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人터뷰] BJ 마이민 "시청자 분들은 항상 고마워요"

  인터넷 및 영상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로 2000년대 후반부터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직접 자신의 방송을 송출하는 일이 대중화되었고, 그 결과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들은 전문적인 방송에서 결코 소화해낼 수 없는 '시청자와 직접 실시간 소통'이라는 것을 무기로 대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대도서관, 도티 등은 인터넷 방송 뿐만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맹활약하며 인터넷 방송인들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게다가 유명 BJ들의 수익이 웬만한 중소기업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높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인터넷 방송인을 꿈꾸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2021년 현재 초등학생들이 되고 싶어하는 직업군에 인터넷 방송인(BJ, 스트리머, 크리에이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만 봐도 오늘의 인터넷 방송인들이 가진 사회적 위치를 드러낸다. 

  방송을 송출할 디바이스만 하나 있어도 누구나 인터넷 방송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너도나도 인터넷 방송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접근성이 쉽다는 말은 해당 분야가 레드오션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없는 게 바로 인터넷 방송인이다. 

  마이민은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자신 만의 자리를 잡은 BJ다. 2019년 겨울 친구의 권유로 장난스럽게 켠 방송은 최고 시청자 2,726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편입 준비생이던 마이민을 전문 BJ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1년 후, 그의 손에는 아프리카 방송 신인상이라는 트로피가 쥐어졌다. 이는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BJ들 사이에서 그가 지난 1년간 자신을 찾아 준 방송 시청자들을 위한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디시인사이드는 들어보셨죠?

 네. 들어봤어요.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사이트잖아요. (웃음)


- 마이민 씨가 방송을 시작한 계기가 친구분의 권유더라고요. 어떻게 권유하시게 된 건가요?

  그때 저는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편입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원하는 학교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성적이 조금 모자랐어요. 목표하는 학교와 목표하는 과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1년 더 천천히 준비하자’라는 마음으로 편입을 준비했어요. 11~1월이 편입 시험 기간인데, 공부하고 쉬는 와중에 친구가 ‘방송 한번 켜볼래?’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말에 장난삼아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켰는데, 방송 첫날임에도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잘되어서 지금까지 하는 것 같아요.


- 친구분께서는 마이민 씨에게 재능이 있는 걸 발견하고 권유한 건가요?

 진지하게 권유한 게 아니었어요. 진짜 서로 장난치다가 ‘한번 켜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 거였어요.


- 친구분은 원래 인터넷 방송을 보시던 분이었어요?

 네, 맞아요.


- 어떤 공부를 하고 싶으셨어요?

 저는 신문방송학과나 방송통신 관련 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기상캐스터도 되고 싶었죠. 아니면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해 영어 강사도 하고 싶었고요. 또, 경영학과에 가서 평범하게 직장생활하고 싶었어요. (웃음)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루 만에 인생이 바뀌어 버렸네요. (웃음) 그런데 방송이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신다는 것 그런 점이 저한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 보통 여성 BJ의 경우 남성 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마이민 씨는 여성 팬분들도 꽤 계시더라고요. 비결이 있을까요?

 저도 비율로 따지자면 남자 팬분들이 많죠. 그런데 여성분들도 적지 않게 있는 것 같아요. 비결이라… 사실 잘 모르겠어요. (웃음) 저도 이유가 궁금하긴 한데, 여성 시청자분들이 오셔서 저한테 여쭤보시는 것들이 있어요. 화장품은 어떤 걸 쓰는지, 렌즈는 어떤 걸 쓰는지 이런 것들이요. 옷 정보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고요.


- 동네 언니에게 남기는 느낌으로 유튜브 댓글을 남기시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방송을 하실까 봤더니 참 편안하게 방송하시더라고요.

 하하하. 맞아요. 저는 누구나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자극적이기보다는 유한 방송? 반대로 말하면,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꾸준히 와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걸 보면 편하게 방송을 하면서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점을 잘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와주시는 것 같고 그래요.


- 보통 방송을 하면 3시간 정도 하는데 체력적으로 안 힘드세요?

 조금 힘들긴 해요. 그런데 제 방송 시간은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에요. 다른 BJ분들 중에는 8시간, 10시간 넘게 방송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는 3시간 반에서 4시간 반 정도를 지키는 편이에요. 방송 외에도 외부 활동도 많다 보니까 몸 관리의 필요성도 느끼고요, 길게 하다 보면 방송이 루즈해지는 경향도 생기더라고요. 제가 루즈해지면 시청자들도 재미없어하니까 딱 그 시간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3시간 반, 4시간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이야기하면 힘들긴 하죠. 방송 끝나고 기절하다시피 소파에서 잠들 때도 있어요. 씻지도 못하고. 그런 경우 많죠.


