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성단체가 내달 9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이른바 '페미사이드'를 규탄하기 위한 단체행동이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cide)의 합성어로 여성혐오적 살해 사건을 가리킨다. 넓은 의미에서는 여성이 피해자인 모든 살인 사건을 뜻한다.
21일(현지시간) 멕시코데일리에 따르면 여성단체는 '세계 여성의 날' 이튿날인 내달 9일 멕시코 전역에서 '여성 없는 하루' 총파업을 진행한다.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하루 여성들은 학교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른다. 외식·쇼핑 등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온라인에는 이날 여성들이 한 푼도 써서는 안된다고 독려하는 글도 올라왔다. 멕시코 경제지 엘 이코니스타는 이번 파업으로 370억 페소(약 2조3000억원 )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움직임은 이달 유독 끔찍한 여성살해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8일 멕시코시티에서 25살 여성이 함께 살던 40대 남성의 손에 살해됐다. 잔혹하게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15일엔 7살 여아가 엄마 친구 부부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멕시코의 페미사이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멕시코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명의 여성이 살해된다. 지난해에만 여성 3800여 명이 살해됐고 그 중 1000명이 페미사이드 피해자였다. 지난 14일 BBC의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의 페미사이드는 계속 증가 추세이며 현재 멕시코 당국이 조사 중인 사건만 700건이 넘는다.
이번 여성 파업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들이 파업에 참여해도 징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올가 산체스 내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산티아고 니에토 금융정보기구 책임자, 아트루로 잘디바르 대법원장 그리고 모니카 페르난데스 상원 의원 등은 "여성 직원들은 이 운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