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대전 아닌 명낙폭망"…與지지자들도 피곤한 李·李전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방역, 추경, 백신, 대선후보 경선 등 현안과 관련한 상임고문단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이해찬 전 대표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방역, 추경, 백신, 대선후보 경선 등 현안과 관련한 상임고문단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이해찬 전 대표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뉴스1

 
6일 더불어민주당 회의실에 여권 원로들이 모였다. 송영길 대표가 김원기·문희상·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오충일 전 대표, 이용득 전 의원 등을 불러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었다. 송 대표는 회의를 시작하며 “여자 배구가 역사적인 4강에 진출했다. 김연경의 리더십 아래에 원팀으로 뭉쳐서 팀워크를 통해 막강한 일본과 터키를 이겨내는 모습에 국민이 감동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경쟁이 과열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송 대표)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열렸다. 이소영 대변인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네거티브나 싸움보다는 정책경쟁으로 나아가고 국민께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일치된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문 전 의장은 “경선 과정에서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다. 지역주의는 금기어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못난 정치를 하고 있다. 소탐대실 하지 말고 최대 과제인 정권재창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李·李에 지친 與 지지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네거티브 싸움에 여권 지지층 내부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상대로 여야 주요 대선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40.1%, 이 전 대표는 37.9%의 응답자에게서 ‘매우 또는 어느 정도 호감이 간다’는 답을 받았다. 야권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수치가 각각 46%, 39.4%였다.

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진영 내 피로감이 여권에서 두드러지게 표출됐다. 자신이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한 응답자 중 ‘이낙연·이재명 모두 호감’을 고른 비율이 27.4%에 그쳤다. 지지정당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이낙연·이재명 모두 호감 비중(28.2%)보다도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윤석열·최재형 모두 호감’을 택한 비율은 52.1%로 절반가량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선관위는 본경선 일정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가로막히자 고육지책으로 경선 일정을 한 달여 연기하며 TV토론을 확대했다. 정책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지만, 정작 지난 4일 2차 TV토론에서도 두 사람은 “성남시장 때 정한 가혹한 음주운전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나”(이 전 대표), “(총리 때) 무능했거나 무책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이 지사)며 서로를 겨냥하기 바빴다.  

대선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선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은 “두 후보가 너무 싸우니 여권 지지자들마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정책적이면서 상생적·파격적이어야 경선이 관심을 끌 수 있는데 지금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 쟁점인 '호남'등의 테마는 너무 뻔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후보들도 ‘움찔’…자성 촉구

이날 박용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이낙연 캠프가) 조폭(조직폭력배) 사진을 서로 올리면서 이게 무슨 관계냐 이렇게 서로 묻기 시작했다”면서 “솔직히 기겁했고 아연실색했다. 이런 일을 한 캠프 인사들에 (각 후보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 이렇게들 얘기하던데 내가 볼 때는 ‘명낙폭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누가 올라가도 본선에서 오히려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하면서다.

당사자 중 한 명인 이 전 대표도 이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안동 경북유교문화회관에서 “후보 간 경쟁이 지나치다”는 유림의 지적에 “자제하자고 약속을 하다가도 금방 깨지고 안 지켜진다”면서“내년 선거가 (야당과) 박빙 승부일 것이기 때문에 상처 줘선 안된다고 잘 알고 있다. 여럿이 경쟁하다보니 누구는 자제하려 하는데 누구는 자제 못하고 그런 일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을 찾아 도포를 갈아입고 퇴계 선생 참배를 마친 뒤 유림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을 찾아 도포를 갈아입고 퇴계 선생 참배를 마친 뒤 유림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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