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JR쓰루하시(鶴橋)역이나 모모다니(桃谷)역에서 약 15분, 상점가를 따라 한참을 걸어야 이곳에 도착한다. 정식 명칭은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이지만 흔히 ‘오사카 코리아타운’으로 불린다. 500m 남짓 이어지는 골목에 120여개 점포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한국 음식점과 한국 화장품 가게, 한류 스타들의 사진을 파는 기념품점 등이다.
한때 쓰루하시 일대는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 특히 제주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재일 교포들의 삶을 다룬 영화 ‘피와 뼈’ 등의 배경이 된 지역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찾아 혹은 강제 징용으로 오사카에 온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했고, 이들을 위해 한국 음식과 물품을 파는 시장이 들어섰다. 일본인들에게는 오랫동안 ‘조선인 마을’ ‘위험한 동네’로 인식된 차별의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한해 200만 명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이 중 80%는 여성이고, 절반은 30대 이하다. 18일 치킨집 앞에 줄을 서 있던 20대 여성은 “BTS(방탄소년단)의 팬이 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한국 음식과 화장품이 좋아져 코리아타운에 자주 온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빨리 좋아져서 친구들과 한국에 직접 가서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계 일본인 야마이 마키(山井真紀)는 “원래 순두부가 인기 메뉴였는데 최근 젊은 여성들이 많이 와 치즈를 넣은 메뉴들을 개발해 성공했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도쿄(東京)의 대표적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일대가 한국발 유명 프랜차이즈 상점을 중심으로 한 거대 쇼핑타운이라면, 오사카 코리아타운에는 한국 재래시장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비좁은 골목, 가게들은 가판을 펼쳐 놓고 영업을 한다. 일본어로 적힌 상품명이 아니라면, 서울 변두리 시장 한가운데 와 있는 느낌이다.
상인 중에도 해방 전 일본으로 건너온 ‘올드 커머’(Old Comer)의 자녀들로 수십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토박이들이 많다. 특히 120개 상점 중 20여개가 김치 상점으로 집집마다 직접 담근 특색 있는 김치를 판매한다.
3개 상점가 통합…다문화 공생의 거리로
초대 이사장을 맡은 재일교포 3세 홍성익(65)씨는 “20년 전부터 통합 움직임이 있었지만 상점가마다 특징이 있고 상인들의 고집이 강해 합치기 어려웠다”면서 “한류팬 관광객이 몰려들며 공동 대처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출범한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상점가 부흥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공생’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쓰루하시역 바로 앞에 있는 일명 ‘조선시장’과 역에서 코리아타운으로 향하는 길목의 상점들과 연계해 이 부근 전역을 오사카 내 한국 문화의 발신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가을엔 ‘코리아타운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이쿠노구는 재일한국인 2만 8000명을 포함한 외국인 주민이 전체의 21.75%로 일본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다. 코리아타운에도 베트남인ㆍ태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함께 일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이 오사카 내 관광명소로 떠오르자 이쿠노구도 그동안 약점으로 여겨졌던 지역 특징을 살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코리아타운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특히 차별을 견디며 살아온 오사카 재일 교포들의 삶을 보여주는 기념관을 코리아타운 내에 꼭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한 구성원인 재일 교포들의 발자취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빈곤과 차별의 상징이던 이곳에서 이젠 우호와 공생이 싹틀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