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피의자 이모씨가 지난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경찰 등에 따르면 구속된 이씨의 심경 변화가 금괴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전날 이씨 아버지는 오후 5시쯤 경기 파주 동패동의 한 공터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나머지 금괴는 이씨 여동생의 주거지 건물에서 발견됐다.
횡령액 용처 대부분 확인…부동산 구입·주식 투자
경찰은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으로 681억원 어치의 금괴 855㎏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4㎏ 금괴는 한국금거래소에서 찾아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로써 이씨가 빼돌린 횡령 금액의 용처 대부분이 확인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가 갖고 있던 금괴와 현금 4억3000만원 등을 압수했고, 지난달 30일 기준 252억여원 상당의 증권 계좌도 동결했다. 부동산 및 회원권 등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씨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주식 종목 42개에 투자했지만, 761억여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의 횡령액은 2215억원가량이지만, 일부는 회사에 반환해 실제 피해액은 1880억원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경찰이 12일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855㎏ 금괴 왜 샀나…“계좌 이체 한계 때문에”
금괴를 산 이유에 대해 이씨는 “계좌 이체 한계 때문에 금괴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초기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라는 이씨 측의 주장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최초 진술은 ‘(금괴) 절반가량을 (윗선에) 줬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금괴는 결국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해외 등으로 도주하지 않고, 거주지 건물에 숨어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씨는 “지금 도망가면 가족을 영영 못 볼 것 같았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한 도로변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피의자 이모씨의 부친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구속집행정지 ‘불허’
이씨는 지난 8일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됐다. 형사소송법은 구속피고인의 경우 중병이나 출산, 부모 장례 등 중대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법원이 피고인의 구속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씨와 같은 구속피의자의 경우 이 조항이 준용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경찰은 심의를 거쳐 이씨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중형이 예상되며 피의자가 도주 중에 검거된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안타깝지만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