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경호했던 베트남 장갑차, 알고보니 한국산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경호하기 위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냈다.[뉴스1]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경호하기 위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냈다.[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입국했을 때 베트남 보안 당국은 장갑차까지 배치해 경호작전을 펼쳤다. 이때 투입된 장갑차는 한국에서 건너온 사실이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정상회담 경호에 투입된 장갑차 영상을 봤다"며 "우리 회사에서 수출한 제품이 맞다"고 답했다.

장갑차는 밀착 경호를 펼쳤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북부의 동당역을 출발해 하노이 메리아 호텔에 도착하는 2시간 동안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베트남 보안 당국이 배치한 장갑차는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을 경비하는 경찰특공대 전술팀 장갑차 ‘S-5’와 같은 기종이다. 

국내 업체가 베트남 경찰에 수출하는 장갑차를 대형 트럭으로 운반하고 있다. [업체 홍보영상 캡처]

국내 업체가 베트남 경찰에 수출하는 장갑차를 대형 트럭으로 운반하고 있다. [업체 홍보영상 캡처]

국내 특장차 제조업체 S사에서 만든 장갑차인데 주로 대테러 작전에 투입된다. 두꺼운 장갑을 달아 7.62㎜ 기관총을 막아낼 수 있고, 런플랫 타이어는 구멍이 나도 움직인다. 장갑차 상부엔 12.7㎜ 기관총도 달아 공격 능력도 갖췄다. 병력은 12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데 시속 90㎞ 이상 속도를 낸다. 무한궤도가 아닌 바퀴를 달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베트남 경찰 당국은 지난 2014년 한국 S사로부터 6대를 수입했다. 장갑차를 인수한 뒤 각종 성능도 직접 실험하고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런 과정은 해당 업체 홍보 영상에 담겨있다. 

지난 2010년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상회의장인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야외주차장에 경찰장갑차가 배치됐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지난 2010년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상회의장인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야외주차장에 경찰장갑차가 배치됐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앞서 한국 경찰도 ‘G20 서울 정상회의 2010’를 앞두고 S사에 만든 같은 기종의 장갑차 2대를 도입했다. 이후 이 장갑차는 각종 대테러 작전 현장과 광화문 미국 대사관에서 목격됐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에는 신형 장갑차를 도입했는데, 경찰은 예전부터 때때로 장갑차를 미 대사관에 배치해 왔다”며 “테러 위협 수준과 주변 행사를 고려해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27일 오전에는 장갑차 대신 경찰 대형버스 7대 및 중형버스 2대를 미 대사관 담에 배치했다.

베트남 경찰 당국이 배치한 장갑차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당역에서 하노이 호텔까지 이동할때 근접 경호에 참여했다. [사진 뉴스1]

베트남 경찰 당국이 배치한 장갑차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당역에서 하노이 호텔까지 이동할때 근접 경호에 참여했다. [사진 뉴스1]

같은 기종의 장갑차는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21대)ㆍ말레이시아(4대) 경찰에도 수출됐다.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폭탄테러 사건 당시 출동해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전문가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독재 국가에서는 민주화 시위 등 각종 소요사태 진압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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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최근까지 해외파병부대에서 운영했던 장갑차는 국내 D사에서 제작한 기종이다. 독일 TM-170을 개조한 바라쿠다 장갑차로, 2003년부터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레바논 유엔국제평화유지임무(UNPKO) 동명부대 작전에 투입했다. 2018년 국산 최신 소형전술차량으로 대체돼 임무를 마쳤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