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백신과 반도체로 결속력 더 강화해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미국의 인구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38.7%, 이스라엘은 61.7%로 집계됐다. 3%를 갓 넘긴 한국은 백신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시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미국의 인구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38.7%, 이스라엘은 61.7%로 집계됐다. 3%를 갓 넘긴 한국은 백신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시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역할이 한마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설파한 근대 민주국가의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홉스는 “국가가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국민은 복종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 힘없는 개인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대신 보호받는 것이 근대 민주주의 국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지금 우리 국민은 극도의 불안 속에서 정부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요컨대 코로나 탈출의 게임체인저가 된 백신이 한국에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면서다. 정부는 태연하게도 11월 집단면역을 장담하고 있지만 국민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그런 주장을 믿을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실은 갈수록 암울하다. 4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주요 백신 생산국의 백신 무기화가 본격화하고, 미국에서는 변이 억제를 겨냥한 부스터 샷(3차 접종)까지 추진되면서 백신 확보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접종 후 혈전 문제까지 불거져 한국의 선택 여지는 매우 좁아졌다. 이스라엘·영국처럼 마스크를 벗는 나라가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은 백신 접종 순위가 100위 밖에 머물고 있다. 끝없는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는 생계 절벽에 섰고, 재난지원금을 줄 재원도 이제는 바닥이 났다.
 
정부는 비상수단을 발동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에게는 백신·반도체 빅딜 카드가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백신과 반도체로 한·미 양국이 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마침 어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진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분야도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생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도와줄 분야는 미국 정부가 애태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판이 불가피하다. 재계는 물론 종교계가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를 백신·반도체 외교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규모의 투자는 최고경영자의 현장 점검과 결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태로운 국난의 시기다. 전 국민이 힘을 보태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는 문 대통령이 미국에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백신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일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