어지면 국어책처럼 읽고 찍고 그게 다였다면, 지금은 더 보여주고 싶고, 더 하고 싶어요. 열정이 생기는 게 스스로느껴지니까 요즘에는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그래도 마의 첫 방송 때 '이 사람 누구야?' 하는 네티즌 글에'레인보우 로망스와 경성 스캔들 나오던 배우잖아'라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정말 고마워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 공백 기간 동안 작품 중 '그의 연기가 나에게 공부가 됐다' 하시는 배우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쉴 때 영화도 많이 보고, 일본드라마도 많이 보고 그랬어요. 그러다 드라마 '파스타'를 보는데 공효진 선배님 연기가 우와~ 정말부러운 거예요.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가 아니라 '와~ 진짜 부럽다'였어요. 진짜 자연스럽고, 캐릭터가 그냥 공효진 선배님인 것 같았어요. 연기가 아니라 그냥 그분이 TV 안에 들어가 일상생활을 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그런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부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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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 사진 MBC

- 공백기를 즐겁게 버텨야 하는데, 무엇에 집중하며 버티셨나요?

예전에는 이런 질문 받으면 너무 부끄러워서 '공부하고, 학교 다니고, 여행도 다녔어요'라고 말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딱히 뭐를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학교는 저만다니는 게아니고, 제가 사회생활을 잘 못해요. 낯을 너무 많이 가려서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다가가는 걸 아직도 잘 못하는데 그때 그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을 많이 만나고, 경험을 많이 쌓고요. 그렇다고 '경험을 쌓아야지' 해서 쌓은 건 아니고, 어떻게 하다 보니 경험이 쌓았는데 그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저한테 밑거름이 되겠더라고요. 좋은 기회였고, 연기할 때 얻어가는 게 많더라고요. 연기할 때.

- 공백기가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였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고비이자 기회요.

- 마의로 뜬 다음에 본인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 적이 있어요?

있기는 있어요. 사진 보려고. 저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누가 쓴 댓글을 보거나,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는 일은 아직 못해요. 뉴스 기사나 사진 같은 건종종 찾아보지만요. 기사 같은 걸 많이 보는데, 좋은 기사들이 많이 있어서 즐겁더라고요. (웃음) 댓글은 보지 않았어요.

-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한다면 멘탈 강화가 필요할 텐데요.

그게 필요한데요, 아직은 단단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

- 데뷔 때 상처받은 것 때문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 다 그럴거예요. TV에 나와서 '저 단단해졌고, 무뎌졌어요'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들도안 좋은 이야기 들으면 밤에 신경쓰이잖아요. (웃음) 연기자도 똑같은 사람인데, 안 좋은 이야기 들으면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시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 사실 연기가 아직 미숙하다는 지적이 많이 있어요.

저는 계속 그런 꼬리표가 있었어요. 지금도요. 그래서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요. 혹평이 없었을 때 '내가? 내가?!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하. 만약 잘했다는 이야기가 60%였다면 40%는 안 좋은 이야기일 수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신기했어요.

- 마의 하던 중 시리우스란 작품을 찍었나요?

네.

- 두 작품을 동시에 하시다니.

원래 시리우스를 촬영하고 있다가 마의에 들어가게 됐죠. 겹친 거예요. 그런데 마의가 너무 많이 나가서 시리우스 쪽에 많이 미안하죠. 스케쥴이 그렇게 돼서. 다행히 시리우스에서 제 얘기가 많아져야 하는 게 있었는데 저 때문은 아니고 상황상 이야기를 풀기 위해 제 분량이 줄어들었어요.

- 서운하진 않으세요?

그런데 만약 제 분량이 많았다면 마의와 겹쳐서 둘 다 못해냈을 것 같아요. 어느 하나 지금도 완벽하게 못 하는데 그걸 더 망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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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과 현대극의 각각 매력을 꼽아주신다면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사극을 하면서도 사극을 했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워낙 현대 말투로 했고, 현대극처럼 연기했기 때문에 환경이나 옷 이런 거 외에는 진짜 현대극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차이점은 나중에 연기경험을 더 쌓으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극인데 어느 정도 대사에 선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았나요?

