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접종 5시간뒤 사망? "대전 80대, 숨지기 전날 백신 맞았다"

"CCTV 확인 결과 19일 병원 방문"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80대의 접종 날짜가 당초 알려진 20일이 아니라 19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대전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1일 대전시와 대전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구 관저동에 거주하는 80대 A씨는 지난 19일 오전 8시 55분쯤 집 근처 내과의원을 찾았다. 그는 오전 9시쯤 독감 백신 접종을 받고서 약 10분 뒤 의원을 나섰다. 앞서 대전시 보건당국은 A씨가 20일 오전 10시쯤 예방 접종을 한 뒤 5시간 뒤인 오후 3시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가족 "경찰이 20일 접종한 것으로 통보" 

 대전시 정해교 보건복지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A씨가 작성한 문진표에 날짜가 20일로 기재돼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정확한 방문 일은 19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해당 내과에도 문진표 말고는 다른 진료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정 국장은 이어 "A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됐다"며 "결과가 나오는 데는 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A씨의 차남(50)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오후 3시쯤 아버지 사망 사실을 확인하러 집에 온 경찰이 ‘예방접종을 한 날은 20일이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경찰 관계자와 시신 검안 담당자 등이 ‘사망 시간이 5~6시간은 지난 거 같다’고 해서 아버지가 백신을 맞은 지 1~2시간 만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차남과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는 “난 아침 일찍 일하러 가기 때문에 낮에는 아버지 혼자 지낼 때가 대부분이어서 백신 접종 날짜를 확인하는 데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의식불명 70대와 같은 백신 접종"

 A씨가 맞은 백신은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PT200801)로 확인됐다. 이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이 저하될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로트번호'(개별 제품보다 큰 단위의 제조 일련번호) PT200801은 대전에 7만410도스가 유통되면서 모두 2만3489명이 접종했다. A씨가 찾은 내과에서도 32명이 추가로 맞았으나, 모두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자 중 추가 이상자는 없어

 대전에서는 유성구 지족동에 거주 중인 70대 여성이 19일 오전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여성은 이날 오전 10시에 접종한 뒤 구토 증세를 보였고, 20일 오후 1시쯤 의식을 잃고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A씨와 제조회사는 같으나 로트번호가 다른 한국백신코박스인플루4가PF주(PT200802)를 접종받았다.

 PT200802는 대전에서는 14만172도스가 보급됐고, 5만1500명이 접종했다. 유성구 이비인후과에서는 90명이 추가 접종했으나 이 여성을 제외하고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해교 보건복지국장은 "기저질환이 독감백신 부작용과 관계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분 모두 접종 전 예진할 때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기재했다"며 "과거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해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정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