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성남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등번호 1번과 영문명을 새겨 선물한 유니폼이다. 최정동 기자
신태용(49)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손에 든 채 혼잣말을 했다. 신 감독은 호랑이 엠블럼이 가슴에 새겨진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후 18개월간의 야인 생활을 마치고 28일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감독 계약을 했다. 내년부터 4년간 A팀(성인대표팀), 23세 이하(U-23)팀, 20세 이하(U-20)팀을 모두 맡는다. 더운 현지 날씨에 맞는 여름옷을 챙기러 일시 귀국한 신 감독을 30일 경기 성남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내년 1월 5일 재출국한다.
이날 한 인도네시아 언론이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소식에 선수가 감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틀 전(27일) 계약식 당시 신 감독은 “아파 카바르. 나마 사야 신태용(안녕하세요. 저는 신태용입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취재 중이던 100여명의 현지 기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이 ‘선수들 마음을 열기 위해 현지어를 배우면 어떻냐’고 제안했고, 도와주면 기꺼이 배우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신태용 감독. 최정동 기자
인도네시아는 그에게 “미스터 신 하고싶은 거 다 해”라며 구애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2021년 U-20 월드컵 개최국이다. U-20팀까지 맡기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까지 나서서 “개최국이니 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3위 인도네시아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출전 중이다. 현재 5전 전패다. 신 감독은 지난달 월드컵 예선 말레이시아 원정경기를 현지에서 관전했다. 문제점이 뭔지 묻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에게 “65~70분이 지나면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전반에 좋았던 게 후반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해결 복안이 있을까.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 함께 갔던 이재홍 피지컬 코치를 데려가 체력을 강화하고, 현지 문화를 파악해 식습관도 조절하려 한다. 인도네시아인 코치 2명도 함께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31/fa311842-61b9-47c9-9220-f571dc1f0348.jpg)
신태용 감독이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의 A매치 데뷔전은 내년 3월 월드컵 2차 예선 태국전이다. 그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그 첫 단계로) 내년 1월 19세 이하(U-19) 선수 60명을 뽑아 훈련한다. 이들을 통해 10월 아시아 U-19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6월 4일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박항서(60) 감독의 베트남과 맞붙는다. 신 감독은 “박 감독님을 선생님으로도 모시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박 감독은 신 감독의 롤 모델이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7000만명이다. 또 동남아에서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 회견 당시 취재진 절반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왔다”며 “솔직히 부담은 크다. 그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