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수출규제에 맞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식품과 소형가전 등 공산품에서 의약품으로 번질 모양새다. 트위터나 유튜브 등 SNS를 위주로 한 일본 약과 대체 약에 대한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면서다. 약사단체까지 가세했다. 16개 시·도 약사회 중 전북을 시작으로 경남과 부산 등 현재까지 세 곳의 지역 약사회가 불매운동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 수출제한 조치 철회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14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수철(41) 약사는 “2주 전쯤 카베진 등 판매대에서 뺄 수 있는 일본 약은 다 뺐다”며 “A4 용지에 일본 제품을 쓰지 않는다고 붙여놨고, 환자들이 찾는 경우 이해할 수 있게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북과 경남약사회 등이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전북약사회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모든 일본 제품과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북약사회는 회원들에게 불매운동 참여 독려 문자를 발송했고, SNS 등을 통해 협조를 구했다. 경남약사회 측도 “일본 의약품 판매와 소비를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석 경남약사회 회장은 “상임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했는데 대부분의 정서가 그렇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인 약사들도 이런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현직 약사로 구독자가 15만명에 이르는 인기 유튜버 약쿠르트는 지난 16일 일본 의약품을 대체할 품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본 약 알아보고 대체품도 알아보았습니다’란 제목의 영상은 22일까지 5만회가량 조회됐다. 영상에선 한국다케다제약의 알보칠(구내염 치료제)과 화이투벤(두통약), 액티넘(비타민)과 한국코와의 카베진(위장약) 등 인지도 높은 일본산 일반의약품과 대체 가능한 국산약이 소개됐다. 비슷한 콘텐트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구독자를 25만명 보유한 약사 유튜브 채널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에선 ‘약국서 판매하는 일본 제약회사 제품은’이라는 주제로 방송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정보를 블로그와 개인 SNS에 퍼나르며 동참을 독려한다. 서울 지역 맘 카페엔 “그동안 좋아했던 밴드 케어리브가 일본산이라 해서 알아보다가 하이맘밴드 고탄력이 괜찮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몇 개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대체품을 추천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유명 커뮤니티엔 ‘일본제품인 줄 잘 모르는 상비약 및 대체품’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멘소래담이 미국 것이었는데 1988년 일본 로토제약이 인수했다”며 “대체품으로 안티푸라민 로션을 바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제품 정보와 대체상품을 알려주는 사이트 ‘노노재팬’에도 일본 약과 대체 약을 상세히 소개됐다.
의약품 불매의 주된 타깃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다. 비율로만 따지면 약국에서 다루는 수백 가지 의약품 중 1~2% 수준이라 한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전북서 처음 성명을 냈을 때 반대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일 뿐 타 지역이 추가로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 차원에서 강요한 적이 없고 자발적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며 “일본 의약품을 대체하는 품목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먼저 대체 품목 구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개원의는 “환자에게 약이 잘 맞으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일반 약은 안 먹어도 리스크가 적지만 전문약은 다르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