- 오래 방송하다 보면 막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돌파하시나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프거나 해서 텐션이 떨어지잖아요? 분위기가 루즈한 상태에서 방송을 끌고 가는 것도 시청자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방송을 종료하거나 억지로라도 텐션을 높여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방송 내용은 전적으로 혼자 구성하나요?

 네. 물론 콘텐츠 같은 경우는 매니저님에게 도움을 받아서 하기도 하고요.


- 합방, 브이로그 등 다양한 방송을 하셨는데, 지금까지 했던 콘텐츠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요?

 전 합방할 때가 재밌는 것 같아요. 저 혼자 방송하면 가끔 텐션이 낮아질 때가 있는데 확실히 다른 분과 방송을 같이 하다 보면 실제로 이야기를 하니까 그 과정에서 재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 현타 오는 모습이 귀엽더라고요. 실제로 방송하다가 현타가 자주 오나요? (웃음)

 많이 오는 편이에요. 하하하. 방송 도중 제가 리액션 같은 걸 하는데, 그런 리액션을 내가 실제로 하게 될 줄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상상 못 했어요. 하하하. 시청자분들이 그런 리액션을 원할 때 가끔은 ‘아, 해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해드려야 하잖아요? 그럴 때 가끔 와요. (웃음)
 


- 원래 애교가 많으세요?

 ‘애교 부려봐’ 이렇게 판을 깔아주시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가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있는 편이지만요. 원래는 잘 못해요.


-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하는 게 스트레스가 될 것 같기도 해요.

 (한참 고민을 하더니) 과한 걸 요구하시는 경우가 그렇긴 한데, ‘살면서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전 재밌게 해요. (웃음) 그리고 저는 제가 매일 방송을 켤 때마다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매일 와 주실까' 이런 생각을 해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현타가 와요. ‘왜 나는 잘 못할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 자신에게 엄격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저는 일이 잘못되거나 하면 다른 사람,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저 자신을 자책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이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바뀌어야죠. (웃음)


- 남동생분이 있는 거로 알아요. 피드백 같은 걸 주나요?

 동생이 저와 이란성쌍둥이예요. 제가 유학을 해서 서로 오래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현실 남매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 같아요. 서로 많이 생각하고, 연락도 자주 하고, 걱정도 해요. 그래서 딱히 제게 피드백을 준다기보다는 연락해서 '안 힘드냐, 별일 없냐' 이렇게 말하는 편이죠, 제가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는 안 해요. 걱정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 가족들이 BJ 일에 반대 안 하셨어요?

 솔직히 많이 걱정하셨죠. BJ라는 직업은 자신의 이미지를 소모하면서 활동하는 것이라 ‘혹시 멘탈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이런 점에서 걱정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어 하니까 이해해 주세요. 저희 집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런 분위기가 아니에요. ‘이거 하고 싶어’ 그러면 ‘그래 해’,  ‘나 여기 가고 싶어’ 그러면 ‘다녀와’ 이런 분위기죠. 그래서 그렇게 큰 반대는 없었던 것 같아요.


- 다른 꿈을 꿨는데 BJ를 하게 되면 앞으로 그 일만 해야 하는 한계가 생겨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방송 초창기에 제가 힘들 때가 있었는데, '하지 말까?' 이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 ‘내가 언제 촬영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광고도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 활동들이 정말 재밌어요. 어느 순간부터 ‘이 길이 내 길이 되었구나’ 싶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 BJ 하기 전 일반인일 때도 그런 스카우트가 많이 왔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한 번도 없었어요. 애초에 그런 생각도 가져본 적도 없고요. 연예인, 유명인은 그냥 나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냥 조용하게 지냈거든요.


- 처음 방송 켜라고 했던 분은 요즘 뭐라고 하세요?

 잘 되는 거 보고 정말 좋다고 말해줬어요. 아직도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상 연예인과 같은 위치가 된 BJ라는 직업은 유명인들 중에서도 가장 대중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편이다.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이들의 반응을 충분히 모니터링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게다가 이런 콘텐츠를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못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해야 한다. 특히 실시간 스트리밍이 주력인 BJ들은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지녀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BJ는 매우 어려운 직업이다. 마이민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하기 위해 시청자 댓글을 읽고,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 마이민이라는 닉네임은 어느 분이 지었나요?

