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밤에 시신 2500구 몰래 옮겼다…시신 열차 모습 충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자국 군인의 수를 감추기 위해 야간을 틈타 전사자 시신 최소 2500구를 본국으로 옮겼다는 증언이 벨라루스에서 나왔다. 

19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자유유럽방송 등의 보도를 인용해 러시아군 전사자 시신이 밤중에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벨라루스 동남부 도시 고멜을 거쳐 본국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장갑차에 탄 러시아 측 병사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장갑차에 탄 러시아 측 병사들. 로이터=연합뉴스

고멜 현지 병원의 한 의사는 자유유럽방송에 "3월 13일까지 2500구가 넘는 시신이 (우크라이나에서) 고멜 지역으로 이송됐다가 기차와 항공기에 실려 러시아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고멜의 인근 도시인 마지르의 한 의사도 "초기엔 시신들이 구급차로 이송돼 러시아행 기차에 실렸다"며 "그런데 누군가가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 발생한 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시신들이) 밤에 옮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멜과 마지르의 주민들도 시체 안치소가 러시아군의 시신들로 가득 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지르의 한 주민은 "시체 안치소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체가 많았고, 마지르 기차역의 승객들은 열차에 실려 있는 시신의 수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의 병원들은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으려는 러시아군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병상이 부족할 정도여서 입원 중이던 일부 현지인 환자들이 병상을 비워주기 위해 퇴원하고, 외과 의사가 부족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한 주민은 "병원에 부상당한 러시아인들이 너무 많다.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의 군사 학교에서 구조 대원들이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의 군사 학교에서 구조 대원들이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자국 전사자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러시아군 사망자 수를 추정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을 치료 중인 벨라루스의 의료진은 사상자와 관련한 정보를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고, 병원에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것조차 금지됐다. 러시아군 사상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가 있는 의료진은 해고되거나 그만뒀다고 한 인권 운동가는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는 러시아 당국이 자국 군인의 사상자 수를 러시아 국민이 알지 못하게 하는 데 얼마나 필사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처럼 정보가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어 벨라루스에서 발생하는 러시아군 관련 일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자국군 병사 498명이 전사하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밝힌 이후 사상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밝힌 러시아군의 피해 규모. 우크라이나 외교부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밝힌 러시아군의 피해 규모. 우크라이나 외교부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19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 사망자가 1만44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은 항공기 95대, 헬기 115대, 장갑차 1470대, 대포 213대 등의 무기와 장비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측이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 규모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이런 주장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CNN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리들의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3000명에서 1만 명 사이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17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 정보 당국이 개전 후 약 20일간의 러시아군 전사자를 7000명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7000명이란 숫자는 보수적인 집계로 이는 지난 20여 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숫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매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