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영화가 달라졌다. 해마다 이때면 등장했던 전통 강호 대작 사극이 올 추석엔 자취를 감췄다. 대신에 몸집을 줄이고 친숙한 흥행 코드로 무장한 오락영화 세 편이 11일 일제히 개봉한다. 차승원 표 감동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도박 만화를 토대로 한 ‘타짜’ 시리즈 3편 ‘타짜: 원 아이드 잭’, 마동석 주연 범죄 액션물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지난해 사극 ‘물괴’ ‘명당’ 등 묵직한 대작들이 흥행에 참패한 여파일까. 심각한 주제 대신 가벼운 웃음을 버무린 것도 공통점이다. 익숙함이 자칫 진부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석 극장가를 찾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사진 NEW]
◆추석에는 코미디=‘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으러 갔다가 울고 나오는 한국형 감동 코미디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지적 장애가 있는 칼국수집 미남 요리사 철수(차승원)가 갑자기 나타난 어린 딸(엄채영)을 쫓아 대구에 가게 되는 소동극에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 얽힌 인물들의 아픈 사연을 엮어냈다. 데뷔작 ‘럭키’로 697만 관객을 끈 이계벽 감독이 차승원과 뭉쳤다.
그러나 웃음의 신선도는 아쉽다. 조폭 등 험상궂은 사내들이 반전 매력을 드러내는 등 ‘럭키’가 이미 보여준 웃음코드가 그대로 보인다. 반면 온 세상의 선한 기운을 다 끌어모은 듯한 후반부 감동의 강도가 만만찮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화투 대신 포커판=‘타짜: 원 아이드 잭’은 추석 시즌마다 흥행 불패를 달성한 ‘타짜’ 시리즈 3편이다. 이번엔 포커 판이다. 주인공은 ‘흙수저’ 공무원 지망생 도일출(박정민). 아버지가 전설의 타짜 짝귀(주진모)인 줄 꿈에도 모른 채 포커판에서 생활비를 벌던 그는 또 다른 타짜 애꾸(류승범), 제비족 까치(이광수) 등과 50억원대 도박판에 가담하지만, 의문의 여성 마돈나(최유화)로 인해 위험에 빠진다. 4년 전 데뷔작 ‘돌연변이’로 주목받은 권오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정민이 촬영 6~7개월 전부터 카드마술사와 연습했다는 화려한 손기술 등은 볼거리지만 긴장감은 전편보다 덜하다. 그 공백을 신체 훼손 등 잔혹한 폭력묘사로 채웠다. 총제작비는 110억원으로 올 추석영화 세 편 중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2006년 1편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대세 마동석의 액션=‘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복역 중인 죄수들과 악질 형사가 뭉쳐 더 나쁜 악당들을 소탕하는 액션물이다. 2014년 TV로 방송돼 인기를 누린 동명 시리즈의 극장판이다. 교도소 호송 차량이 전복돼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자, 오구탁(김상중) 반장은 여전히 수감 중인 조폭 박웅철(마동석) 등과 다시 ‘특수범죄수사과’를 꾸린다. 무난한 액션 영화로는 즐길 만하다. 마동석의 단순 명쾌한 액션뿐 아니라 새로 합류한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다혈질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도 적절히 몫을 해낸다.
나원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