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버트할리 집행유예 구형···눈물의 최후 변론 들어보니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로폰 구매 및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 심리로 열린 하씨의 첫 공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기는 하나 초범이고, 하씨가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설명했다.  

하씨는 최후 변론에서 제기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국민들을 실망하게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과드리면서 죽을 때까지 반성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인생을 생각하니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어렸을 때 모범적인 학생으로 살았고, 모범적인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모범적인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순간적인 잘못으로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 실망을 줬다. 아들이 아빠를 존경하는데 그마저 다 잃었다”고 말했다.

하씨 측 변호인은 “초동수사때부터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외국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이사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범행으로 인해 미국에서 비자취소결정을 받아 위독한 어머니를 만나지도 못하고, 임종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씨는 지난 3월 중순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필로폰 1g을 구매한 뒤 같은 날 외국인 지인 A씨(20)와 함께 투약하고 이후 4월 초에 홀로 한 차례 더 투약했다. 하씨는 지난 4월 하씨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하씨 집에서 마약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 등을 확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하씨와 함께 기소된 외국인 지인 A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와 하씨는 한 달에 두 번가량 만나 술 마시는 친구 사이였다”며 “A씨는 구매한 것이 필로폰인지와 투약하는 방법도 몰랐다. 하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씨는 재판이 열리기 전 법정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구형 이후에는 “모든 국민에게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하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8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