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맥주와 담배 등에 터무니없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마트 관계자는 일본산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고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액이 전달보다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자국 제품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보인다. 맥주뿐 아니라 한국에 수출되는 일본 주류 전체의 수출액이 급감했다.
지난 7월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식자재마트에 당분간 일본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27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8월 무역통계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산 맥주 수출액은 지난 7월 6억3943만엔(약 71억원)에서 5900만엔(약 6억5,5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한 달 사이에 수출액이 무려 92.1%나 줄어든 것이다. 일본 맥주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에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지난달11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점 입구에 '일본산 주류(사케)를 판매해 죄송하며 더 이상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뉴스1]
이 뿐 아니라 일본에서 ‘니혼슈(日本酒)’로 불리는 청주(淸酒)도 지난달 한국에 7510만엔(약 8억3400만원) 정도 수출됐다. 전달(1억1520만엔·약 12억 7900만원)보다 34.8%나 감소한 수치다.
물론 무역 통계 분석에 쓰이는 ‘전년 동월 대비’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라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급감 현상에는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 폭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게 미쳤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실제로 NHK는 일본 식품 및 음료의 지난달 한국 수출액에 대해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40.6% 감소했다”고 전했다.
국내 통계로도 이 같은 변화는 알 수 있다. 지난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체 수입 맥주 중에서 13위였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8월(756만6000달러)에 비하면 3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벨기에 맥주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일본 맥주는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제치며 1위 자리로 오른 이후 올해 6월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수입액이 434만2000달러로 벨기에와 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브랜드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프랑스(29만7000달러·10위)와 멕시코(25만5000달러·11위), 홍콩(24만4000달러·12위)에도 밀려났다. 지난달에는 중국 맥주가 462만1000달러어치 수입되며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맥주는 최근 칭따오 등 브랜드의 인기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