그렇죠. 제가 성격이 조금 소심해요. 소가영을 그렇게 연기한 것도 되게 많이 오버한 건데 거기서 감독님께서는 더 오버를 원하셨어요. (웃음)

- 도대체 어느 정도를 원하신 거예요. 하하하.

더 하길 원하셨죠. 제가 만약 더 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웃음) 아무튼 과장되게, '더 더' 요구를 많이 하셨죠.

- '쩐다'같은 현대극 대사를 많이 써서 '이건 아닌데' 이야기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럴 수 있죠. 전혀 나오지 않아야 할 대사인데.틀이나 이런 건 어느 정도 시대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와 영화에는 어느 정도 허구성이 존재하잖아요? 저는 무구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게 드라마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하나하나 짚다가는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해요. (웃음) 너무 많이 사용하면 안 되겠지만, 한두 개 정도는 용어로 괜찮지 않을까요?

- 마의는 정말 밝고, 시리우스는 정말 조용한캐릭터였는데 어느 캐릭터가 더 본인에게 맞았나요?

저는 아직 그걸 못 찾았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제 색을 못 찾아 뭐가 더 맞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하면서 즐거웠던 건 뭐냐고요. 즐거웠던 게 저와 맞는 게 아니냐고요. 마의 소가영을 하면서 즐거웠어요. '마의의 소가영과 더 잘 맞는 캐릭터구나' 생각했어요.

- 주변 분들 많이 축하해주셨을 것 같아요.

일단 부모님께서 많이 좋아해 주세요. 가족들도요.

- 친구들이 한턱 쏘라고그러지 않아요? 하하하.

친구들도 좋아해주는데 워낙 무뚝뚝해서. (웃음) 그냥 '너 나오네? 많이 나오네? 쉴 때 연락하자' 이 정도?

- 사인해달라고 말은 안 해요? (웃음)

장난으로 '야, 사인 좀 해줘' 이렇게 말은 하는데 제가 힘들었던 걸 다 지켜봤던 친구들이라서요. 함께 커 나가는 느낌인가 봐요.

- '어, 다행이다' 이런 거?

'드디어!' 이런 마음? (웃음) 드디어 얘가 떴구나.

- 짧은 연기 생활이지만 보람된 순간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연기는 약간 자기만족이 더 크잖아요? 그럴 때가 있어요. 저를 알아봐 주시고, 저한테 사인을해달라고 하시거나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그건 그분에게 기쁨이고, 신기한 일이고, 특별한 일이잖아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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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밖에 나가면 많이 알아보나요?

저 마의 찍을 때 사인회 하는 줄 알았어요. (웃음) 사인도 정말 많이 했고,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되게 피곤한데 하나도 싫지 않았어요.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네네네~' 하고 같이 찍었는데 그때 보람을 되게 많이 느꼈어요.

- 마의가 본인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작품인 건가요?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를 1막이라고 하면 마의가 제 인생의 2막을 열어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저를 새침, 도도 이런 캐릭터로 많이 알아요. 그런데 마의를 하면서 '이런 면도 있구나', '털털할 수도 있구나',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겠구나' 이런 걸 전한 것 같아요.

- 다른 작품 계획은 있나요?

아직 정확하게 나온 건 없어요. 웃음.

- 혹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연기하면서 운이 좋게 다양한 캐릭터를 했어요. 지금 새로운 역할을 하기보다는 예전에 했던 역할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딸기 아이스크림'이라고 드라마스페셜에서 방송된 게 있는데 되게 청순한 캐릭터로 나왔어요. 그걸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마음으로, 다르게 해석되지 않을까 해요.

- 그 작품이 임팩트가 컸나봐요. 엄현경 씨 이름을 검색하면 그 작품이 함께 뜨더라고요.

네. 내용 자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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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아이스크림 = 사진 KBS

- 그럼 그 작품이 본인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나요?

네. 그리고 마의요.

- 요즘 보니까 프로야구 매니저 광고도 찍으셨는데 야구는 좋아하세요?

알아가고 있어요. (웃음) 저희 어머니께서 대전에서 주부 배구단에서 선수로 활동 중에 계셔서 배구는 많이 봤어요. 그래서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알아가고 있어요.

- 대전 사세요?

네. 원래 대전 출신이에요. (웃음)

- 좋아하는 배구 구단이 있나요?

