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 작전’ GS칼텍스, ‘어우흥’ 물었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단이 5일 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자부 최초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단이 5일 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자부 최초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여자 프로배구는 시즌이 개막도 안 했는데 벌써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 신드롬’이다. 흥국생명을 뺀 나머지 5개 팀은 이 신드롬에 맞서야 한다. GS칼텍스가 ‘미친개 작전’이라는 끈질긴 반격 전략으로 신드롬을 깰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GS칼텍스는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코보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0(25-23, 28-26, 25-23)으로 꺾고 우승했다. 컵대회 3년 만의 우승이자,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여자부 최다 우승 기록이다. 준결승까지 4경기를 무실세트로 승리했던 흥국생명은 정작 결승전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고개 숙였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2016년 말 부임한 이래 이른바 ‘미친개 작전’이라는 전술을 펼쳤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소리도 지르고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전술이다. GS칼텍스는 강소휘(23)·이소영(26)·안혜진(22)·문명화(25) 등 젊은 선수가 주축이다 보니 분위기에 크게 좌우됐다. 분위기를 바꿔 느슨해졌던 조직력을 끈끈하게 만드는 게 전술의 핵심이다.

흥국생명과 결승전에서 이 전술은 적중했다. GS칼텍스 선수들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이재영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냈다. 힘겹게 공을 건져 올린 뒤 이를 역공을 연결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미친개’처럼 뛰는 상대 앞에서 당황했다. 이재영에게는 목적타 서브를 집중해 힘을 뺐다. 김연경이 있는 쪽으로는 리그 최장신 메레타 러츠(2m6㎝)와 문명화(1m89㎝) 등 블로커를 집중적으로 세웠다.

김연경과 이재영은 계속 넘어오는 공을 수비하느라 자신의 공격 리듬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공격의 출발점인 서브 리시브 성공률에서 흥국생명(35.21%)은 GS칼텍스(42.86%)에 뒤처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점수가 되어야 할 공이 계속 넘어와 힘든 경기를 했다. GS칼텍스의 수비 집중력이 더 좋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집중 마크를 당하면 어쩔 수 없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강소휘는 “(김)연경 언니와 대결이라 정말 힘들었다. 25점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했는데, ‘미친개 작전’대로 공을 보고 악착같이 달려들었더니 이겼다”고 말했다. 결승점에서 14점을 올린 강소휘는 MVP로 뽑혔다.

이번 대회에서 현대건설,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등은 흥국생명을 맞아 힘 한 번 못 써보고 0-3으로 완패했다. 차 감독은 “배구도 사람이 하는 거다. 흥국생명에도 분명히 한 번은 위기가 온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준비했던 작전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친개 작전’이 다음 달 17일에 개막하는 2020~21시즌 정규리그에서도 계속 먹힐지는 미지수다. 박 감독은 “사흘 쉬고 다시 훈련해 부족한 점은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