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무릇 앞날 창창한 젊은이라면 대도시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한국말처럼 중국에서도 많은 젊은이가 졸업 후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 같은 곳으로 향한다. 무의식중에도 젊은이들의 마음속 나침반은 이 대도시들을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칸졘차이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72fc216f-4d04-403d-bda1-eca403e16dc6.jpg)
[사진출처=칸졘차이징]
하지만 대도시의 정주 난도는 결코 낮지 않다.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치열한 경쟁과 높은 집값, 나날이 치솟는 물가 같은 '차가운 현실'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마치 표류하는 것 같다며, 이들은 자칭 또는 타칭으로 ‘베이퍄오(北漂, 베이징 떠돌이)’, ‘하이퍄오(海漂, 상하이 떠돌이)’ 같은 말로 불린다. 마음속의 남쪽을 향해 아무리 뛴다 한들, 이들의 ‘남쪽’은 영원히 요원하기만 하다.
![[사진출처= 영화 〈먼 훗날 우리〉 / 드라마 〈겨우, 서른〉]](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cf92c293-0709-488c-a6da-4400aefd5306.jpg)
[사진출처= 영화 〈먼 훗날 우리〉 / 드라마 〈겨우, 서른〉]
중국의 많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가 이러한 '떠돌이'들의 소재를 다루고 있고, 곧잘 흥행에 성공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여서다. 최근에 한국에 알려진 작품으로 〈먼 훗날 우리〉는 베이퍄오의 모습을, 〈겨우, 서른〉은 하이퍄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특히 이야기의 당사자인 젊은 층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떠돌이 생활은 인제 그만" 2선 도시 향하는 중국 젊은이들
하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이들은 1선 도시에 정착하는 것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다양한 거주 후보지를 두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매체 DT차이징(DT财经)에서 중국 통신사 롄통(联通)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1선 도시를 떠나 2, 3선 도시로 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2019년 말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에서 근무하던 23세 이상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2020년 말에 다시 추적해 현재 근무 및 거주하고 있는 도시를 살폈다.
![[사진출처= DT차이징 ]](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3ccba9a8-c19d-447b-88c0-03f08c096332.jpg)
[사진출처= DT차이징 ]
이곳들은 1선 도시보다 집값이나 물가가 저렴하기도 하고, 인구밀집도가 높지 않아 생활환경이 더 쾌적하다. 게다가 직장 역시 꼭 이곳에서만 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원한다면 고속철을 타고 1선 도시로 출퇴근할 수도 있다. 둥관이나 포산에서 선전, 광저우까지는 약 1시간, 쑤저우에서 상하이까지는 약 40분이면 도착할 만큼 교통 편의성도 좋다.
![[사진출처= 칸졘차이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816f2b1d-3b16-4d69-b151-fbec71ffe90d.jpg)
[사진출처= 칸졘차이징]
이들은 주로 원래 있던 1선 도시에서 거리가 가까운 2선 도시로 옮기는 패턴을 보였다. 베이징에서는 톈진으로, 상하이에서는 쑤저우로, 광저우에서는 포샨, 선전에서는 둥관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유일한 예외로 충칭이 있었는데, 충칭은 1선 도시에 근접하지 않은 도시임에도 네 번째로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유입됐다.
33세 이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는?
‘젊은이’를 조금 더 연령별로 세분화했을 경우에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 DT차이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cb9cb85e-33f3-4c25-9201-8b1a61b27f28.jpg)
[사진출처= DT차이징]
보고서에서는 33세를 기점으로, 33세 이하의 인구 유입량이 더 많으면 양(+)의 값을 갖고, 33세 이상의 유입량이 더 많으면 음(-)의 값을 갖는 지수를 만들었다. 그 결과 샤먼(厦门), 둥관(东莞), 우한(武汉) 등 도시가 33세 이하 청년층의 선택을 많이 받았고, 선양(沈阳), 닝보(宁波), 톈진(天津) 등 도시가 33세 이상 청·장년층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베이징 떠돌이', '상하이 떠돌이'들은 사라지게 될까
물론 이들이 2, 3선 도시로 몰린다고 해서, 1선 도시들에서 젊은이들이 대량으로 유출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거주지를 택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며, 취업의 기회, 생활 인프라의 편리성과 인구 밀집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 대상이 된다. 많은 요소에서 1선 도시들에 높은 점수가 매겨지며, 따라서 여전히 많은 젊은이가 대도시로 향하고 있다.
![대학원 입학시험계의 '스타 강사' 뤄용하오( 罗永浩 ).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림에도 그가 "베이퍄오 생활을 끝낸다"라는 말과 함께 항저우로 거주지를 옮겨,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출처= 칸졘차이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08/6cca6e8e-5688-496c-903d-f4fa80551039.jpg)
대학원 입학시험계의 '스타 강사' 뤄용하오( 罗永浩 ).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림에도 그가 "베이퍄오 생활을 끝낸다"라는 말과 함께 항저우로 거주지를 옮겨,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출처= 칸졘차이징]
하지만 젊은이들은 1선 도시 밖으로 점점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1선 도시에 거주할 경제적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겠지만, 이들은 대도시에만 집착하려 들지 않기도 하다. 향후 집값 상승 여력, 도시의 잠재성 등을 고려해 2선 도시 중 ‘유망주’를 찾는데 이들은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 언젠가 1선 도시 정착하겠다는 장기 목표보다도, 가까운 현재가 더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 역시 이들이 중시하는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