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 명의 휴대폰으로 대출…누가 갚아야 할까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12)

전자 통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전자금융거래가 금융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아예 방문하지도 않고서도 계좌 개설은 물론 대출받는 것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생활이 무척 편리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결을 소개합니다.



사례
K뱅크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은행업 인가를 받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K뱅크는 고객이 직접 방문을 하지 않고서도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방식으로 예금계좌 개설과 대출거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K뱅크는 ① 휴대폰 본인인증, ② 신분증 촬영 및 전자적 방법에 의한 촬영된 신분증 사본의 제출, ③ 일정 기간 이전에 고객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은행 예금계좌를 통한 확인(고객의 다른 은행 기존 계좌에 1원을 송금하면서 입금자명을 임의의 인증 단어 4글자로 표시한 다음 그 인증 단어를 입력하게 하는 방법) 등 3가지 단계를 거쳐 본인이 확인된 경우에만 거래를 승인하고 있다.

A는 신용불량자인 아들 B를 위해 자신의 명의로 스마트폰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아들 B가 사용하게 했다. 아들 B는 ① A가 개통하여 준 휴대전화를 이용해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고, ② A의 주민등록증 원본을 촬영한 사진 파일을 전송하고, ③ A에게 용도를 숨기고 A의 OO 은행 계좌로 1원이 입금되면서 표시된 인증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어 인증 단어를 알아낸 후 단어를 입력하는 등 3단계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거래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아들 B는 아버지 A 명의로 200만 원을 대출받아 인출했다. 아들 B가 몰래 대출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된 A는 K뱅크가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금 채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자금융거래에서의 본인 확인 절차

대면 거래는 육안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지만, 비대면 거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사진 pixabay]

대면 거래는 육안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지만, 비대면 거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사진 pixabay]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에 대해 ‘이용자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종사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의사소통을 하지 아니하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는 거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직접 대면해 거래하는 대면 방식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고 금융기관 직원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방식인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은행연합회 및 금융투자협회 비대면 실명 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 방안에 따르면 비대면 본인 확인 방식으로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 영상통화,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확인, ④ 기존 계좌 활용,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 ⑥ 타 기관 확인 결과 활용, ⑦ 다수의 고객 정보 검증 등의 방법을 나열하고 이중 ① ~ ⑤ 방식 중 2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중복·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K뱅크는 위 방법중 ①, ④, ⑥ 3가지 방법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제3자가 도용한 경우 명의자 본인의 책임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더라도, 명의자 본인을 속여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해킹 방법 등으로 제3자가 도용할 수 있습니다. 제3자가 도용하는 경우 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에도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 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은 제3자 도용의 경우 명의자가 작성했다고 볼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유효한 문서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제3자 도용에 대해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면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그 문서에 따른 법적 책임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제3자 도용에 잘못이 있다면 명의자 본인도 책임져야

최근에는 비대면 방식의 금융거래가 전체 금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진 pexels]

최근에는 비대면 방식의 금융거래가 전체 금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진 pexels]

 
사례의 경우 A는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거래를 하는 경우 영상통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은행 기존 계좌를 통한 본인확인 방법을 사용한 것은 비대면 본인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비대면 방식의 전자금융거래를 하려는 전자금융업자로서는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본인확인 조치를 다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명의자가 작성했다고 볼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K뱅크는 실명 확인 방식 중 ①, ④, ⑥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전자금융업자가 취해야 할 본인확인 조치 의무를 다 이행했고, 반면 A는 아들인 B에게 중요한 인증 단어를 알려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A에게 대출금 채무가 존재하다가 하면서 A에게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오늘날 비대면 방식의 금융거래가 전체 금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제3자의 도용으로부터 피해자 본의 보호할 필요성을 모두 고려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하겠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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