 제가 지었어요.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제 친한 친구들이 저를 ‘민댕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요. 김민댕 이렇게. 그래서 그걸 해볼까 하고 찾으니 이미 사용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럼 뭐로 할까 하다가 제가 캐나다에서 학교 다닐 때 영어 이름이 민이었어요. 민정의 '민'. 그래서 ‘나의 민’ 해서 '마이민'이라고 지었는데 잘 됐어요. 사람들이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고민하고 짓는 것보다는 딱 생각나는 거로 가야 해요. 하하하.


- 인방 여신이라고 불리는 닉네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 타이틀에 사실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웃음)


- 합방할 때마다 실물 예쁘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진짜 방송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요.

 아유~ 같이 있는데 '카메라가 더 나아요' 이렇게 말할 분은 없지 않나요?


- 한두 명이 그러면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할 텐데 다들 그러니까요.

 잘 모르겠어요. 다들 좋게 봐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게 조금은 있어요. (웃음)


- 너무 유명해져서 불편한 점은 없나요?

 아직은 제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요 제 행동을 조금 조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길 가다가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사실 조금 그런 것들이 두려워서 집에서 나가지 않고 지내는 편이에요.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못 나가기도 하고요. (웃음) 친구와 술을 마시더라도 집에서 조용하게 마셔요. 사람들의 관심이 많으면 가치가 더 커지는 직업이 BJ라고 생각하고 그 관심을 고맙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 관심이 방송이 꺼지고서도 BJ 마이민이 아닌 김민정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직 개인적으로 우려와 걱정이 있어요.


- 아직 학생인 친구분들도 많죠

 반반인 것 같아요. 학생도 있고, 취업한 친구도 있어요. 스물네 살이니까요.


- 먼저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사회생활 꿀팁 이런 거 조언을 구할 것 같아요.

 아니요. 구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보면 재택근무고, 저 혼자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저는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은 실제로 고객을 만나서 응대하잖아요? 저와 분야가 달라서 그런지 저한테 조언을 구하진 않더라고요.


- 친구들 만나면 BJ 관련 이야기 많이 해요?

 친구들이 종종 물어보고, 이야기 하다 보면 나오게 되죠. 저도 처음에는 BJ 하면서 힘든 점이나 고민을 친구들에게 많이 털어놨는데 언제부터인가 잘 안 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이 보통의 직장인이다 보니 제가 겪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이야기를 자주 꺼내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친구들이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 그럼 다른 BJ분들과 일 관련해서 이야기하시겠네요.

 BJ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BJ는 BJ와 친해질 수밖에 없고, BJ의 힘든 점은 BJ만 이해할 수 있다고요. BJ들은 고민 상담을 서로 하죠.


- 그분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생각한 게 있다면요?

 제 주변에서 많이 해주시는 말이 있어요. ‘민정아 넌 절대 BJ 만나지 마라’. 하하하. 그 이야기 항상 듣네요. 사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네가 지금 하는 고민은 신입 때 하는 고민인데, 그건 나중에 돌아보면 사실 별거 아니니 그렇게 깊게,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넘겨’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BJ분들 대부분이 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 이번에 신인상 탈 거 예상하셨죠?

 솔직히 말하면 예상했어요. 그런데 욕심은 안 냈어요. 그냥 받을 것 같았는데 진짜 받았네요. 하하하.


- 멘트도 준비한 티가. 하하하.

 멘트도 준비했어요. 그리고 신인상이 미리 발표가 나서 알고 있었어요. 소감 같은 거 준비할 때 옆에 메모장 띄워 놓고 읽었죠. (웃음)


- 읽는데 울컥 하시는 느낌이었어요.

 네.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까 울컥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다들 울컥하시는 것처럼 저도. (웃음)


- 그래서 올해 방송이 조금 더 부담될 것 같아요. 어쨌든 신인상 타이틀이 있으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상을 받으니 오히려 부담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아, 상을 받았으니 '잘해야지' 이런 책임감은 있어요. 하지만 ‘나 또 상 받아야 해’ 이런 부담감은 없어요. ‘올해도 작년에 한 만큼 하되, 조금 더 열심히 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가 또 상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 나이가 어린데 되게 초탈한 느낌? 한번 회사에서 시달리고 퇴사한 느낌? 이런 느낌이에요. 애어른 이런 이야기 듣죠?

 네. (웃음) 들어봤어요. 그런데 BJ 하면서 조금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BJ 하면서 성격이 바뀐 건 있어요. 사석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말도 전보다는 준 것 같아요. 과거의 제가 가족들, 친구들한테 찡찡대고 투정부리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제 걱정이 그분들의 걱정이 되는 것에 마음이 좋지 않아서 아무 말 안 하고 혼자 감내하는 편이에요.


