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을 일주일 앞둔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성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책상 칸막이가 설치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울릉도 수험생들은 매년 포항으로 배를 타고 나와 수능 시험을 치른다. 수능일(12월 3일)이 며칠 남았지만, 기상 여건이 좋지 않으면 일주일 넘게 발이 묶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수능 일주일 전쯤 미리 포항으로 와서 '막바지 수능 대비'를 하는 게 전통이다.
포항으로 일찌감치 나온 울릉도 수험생들은 경북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포항 북구에 있는 라한호텔에 머물며 숙식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은 포항 해병대 내 시설인 청룡회관에 머물며 수능을 대비했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인원이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북도교육청이 장소를 바꿨다.
수험생들은 여벌 옷을 미리 챙겨야 하고 공부 환경이 달라지는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수능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수능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취재진 등의 접근도 일절 차단된 상태다.

공항이 들어설 울릉도 내 저동항 풍경. 항구 앞에 관광명소인 촛대바위가 눈에 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과거 수능 전 대입 시험인 '학력고사' 시절부터 시험 문제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문제로 울릉도 수험생들은 포항으로 나와 시험을 쳤다. 1994년부터 시작된 첫 수능 시험도 마찬가지다. 숙식비 등은 경북도교육청이 예산을 별도로 세워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울릉공항이 지어지면 시험지를 배송하는 것이 편리해져서 울릉도 학생들이 포항에 가서 수능을 치르는 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울릉공항은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취항하는 공항으로 지어진다. 사업비 6633억원이 투입돼 폭 40m, 1200m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이 건설된다.
현재 울릉도를 가기 위해서는 뱃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헬기를 타고 울릉도로 갈 수도 있지만 비용이 높고 제한적으로만 가능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울릉도행 뱃길은 경북 포항과 울진, 강원 강릉과 동해 등 4개 노선이 있다. 경북 포항 노선의 경우 쾌속선을 타고 3시간 30분이 걸린다. 파도가 높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4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울릉공항이 운항을 시작하면 서울에서 울릉까지 소요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포항=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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