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마디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밤 8시 30분 미국 뉴저지주의 뉴어크 국제공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사건은 뉴어크 공항 A터미널 30번 게이트에서 시작됐다. 알래스카 항공 소속 여성 승무원이 갑자기 비상벨을 누르더니 "대피하라"고 외친 것이다.
비상벨이 울리는 순간 A터미널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승객은 의자 밑으로 긴급히 몸을 숨겼고, 일부는 짐을 버리고 공항 활주로까지 뛰어나갔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승객들은 승무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또 탑승 수속은 중단됐고 경찰에 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현장에서 탑승 대기 중이던 데이비드 롬다르디는 "'대피하라'는 말을 듣자 마자 총기난사범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의자 밑으로 숨었고, 다른 사람들은 터미널 밖으로 질주했다"며 공포의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소동으로 뉴어크 공항에 착륙한 일부 항공기 승객들도 내리지 못한 채 기내에서 발이 묶였다.
다행히 이날 공항에는 총격이나 테러 등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항 당국과 경찰 등이 출동해 조사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항은 30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일부 승객들의 보안 검색이 더 강화됐다.
소동의 원인을 제공한 승무원은 탑승 수속을 준비하던 중 2명의 남성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뒤 이같은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2명의 남성이 승무원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남성들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여객기 탑승이 허용됐고, 승무원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알래스카 항공 측은 이날 소동과 관련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NYT는 이날 소동이 최근 잇따른 총기난사 사고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 있던 승객 데이비드는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총기난사범'을 떠올렸다. 우리는 총기 난사범이 어디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연이어 총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첫 주말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30명이 사망했고, 지난달 31일에는 텍사스 주의 한 도로에서 한 남성이 무차별 사격을 가해 7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또 지난달 6일 밤에는 뉴욕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굉음 소리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총성으로 착각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소동으로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