- 그렇게 쌓이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사실 풀리지는 않아요. 푸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요. 그냥 자는 것밖에 없어요.


- 자면 마음이 괜찮아져요?

 사실 제가 불면증이 좀 심해요. 이번 주도 일주일 동안 10시간도 못 잔 것 같네요.


- 많이 주무세요. 그래야 스트레스가 좀 풀려요.

 다음 주 월요일(18일)부터 장기 휴방을 해요. 제 소원은 잠 8시간 안 깨고 푹 자는 거예요.


- 제가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화제를 바꿔서. (웃음) BJ 하고 후회했던 적이 많이 있나요?

 있죠. 하하하. 스토커 있었을 때. 그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힘들어하니까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아, BJ 하지 말걸’ 이런 생각도 했어요. ‘처음 방송해서 잘 됐을 때 거기까지만 하고 '아, 맞다 옛날에 나 그런 일이 있었지.' 이렇게 첫 방송을 추억으로 남겨두고 공부해 대학교 갈 걸’ 이렇게 느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
 


- 그래도 BJ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BJ 하면서 다양한 일을 하고, 거기서 오는 재미를 느껴요.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외부 활동이 많아지고, 다양하게 의뢰가 들어오잖아요? 어떨 때는 제가 BJ를 하고 있고, 어떨 때는 제가 광고 촬영하는 모델이 되어 있고, 지방 홍보 촬영을 가면 인터뷰하는 리포터가 되어 있더라고요. 전 이런 것들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요.


- 쇼핑몰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친구와 같이 사는데, 그 친구가 옷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저도 방송하다 보면 매일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잖아요? 시청자분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요.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쇼핑몰을 하는 건 어떨까?’ 이야기가 나왔어요. 16일에 오픈했어요.


- 마이민 검색했더니 아동복이 나오더라고요.

 아, 그 회사는 아니에요. (웃음) 저희 회사는 '디어민'이라고 해요. 마이민, 나의 민정' 처럼 '민정이에게'라는 식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사실 제가 지은 게 아니라 친구가 지었어요. (웃음)


- 그럼 모델도 직접 하시는 거예요?

 네. 저도 있고, 친구도 있고요. 저는 주로 방송에서 입고 나와요. 사실 여자 팬분들이 인스타그램 DM이나 채팅으로 어떤 옷을 입는지 궁금하다며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하게 된 것 같아요.


- 본격적으로 메이크업 콘텐츠 하실 생각 없느냐는 댓글도 많더라고요.

 사실 정말 많아요. 저는 그런데 이런 느낌이에요. ‘내가 굳이?’ (웃음) 제가 화장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크리에이터 분들 중 화장을 정말 잘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분들 사이에서 내가 경쟁력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좀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유튜브 댓글을 자주 보는데, 왜 유튜브를 안 키우느냐는 이런 댓글이 많았어요. 안 키운다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할지 제가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해 못 하고 있었죠. 그런데 댓글을 보니 다 미용 쪽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것도 맞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는 메이크업 영상을 올려보려고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 메이크업에는 혹시 관심이 있었나요?

 아뇨. 전혀요. 하하하. 생각이 없었어요.


- 시청자 생각을 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관심이 없으면 안 해도 되는데 팬들이 원하니 한다는 마음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해야죠. 그분들을 계속 제 곁에 있게 하려면 해야 해요.


- 팬들이 떠날까 봐 두려우신가요?

 그렇죠. 제 직업이 사실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직업이잖아요?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고, 언제 시청자분들이 떠날지도 모르고. 그래서 매번 와주시는 분들 보면 고마워요. 항상. 그분들께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 조만간 실버 버튼 받으실 것 같은데 이벤트 준비하고 있나요?

 그건 스태프분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팬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팬분들이나 주변 분들을 챙기는 데는 조금 미숙한 면이 있어요. ‘잘해야지’ 항상 마음으로는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챙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주변에 많이 물어본 다음 이벤트를 생각해보려고요. 실버 버튼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 자퇴하셨다고 했잖아요. 그때 뭘 전공했어요?

 호텔경영학이요. 한국에서 공부했어요.


- 왜 자퇴를 하신 건가요?

 애초에 편입을 목적으로 진학했던 거라 사실 그 학문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편입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은 거죠. 그래서 자퇴하고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게 낫겠다 생각이 들어서 자퇴한 거예요. 원래는 올해부터 다시 대학 갈 준비를 하려고 했어요. 저는 공부 욕심이 큰 편이에요. 1월부터 하려고 했는데 일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지금은 방송에 집중하려고요. 그래도 공부를 포기할 생각 없어요.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요.


