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롤모델’ 우상호에, 여성단체 “참 잔인…소름끼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롤모델’이라고 칭하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치겠다”라고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에게 여성단체가 15일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우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우 예비후보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글을 남겨 박 전 시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피해자가 이 발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자 우 예비후보는 ‘유가족에 대한 위로’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우 예비후보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서도 “이분이 내 인생 전체의 롤모델이라는 게 아니라, 혁신의 롤모델이라고 한 것”이라며 “세 번씩이나 박원순 시장 선거를 도와준 사람 입장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취지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여성정치네트워크는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으로 발생하게 된 이번 보궐선거의 후보로 나서며,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규명과 피해자의 회복에 일말의 관심도, 감수성도 없는 우상호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위력 성폭력의 가해자가 된 전임 시장의 무책임한 말로로 인해 하게 된 선거가 이번 4.7 재보궐 선거”라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 사유로 잔여 임기 1년 남은 자리에 국민 세금 500여억원을 들여서 치르게 된 선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당의 민주적 절차도 훼손시키며 피해자의 물음과 외침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당헌을 바꿔 후보로 나온 자리”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또 “참으로 잔인하다. 마음 추스를 겨를도 없이 끝없는 피해 사실 부정과 가해자 옹호를 맞닥뜨리는 피해자의 심정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그렇게 발언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청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가 가해자를 계승하겠다고 하니, 다시 일터인 서울시청으로 돌아가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이야기인가”라고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