어느 구단을 응원한다기 보다는, 집 TV에 항상 배구 경기가 틀어져 있어요. (웃음) 저희 어머니가 운동을 좋아하세요. 골프도 하시고요.

- 엄현경 씨는 운동 좋아하세요?

따로 하지는 않는데요, 엄마를 닮아 운동신경은 있는 것 같아요. 저 볼링 치는 거 좋아하는데, 여자가 100점 넘기가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저는 종종 넘어요. (웃음)

- 내기 볼링 많이 치시겠어요. 하하하.

그게 빠지면 재미가 없지요? (웃음) 그런데 친구들이 다 잘해요. 운동하려면 승부욕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승부욕이 생기면 제 자신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승부욕 없이 운동을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라서 내기를 해도 승부욕 있는 언니나 친구와 하면 당연히 그분들이 이겨요.

- 연기도 스포츠와 비슷해 약간의 승부욕이 필요할 텐데요.

그렇죠. 운동할 때는 그런 게 적은데. (웃음) 보통 연기자 최종 오디션까지 가면 두 명 정도가 남아요. 그때는 눈에서 불이 막 생기죠. 하하하. 나도 모르게 초인적인 힘으로 연기하고, 이야기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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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까지 가셨다 떨어진 경험이 있나요?

저는 항상 그랬어요. 특히 다시 하려고 했을 때요. 오디션 정말 많이 봤어요. 100번은 넘게 본 것 같아요. 오디션 가면 항상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을 항상 보죠. (웃음) '어 저분 또 오셨네' 할 정도로. 그분도 저를 보면 그럴 수 있으실 거예요. '쟤 또왔구나' 생각하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다녔어요.

- 저 같으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요.

그때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에 떨어지든, 100번, 200번을 보든 당연한 거라고요. 그러다 나중에는 떨어지는 게 익숙해지더라고요. 안 좋은 건데. 하하하.

- 그럼 진짜 이병훈 감독님이 은인이시겠네요.

그렇죠. 저한테는요. 선생님은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수면 밑에 있었다면, 숨을 쉴 수 있게 건져주신 분.

- 아, 사람들이 '청순클럽녀'로 엄현경 씨를 많이 기억해요. 맥주광고 캡처한사진이 인터넷에 엄청 올라오더라고요.

그게 그렇게까지 많이 올라올 줄은 몰랐어요. 저 정말 금방 지나가요. 아르바이트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찍었을 정도예요. 여자분이 4분이 나오는, 제단독이 아니에요. 많이 나온 것도 아니고 네 분이 똑같이 나오는데, 그걸 보셨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기억해주시는 것도 신기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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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다가 별명도 지어주고. (웃음)

베이글… 그런 거. (웃음) 그게 마의 기다리면서 찍은 거예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그런 걸 딱 생각하지 않아요. 신인들은 잠깐 힘들 수 있잖아요. '이건 다음에 하자' 이렇게 넘길 수 있는 작품들이 어떻게 보면 나중에 그립고 소중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할 거라는 마음이 커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재미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지금 콕 찍을 수가 없어요.

- 그럼 지금까지 나왔던 작품 중 이 캐릭터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이 들었던 작품을 꼽아준다면요? 파스타 제외하고요. (웃음)

우와~ 찍으려니까 너무 많다. (웃음) 제가 예전에 영화 '혹성탈출'의 침팬지 연기를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하하하.

- 우와, 그런데 그게 좀 매력적이긴 해요.

제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보다 동물 모습으로 연기해야 하는 것도 엄청 힘들거라는 생각이 TV를 보다가 갑자기 들었어요. 진짜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쉽지 않잖아요. 만약 제가 헐리우드로 진출한다면 침팬치로 진출하고 싶어요. 사람이 아닌 동물연기로도…. (웃음)

- 가영이와 비슷하네요. 4차원인 점이요.

이게 4차원인가요? 하하하.

- 보통 '침팬치 연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는 않죠. (웃음) 그런 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해요?

저는 멜로 빼고 거의 다 좋아요.

- 멜로는 왜 안 좋아하세요?

멜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 그럼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이 알고 있는 영화 중 이건 진짜 재밌다 하는 영화 있나요?

