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2도움…챔피언스리그 치받은 ‘성난 황소’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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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황희찬이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희찬이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얼마나 멋진 성과인가. 계속 전진하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희찬(23·잘츠부르크)이 18일(한국시각) 인스타그램에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 남긴 글이다. 1골·2도움의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 ‘#꿈’ ‘#현실’ 등의 해시태그도 붙였다.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공격수 황희찬은 이날 홈에서 열린 2019~20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 헹크(벨기에)전에서 맹활약하며 6-2 대승에 기여했다. 잘츠부르크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승리는 1994~95시즌 이후 25년 만이다.
 
투톱 중 한 명으로 나선 황희찬은 2-0으로 앞선 전반 36분 골을 터뜨렸다. 동료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찔러준 패스를 문전 쇄도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서 골을 넣은 세 번째 한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05년에, 손흥민(토트넘)이 2014년에 각각 챔피언스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황희찬. [AP=연합뉴스]

경기 내내 상대 수비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황희찬. [AP=연합뉴스]

황희찬은 전반 35분 역습 상황에서 몸싸움 끝에 볼을 차지한 뒤 침투 패스로 골을 도와 첫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45분에도 땅볼 크로스로 도움을 추가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저돌적인 황희찬은 별명이 ‘황소’다. 이날도 기회만 생기면 저돌적으로 상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었다. 재밌는 점은 소속팀 잘츠부르크 엠블럼에 ‘성난 황소’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의 평점을 만점인 10점으로 매겼다. 해트트릭한 황희찬의 팀 동료 엘링 홀란드(19·노르웨이)가 9.5점이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던지 몸에 열이 나 잠까지 설쳤다. 황희찬과 가까운 인사는 “희찬이가 그쪽 새벽 시간에 ‘잠을 못 자겠다’고 전화를 해왔다”고 전했다.
 
‘성난 황소의 진격’, 그 비결은 뭘까.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황희찬을 뽑았던 신태용(49) 전 대표팀 감독은 “투박해 보여도 속된 말로 ‘말 근육’이라 파워가 있다. 키가 1m77㎝인데 1m90㎝ 수비수를 상대로 1대1 돌파를 한다.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손)흥민이와 달리, 희찬이는 공을 치고 달리면서 가속이 붙는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고교(포항제철고) 시절 100m를 12초대에 뛰었다.
신태용 전 감독이 말한 말근육은 순간적으로 힘을 내기 좋지만, 부드럽지 않아 잘 찢어진다. 김기백 유나이티드병원 스포츠재활팀장이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사진 잘츠부르크 트위털]

신태용 전 감독이 말한 말근육은 순간적으로 힘을 내기 좋지만, 부드럽지 않아 잘 찢어진다. 김기백 유나이티드병원 스포츠재활팀장이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사진 잘츠부르크 트위털]

 
황희찬은 팀의 궁합도 잘 맞는다. 구단 모기업 레드불(오스트리아 음료회사)은 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독일), 뉴욕 레드불스(미국) 등지에 5개 팀을 보유하고 있다. 한결같이 강력한 압박을 펼치고, 공을 빼앗기면 5초 안에 되찾아오고 등의 선 굵은 직선 축구를 한다. 황희찬이 장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다. 6월 잘츠부르크를 맡은 제시 마치(미국) 감독도 뉴욕 감독, 라이프치히 코치를 거쳤다.
 
지난 6일 축구대표팀 소속으로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나서 부진했던 황희찬. 18일 소속팀에서는 주포지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펄펄 날았다. [사진 잘츠부르크 트위터]

지난 6일 축구대표팀 소속으로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나서 부진했던 황희찬. 18일 소속팀에서는 주포지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펄펄 날았다. [사진 잘츠부르크 트위터]

황희찬은 지난 시즌 독일 함부르크로 1년간 임대됐고, 2골·2도움에 그쳤다. 그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힘들 때 그의 주변은 친구들이 지켜줬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996년생 동갑내기 황인범(밴쿠버)·김민재(베이징)·나상호(도쿄), 1살 어린 백승호(다름슈타트)와 붙어 다니고 서로 의지한다”고 전했다. 테니스 스타 정현까지 포함해 이들은 비시즌에도 서울 잠실에서 함께 훈련과 풋살을 하고, 여행도 다닌다.
 
이날 경기장에는 스카우트 50여 명이 몰렸다. 황희찬은 올 시즌 8경기에서 5골·9도움을 기록 중이다. 앞서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6일 “토트넘이 황희찬 영입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황희찬의 에이전트는 손흥민과 같은 티스 블라이마이스터(독일)다.
 
발렌시아(스페인) 이강인도 이날 챔피언스리그 H조 1차전 첼시(잉글랜드) 원정경기에 후반 45분 교체 출전했다. 18세 6개월 30일 나이로 한국인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출전 신기록이다. 팀도 1-0으로 이겼다.
 
챔피언스리그 데뷔전 1골·2도움 비결은
①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일명 황소찬)
②100m 12초대(공 드리블 땐 더 빨라)
③발재간(1996년생 친구 황인범·정현 등과 풋살)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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