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도 안 열고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 착수…"시간 없어서"
공수처 측은 통신 사찰 및 불법·편향 수사 논란이 제기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고발 사주 의혹 등 수사와 관련해 심의위를 한 번도 열지 않은 데 대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심의위원 중 한 명은 “시간이 없어 자문 기구를 활용 못 했다면 성과라도 내놔야 했는데, 공수처가 지난해 사건 1개만 종결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공소장 유출 사건’은 범죄 성립 자체가 애매한데 이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지 심의를 거쳤어야 했다”며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손준성 검사에 대해서도 체포영장 기각되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2번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정치적 편향 논란을 자초한 건데, 공수처의 전반적인 방향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무차별 통신조회로 불법 수사를 벌인 혐의로 고발당할 정도로 존폐 위기까지 몰린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 외부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수사심의위 외에도 공소심의위, 영장심의위, 자문위원회 등 다른 자문 기구도 마련해 놨지만 지난해 전체 회의 실적은 많아야 2회로 극히 저조하다.
![김진욱 공수처장 등 공수처 검사들이 지난해 4월 16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12/2835d58c-279f-445d-93c2-4eba721ccbd9.jpg)
김진욱 공수처장 등 공수처 검사들이 지난해 4월 16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11건 중 4건이 윤석열 관련… '정치 중립성' 비판
구체적인 수사 방식에선 출범 두 달뒤부터 편향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3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친정권 성향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뒤 면담했다가 ‘황제 조사’ 비판을 자초했다. 거꾸로 윤 후보와 관련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대구고검 인권감독관) 수사 때는 체포, 압수수색 영장을 연달아 3번 청구했다가 기각되는 무리수로 망신을 산 건 물론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라는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인권 친화 수사기관을 표방한 공수처는 거꾸로 ‘언론·민간인 사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용차 에스코트 CCTV 영상을 보도한 TV조선 기자, 이 고검장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상대로 법원의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을 청구하며 고위공직자 비위를 취재한 경위를 뒷조사하는 위법한 보복 수사에 주력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무용론을 넘어 출범 목적을 상실한 공수처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등에서도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권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 수사 주요 일지 그래픽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