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해도 안 떨어진다…심상찮은 카드 대출 연체율, 카드사태 수준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 연체한 비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 같은 대출에 손을 벌리면서다. 카드 대출 연체율은 두 달 연이어 3.4%를 기록했는데 20년 전 카드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 달 연속 3.4%…안 떨어지는 카드 대출 연체율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0월 말에 이어 11월 말에도 3.4%를 기록했다.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란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를 취급하는 시중·지방은행(카드사 겸업)에서 집계한 수치로, 고객이 하루 이상 원금을 연체한 비율을 뜻한다.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카드 대출 및 대납 광고물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카드 대출 및 대납 광고물이 붙어 있다. 뉴스1

 
이 연체율이 두 달 연속 3.4% 수준으로 치솟은 건 이례적이다. 통상 카드 대출금의 연체율이 올라가면 금융사가 부실 채권의 상각 및 매각을 통해 관리에 나선다. 이 때문에 특정 달에 연체율이 올랐어도 그다음 달에는 대체로 떨어진다. 두 달 연속 연체율이 높게 나온 것은 그만큼 대출 연체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2014년 11월 말에도 카드 연체율이 3.4%까지 오른 적은 있지만, 그다음 달에는 2.6%로 하락했다. 또 지난해 2월·5월·8월 말에도 관련 연체율이 3.4%까지 상승했지만, 다음 달에는 3.1% 밑으로 떨어졌다. 연체율이 두 달 연속 3.4% 이상을 웃돈 것은 카드 사태 끝 무렵인 지난 2005년 7월 말(3.6%)~8월 말(3.8%)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강도 높은 대출관리, 고금리에 카드 대출로 ‘쏠림’

최근 카드 대출금 연체율이 높아진 건 역설적으로 강도 높은 대출 관리 때문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내세운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곳이 없게 됐다. 은행연합회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35점으로 지난해 1월(929.4점)보다 5점 이상 올랐다.

그나마 서민 대출 창구 역할을 했던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출 창구를 쉽사리 열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중·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逆)마진의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106조2555억에서 지난해 11월 말 97조1075억원으로 1년 새 8.6% 급감했다.


이 때문에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론 등에 손을 댔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에는 1%대를 유지하던 일반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1월 말 3%로 올라선 이후 최근까지 3%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관리가 잘되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카드)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말 평균 1.53%를 기록하며,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이들 연체율마저 2021년 말(평균 0.8%) 이후 3년 연속 상승 중이다.

“경기 둔화로 연체율 상승, 대손 비용 확대”

통상 연체율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상승세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크다. 최근 골이 깊어진 내수 부진으로 대출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이 신용카드 대출로 많이 몰린 만큼, 연체율 상승세가 앞으로 더 급격히 나타날 수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카드사 자산 건전성 지표 저하에 대한 경계감이 존재한다”면서 “특히 지난해 카드사들의 자산 증가에 카드론 증가가 영향을 크게 준 만큼 향후 경기 둔화 장기화는 연체율 상승과 대손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