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실종자 구조작업과 함께 8일째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한 실종자 가족이 한 말이다.
회사에서 해고될까 노심초사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17일 실종자 가족 A씨가 해고당할 위기에 놓였다는 상황을 접하고 고용노동부에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통보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39층 규모 아파트 건물이 붕괴한 직후 아들과 함께 타지역인 고향을 떠나 8일째 광주에서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고향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기관에 가족이 실종됐다는 말을 전하고 직장에 출근하지 못한지도 8일째라고 한다.
A씨는 지난 17일 정몽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고 발생 7일 만에 광주를 찾아 피해자 가족 앞에 섰을 때 “붕괴사고 뒤 출근하지 못한지 7일째”라며 “우리는 직장까지 잃게 생겼다”고 항의했다.
“대학생 아들마저 생계 걱정”

18일 광주광역시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시민들 추모글이 담긴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A씨가 맡던 업무를 다른 직원들이 나눠 갖는 과정을 해고 수순으로 착각하고 벌어진 일이었다는 게 고용노동부 측 설명이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A씨가 해고되지 않고 휴직처리 될 수 있도록 당국에 부탁했다고 한다.
실종자들은 대다수 50~60대로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실종자 가족 B씨는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서 “이제 대학교 4학년으로 올라가는 아들마저 생계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생계대책 마련해라” 분통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씨가 HDC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사퇴 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실종자 가족들로 구성된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은 피해자 가족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하고 구조작업에서 손을 떼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광주를 찾아 피해자 가족 앞에 서서 “(실종자 구조를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 “피해 보상을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현대산업개발 측에 요구한 생계 대책 방안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 대표 안씨는 “가족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장기화된 구조로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이 먼저 나서서 생계대책을 마련해야지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촉구했다.
실종자 수색 장기화에 발동동

18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본부 관계자들이.해체용 크레인 와이어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나머지 실종자 5명은 28~34층까지 고층에서 창호·소방설비 작업을 했기 때문에 고층부 진입이 필요하지만, 무너진 잔해물이 가로막아 구조대원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종자들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외부 수색작업도 140여m 규모 타워 크레인의 추가 붕괴 위험성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은 붕괴된 23층부터 38층까지 잔해물의 추락을 막기 위한 방지망을 설치하고 쇠줄을 이용한 타워 크레인 보강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