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거액의 사기 혐의를 받는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6)의 부모인 신모(61)씨 부부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제천경찰서는 16일 지인들로부터 수억원을 빌린 뒤 국외로 도주한 혐의를 받는 신씨와 그의 아내 김모(60)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신씨 부부는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하던 중 고교동창 등에 연대보증을 서게 하고, 물품대금 등을 갚지 않은 상태에서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떠났다. 지난해 11월 마이크로닷 부모의 ‘빚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었던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신씨 부부에게 피해를 보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는 15명으로 피해 금액은 약 6억원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 신씨 부부의 사기 사건은 해외 떠나기 직전인 1998년 5월 전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며 “사건 발생 당시 신씨 부부의 채무 능력과 재산상태, 피해자들의 진술, 증빙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기 혐의가 인정된 피해자는 8명”이라고 말했다. 피해액은 3억2000만원 정도다.
나머지 피해자들이 진술한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계자는 “법률 검토를 한 결과 은행대출 자료가 없거나 대위 변제내역, 현금을 빌려준 차용증 등이 명확하지 않은 피해 금액은 사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사건은 연예인 가족의 채무를 폭로하는 이른바 ‘빚투(나도 떼였다)’ 논란을 촉발했다. 다른 연예인 부모의 빚투 의혹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다”라며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실제 피해자의 증언과 피해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신씨 부부는 지난 8일 귀국 직후 제천경찰서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마이크로닷의 아버지 신씨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 수사를 받아왔다. 어머니 김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신씨는 귀국 직후 사기 혐의에 대해 “IMF 외환위기 시절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을 당시에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열심히 해결하러 들어왔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차용증을 써주지 않고 현금을 빌려줬거나, 곗돈 피해를 본 주민들이 많아 실제 피해 금액은 20억원에 달한 것”이란 주장하고 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