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홍콩의 한 시민이 동물관리센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햄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1/7c13b330-1bab-4249-a8de-796cc783aef3.jpg)
지난 19일 홍콩의 한 시민이 동물관리센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햄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홍콩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세기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들은 방역 당국의 ‘제로 코로나’로 일반 항공편이 막히자 전세기를 구해 반려동물과 함께 외국행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시행 중인 홍콩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야생동물 관리관이 임시 폐쇄된 햄스터 판매 가게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감염 경로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방역 당국은 예방적 조처로 홍콩에서 판매 중인 2000여 마리의 햄스터를 안락사하기로 결정했다. 또 햄스터 판매 가게에 다녀간 손님 150명은 격리 조치했다.
동물보호단체와 동물 애호가들은 “성급하고 가혹하다”고 반발했지만, 홍콩 정부는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던 홍콩인들은 이에 놀라 전세기 마련에 나섰다. 아네트 쉬르머 홍콩중문대 교수는 “오는 5월 강아지 세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홍콩을 떠나 유럽으로 이주하기 위해 전세기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기 중개업체 에어차터서비스의 크리스 필립스 반려동물 담당은 “최근 전세기 수요가 엄청나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홍콩인들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 전세기 대여에 나섰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여행·이민 사업체 도그익스프레스는 최근 반려동물 전용 전세기 3편 예약이 끝났고, 탑스타스에어는 다음 달 반려동물 7마리와 소유주 6명만 태운 런던행 항공편이 출발한다고 밝혔다.
비용은 비싼 편이다. FT에 따르면 1인당 약 20만 홍콩달러(약 3000만원) 안팎으로 갹출해 6~7명이 모여 전세기 한 대를 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데일켄넬&캐터리의 스티브 페비 수석 컨설턴트는 “대형견에 속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데리고 영국으로 가는데 15만 홍콩달러(약 2300만원)가량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20년 7월1일 홍콩 독립기를 들고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FT는 홍콩인의 외국행은 강력한 방역대책뿐 아니라 2020년 6월 시행된 국가보안법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보안법 이후 당국의 통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반려동물까지 방역 조치 대상이 되자 두려움을 느낀 홍콩인들이 엑소더스 행렬에 동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보안법 시행 후 홍콩 인구는 줄었다. 홍콩통계청에 따르면 보안법 시행 후 1년간 홍콩을 떠난 사람은 8만9200명이다. 또 지난해 8월 기준 홍콩 인구는 739만명으로 1년 전(750만 명)보다 1.2% 감소했다. 홍콩 인구는 사스 유행 이후인 2003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