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들개' 지자체 비상…인천선 1마리 50만원 포획수당

지난달 22일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뒤 포획된 대형 유기견(들개).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견주를 찾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2일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뒤 포획된 대형 유기견(들개).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견주를 찾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초 진돗개 3마리를 포획해달라는 민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재개발로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버려진 유기견들이었다. 이보다 앞서 민원을 접수한 중랑구청은 119·동물구조전문가와 함께 포획 작업을 한 끝에 지난달 중순 이 유기견들을 구조했다. 

서울에서 구조된 유기견 수는 감소세다. 2019년 4533마리에서 2020년 3422마리, 올해는 지난달 기준 954마리였다. 그러나, 유기된 지 오래된 개들이 관악산·인왕산 등지에 야생화하면서 각 자치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들도 들개로 변한 유기견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경기도 남양주시의 야산 입구에서 대형 유기견에 물린 5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기견에 의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자 지자체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일단 포획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대가를 주는 ‘들개 포획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포획된 들개 수는 127마리로 전년보다 17마리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견과 들개 모두 지정 기관인 경기도 양주 동물구조관리센터가 구조하고 있지만, 들개는 포획이 쉽지 않은 데다 ‘잡지 말고 그냥 두라’는 민원도 있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6월 한 달을 유기견 특별 포획 기간으로 정하고 집중 포획에 나섰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동물복지팀 직원 5명을 포획작업에 투입했다. 유기견을 포획하기 위한 포획틀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게 위협이 되거나 다수의 유기견이 발견될 경우 119구조대와 합동 포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시는 유기견을 만났을 때 대처법을 담은 전단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들개 만났을 때 대처법 안내 전단. 먹이를 주려 다가가지 않기, 눈 마주치지 않기, 등을 보이며 뛰지 않기 등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사진 남양주시]

들개 만났을 때 대처법 안내 전단. 먹이를 주려 다가가지 않기, 눈 마주치지 않기, 등을 보이며 뛰지 않기 등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사진 남양주시]

경기도 파주시는 유기견 포획 전문가 2명과 공공근로 보조인력 2명으로 ‘유기동물 포획단’을 지난 14일 긴급 구성하고 체계적인 유기견 구조·관리에 돌입했다. 9월부터는 공공근로 보조인력 4명을 추가 투입한다. 파주에서는 매년 유기견 700여 마리가 구조되고 있다. 올해도 지난 3월 말 기준 유기견 191마리가 구조됐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최근 남양주시에서 유기견에 물려 시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다 지역 내 주요 등산로 주변 등에서 야생들개 출몰이 잇따르고 있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19년부터 포획된 들개의 숫자대로 민간업체에 대가를 주는 ‘들개 포획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견 106마리 포획에 필요한 예산으로 5300만원을 책정했으나 실제 2배가 넘는 220마리가 포획됐다. 올해는 들개 포획 예산으로 6000만원을 마련했다. 들개 포획 시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은 성견의 경우 마리당 30만∼50만원, 자견(어린 개)은 마리당 10만∼15만원(한 번에 최대한도 50만원)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찬반론은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은 “포획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반대하는 쪽은 “포획을 지원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는 등의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마당에 두거나 풀어서 키우는 개들을 중성화해 개체 수를 조절한다거나 애초에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업 등을 검토 중”이라며 “들개 포획사업은 일단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익진·최은경·심석용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