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김경록 기자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향군)이 29일 계획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초청 안보강연을 갑자기 연기했다.
향군은 28일 “최근 급변하는 안보 상황과 관련해 (해리스 대사의) 초청강연 시기를 잠정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행사 추진 과정에서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29일 오전 11시부터 전쟁기념관 크리스탈볼룸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강화’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향군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강연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하려 했던 것인데 사정상 계속 미뤄졌던 것”이라며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처를 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에 이런 뜻을 전했는데, 해리스 대사 측도 ‘민감한 상황에서 강연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다시 일정을 논의하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ㆍ미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면서 향군과 해리스 대사 양측이 강연 연기를 택했다는 얘기다.
해리스 대사의 강연 연기는 한ㆍ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놓고 미국이 한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가운데 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해리스 대사를 잘 아는 외교가 관계자는 “예비역 해군 제독인 해리스 대사는 외부 강연에서 솔직한 의견을 말하곤 했다. 최근 한ㆍ미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을 분명히 언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