- 사실, BJ가 대중적인 직업도 아니고, 편견도 많은데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이기도 해요.

 그렇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얘네는 방구석에서 말하는 것밖에 없네’ 이런 편견을 바꾸고 싶어요. 제가 BJ가 되고 뿌듯했던 적이 있어요. 지방에서 홍보 촬영을 해달라는 의뢰가 왔었어요.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받고 3~4시간 가서 촬영하고, 3~4시간 차 타고 서울 올라오면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정말 재밌어요. BJ가 자극적인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야외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 BJ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것 만은 말해주고 싶다면요?

 BJ는 많은 분이 원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크리에이터를 장래희망으로 꼽더라고요. 그런데 이 분야도 나름의 고충이 있답니다. (웃음)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에요. 운도 따라줘야 하고, 노력도 있어야 해요.


- BJ가 되려면 이건 갖추라고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강철 멘탈이요. (웃음) 이건 무조건이에요. 저는 그게 덜 갖춰져서 많이 힘들어하는데 진짜 마음을 굳건히 다지고 BJ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BJ를 안 좋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심지어 제 방송에 와서 좋지 않은 말을 하시기도 하죠. 그때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네가 방송 켜봐'. 그런데 막상 켜는 분이 한 분도 없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강철 멘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도 강해진 편인데 아직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죠. (웃음)


- 다들 아는 거죠. 말은 쉽게 하지만, 사실 도전하기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거라는 걸요.

 뛰어드는 건 쉬워요. 그런데 위로 올라가는 건 힘들죠. 엄청난 레드오션이거든요. 사실 제가 방송이 잘 되고 나서 절 보고 방송 시작한 주변 분들이 서너 분 정도 계세요. 진짜예요. 모두 잘 되는 편은 아니에요. 심지어 한 분은 제가 잘 되는 걸 보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BJ를 시작했죠. '쟤 뭐야? 쟤가 하면 나도 하겠는데?' 이렇게 도전했다가 잘 안 되고 계시죠.


- 그분들이 '어떻게 하면 시청자 늘릴 수 있어?' 엄청 물어볼 것 같아요.

 물어봐요. 그런데 저도 그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 마이민 씨가 아까 방송이 잘 된 게 '운'에 있다고 했어요. 본인의 인기 비결에서 운과 실력을 배분한다면요?

 전 50대 50인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운이 좋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마음먹고 BJ 한다며 장비 다 갖춰 놓고 시작했다면 전 솔직히 이렇게까지는 안 되었을 것 같아요. 별 생각 없이 그 타이밍에, 그 날짜에 방송을 켠 건데 잘 된 거에요. 운도 굉장히 필요한 것 같고, 이 운을 끝까지 가지고 가려면 그만큼 노력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 노력이 힘들죠?

 저보다 더 많이 노력하시는 분들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그분들은 방송이 끝나도 방송 생각만 하세요. 자고 일어나서도 방송 생각만 하시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는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생각이 들어요.


- 롤모델이 있다면요?

 그 질문 며칠 전에도 받았는데요, 정말 없어요. BJ분들 중에 정말 좋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데 롤 모델이 없는 이유는 제가 그분들처럼 하려고 해도 그분들의 스토리를 제가 다 알지 못하잖아요. 제가 그분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저는 알아요. 물론 비슷하게는 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분들만큼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람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내가 잘하자'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롤모델이 없어요. 누구처럼 되자 이거보다는 저는 그냥 제가 될래요.


- 와, 그 말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웃음)


- 오늘의 TMI를 알려주세요. 저 이 질문 좋아해서 항상 물어봅니다.

 아, 갑자기 되게 부담되네요. 하하하. 저 오늘 얼굴이 너무 부었어요. 진짜 심각하게 부어서 사진이 걱정되네요. 라면 먹고 자도 안 붓는데 제가 잠을 못 자면 진짜 심각하게 부어요. 그래서 요즘 좀 얼굴이 부어 있어요.


- 오늘은 꼭 10시간 주무세요.

 아이고, 방송해야죠. 하하하.


-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 할 콘텐츠 하나만 알려주신다면요?

 유튜브 콘텐츠는 화장과 미용 쪽으로 무조건 할 것 같고요, 도전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요. ASMR이요. 어떤 반응이 올지 잘 모르지만요.
 

 

사진제공 = 마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