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한국계 쿼터백 머리, 애리조나 에이스로 진화

NFL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왼쪽)가 올 시즌 애리조나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사진 애리조나 인스타그램]

NFL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왼쪽)가 올 시즌 애리조나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사진 애리조나 인스타그램]

미국프로풋볼(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23)가 데뷔 2년 만에 에이스로 진화했다.
 
애리조나는 26일 NFL 7주 차 경기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를 연장 접전 끝에 37-34로 이겼다. 시애틀은 그전까지 5전 전승을 질주한 강팀이다. 머리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는 9년 차 베테랑 쿼터백 러셀 윌슨과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애리조나는 시애틀전 4쿼터 한때 24-34, 10점 차까지 뒤졌다. 머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머리는 터치다운 패스 3개를 포함해 360패싱야드를 던졌고, 직접 발로 뛰어 러싱 터치다운 1개를 성공시켰다. 'NFL 리서치 어카운트'에 따르면 머리는 러셀을 상대로 4쿼터 10점 차 이상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두 번째 쿼터백이 됐다. 다른 한 명은 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꼽히는 톰 브래디(탬파베이 버커니어스)다. 
 
지난 시즌 '올해의 신인 공격수'로 선정된 머리는 올 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덕분에 지난 시즌 5승(1무10패)에 그친 카디널스는 7경기 만에 5승(2패) 고지를 밟았다. 
 
머리는 NFL과 미국 프로야구(MLB) 모두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최초의 선수다. 머리는 고교 시절부터 야구와 풋볼을 겸업했다. 키 1m78㎝, 체중 94㎏의 머리는 정상급 풋볼·야구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지만, 민첩성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열세를 극복했다. 먼저 MLB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는 2018년 6월 1라운드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만 466만 달러(약 56억원).
 
MLB행 직후 상황이 달라졌다. 머리가 쿼터백을 맡아 이끈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이 지난해 12월 대학 풋볼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대학 풋볼 최고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MVP)’까지 수상했다. 결국 작년 2월 애슬레틱스 스프링캠프 참가를 포기하고 NF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와 계약했다. 애리조나와 4년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2359만 달러(약 285억원) 등 3516만 달러(약 425억원)를 보장받았다. NFL 전문가들은 머리가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 라마 잭슨(볼티모어 레이번스) 등과 같이 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쿼터백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다. 한국인과 흑인의 혼혈인 머리의 어머니 미시(45)는 결혼 전 이름이 ‘미선’이었다. 미시는 통신사 버라이즌의 전략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머리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한 뒤 “언젠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NFL 데뷔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참석해 화제가 됐다. 올 시즌 6주 차 댈러스전을 앞두고 'KOREA'가 크게 쓰인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은 원정 패션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머리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영문 ‘그린라이트(Green light)’와 한글 ‘초록불’이 나란히 적혀 있다. 선수 인생에 청신호를 켜겠다는 뜻. 한국계로서의 자긍심도 함께 담았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