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키 169㎝에 몸무게 115㎏으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40.3인 초고도비만이다. 이씨가 중학생일 때 부모가 이혼했다. 이씨는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늘 혼자 지냈다. 가정 형편 탓에 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했다. 일자리 구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은둔하다시피 지냈다. 비만으로 지방간이 왔고 우울증이 생겼다.
성인 36%가 비만, 젊은층 유병률 높아
지난해 한국 성인 10명 중 4명꼴(35.7%)로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 30대 젊은 층(36.8%)이 더 높다. 대한비만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해 10일 비만율을 공개했다. BMI 25이상이면 비만, 30이상은 고도비만, 35이상은 초고도비만이다.

최근 10년간 비만 유병률. 그래픽=김영옥 기자yesok@joongang.co.kr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심혈관·뇌혈관 질환, 당뇨병, 대장ㆍ유방ㆍ간 등 8가지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만=병’으로 보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자기 관리를 잘못해 생긴 개인 문제로 치부한다. 중앙일보는 ‘비만 예방의 날(11일)’을 맞아 비만인 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비만→우울증·대인기피증→비만 심화’의 악순환을 호소했다.

지난 7일 초고도비만 환자 이모씨가 서울 한 병원에서 체형 진단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청년 비만과 만성질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에 사는 신모(34)씨는 쌍둥이를 출산한 뒤 몸무게가 94㎏(BMI 35.4)으로 늘었다. 신씨는 “어디를 가도 주변에서 동물을 보는 듯한 불쾌한 시선을 받았다. 식당에 가거나 버스를 타면 ‘옆자리에 안 앉았으면’ 하고 바라는 듯했다”고 말했다. “비만이 된 데는 나름의 사연과 아픔이 있을 텐데 주위 시선이 두려워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재현 외과 전문의는 “비만 환자는 자신감이 떨어져 대인기피로 이어진다. 은둔하다 가족·친구 손에 끌려 병원을 찾는 20~30대가 많다”고 말했다.
WHO는 1996년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자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비만 종합대책을 내놨다. 한해 1071억원을 쓴다. 지난해 의료비 지출의 0.15%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비만 대책은 주로 인식개선 교육과 캠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큰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제한적으로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연간 70억~90억원 쓴다.
김대중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심한 비만환자만 수술 치료를 지원하는데, 이는 불 난 다음에 불을 끄려는 격"이라며 “진찰료·검사료 등의 예방 진료와 비만치료제에 건보를 적용해야 저소득층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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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ㆍ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