그런거 진짜 많아요. 미국 영화 중 저예산 영화로 나온 건데, '헤셔'라는 작품이 있어요. 조토끼 나오는.

- 조셉 고든 레빗이요?

네. 조셉 고든 레빗은 따뜻한 영화도 많이 하고, 개구쟁이 역할도 많이 했는데 이영화에서 완전 양아치 역을 해요. 완전 다른 모습이죠. 제가 그 사람을 되게 좋아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싫어진다'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를 정말 잘했어요. 영화 마지막에는 그 사람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나오지만요. 그런 거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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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셔(Hesher). 2010

- 혹시 선배 중에 롤모델이 있다면요?

공효진 선배님과 김선아 선배님이요. 그분들의 연기스타일이 좋아요.

- 생활형 스타일? (웃음)

약간요.

- 본인의 지향점도 생활형 연기스타일이요?

네. 제가 현장에서 거울 안 보는 걸로 유명해요. 저는 입술도 만날 터 있고, 지금도 터 있을 거예요. 슛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은 보통 거울을 보는데 저는 슛 들어가면 그냥 촬영하러 가요. 그래서 분장하시는 분이 '언니 또 거울 안 봤어?' 그러죠. '가영은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라 난 캐릭터에 충실하다. 왜 거울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반박하는데, 원래 잘 안 봐요. 거울 보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예쁘게 보여야지' 하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있을 때도 있죠. 예쁜 신에는. 그 외에는 대부분…. (웃음)

- 정말 망가지는 모습으로 올라온 사진 보시면 즐기셨겠어요.

되게 재밌어요. 하하하. 닭백숙 캡처도 보고. 친구들이 디시 하면서 사진을 보내주는데, 정말 웃긴 거예요. 입 쫙 벌리고 웃는 거. 하하하. 예쁜 사진 찍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웃긴 사진을 찍기는 어려우니까요.

- 예능프로그램 나가면 인기 많겠어요. (웃음)

아, 제가 긴장을 정말 많이 해요. 예전에 'X맨'을 했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긴장소녀'라고 불렸어요. 유재석 선배님이 붙여주신 건데, 제가 너무 얼어서 '네, 아니오' 이것만 해서요. 그런데 그게 캐릭터가 됐어요. 그 캐릭터로 많이 나왔어요.

-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보여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웃음)

아우~ 아니에요. 긴장 너무 돼요.

- 재밌으신 분 같아요.

그렇지는 않은데, 솔직히 유머 욕심은 있어요. 헤헤헤. 웃긴 거 하고 싶고 그래요. 신동엽 선배님의 개그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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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석 달이나 지났지만, 올해 목표 알려주세요.

신인상? (웃음)

- 다른 매체에서 많이 이야기하셨잖아요. (웃음)

그런데 진짜 마의 하면서 신인상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그런 생각 잘 안 했지만요.

- 그럼 배우 엄현경 말고 인간 엄현경의 목표는요?

아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수동적으로 연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서 그 틀을 깨고 싶어요. 능동적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틀 없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아직까지는 무리고요, 그런 용기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되게 발전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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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낯을 가린다'라는 그의 말은 이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인터뷰 전까지 '아무리 드라마에서 털털한 역할을 맡았더라도 실제로는 새침하고 조용하겠지'라고 생각한 본인이 무안할 정도로 엄현경은 마의 '소가영' 그 모습 그대로 발랄하고 유쾌한 배우였다. 인터뷰 장소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떠들썩하게 웃은 게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인터뷰에 배우 엄현경은 물론 인간 엄현경에 대한 호감도 높아져 간다.

엄현경은 타의에 의해 들어가게 된 연기자의 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2년 정도가 지난 후 우연히 TV를 보다가 '나도 하고 싶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신기하다고 표현했지만, 세상에 우연이란 건 없다는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그는 연기자의 길을 포기했다던 그 2년간의 시간에도 연기자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다.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풍선이 사실은 가느다란 끈에 달려 누군가에 손에 잡혀 있는 것처럼.

이제 그 실을 조심스럽게 당겨 반짝반짝 빛나는 풍선을 자신의 얼굴 앞에 놓고 마주한 엄현경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행복한 모습으로 풍선과 함께 자신의 길을 걸어갈지 기대해 볼 시간이다.

<사진 = 박유진 기자(zinpar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