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형은 대표팀에서 같이 해봐서 워낙 볼을 잘 차는 걸 알고 있었어요. 금방 적응해서 골도 넣고 팀을 돕고 있어요.”(전북 현대 백승호)
“(백)승호도 워낙 볼을 잘 차서 함께 뛰는 데 문제가 없어요. 수비적인 부분에서 커버 할 범위가 넓어져, 볼을 뺏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전북 김진규)
지난 12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베트남으로 출국한 전북 현대 미드필더 백승호(25)와 김진규(25)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시즌 초반 5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던 프로축구 전북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4위로 도약했다. 지난달 중순 부산 아이파크에서 이적한 김진규가 3일 만에 데뷔전을 치렀고 지난 5일 수원 삼성전에서 결승골도 뽑아냈다. 시즌 초반 집중 견제에 시달리던 백승호도 살아났다. 백승호가 아래, 김진규가 위쪽에서 서서 전북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상대가 (백)승호만 잡다가, 시야가 좋은 (김)진규가 가세하자 누구를 막아야 할지 어려워 한다. 이제는 미드필더를 구성하는데 머리가 덜 아프다”고 했다.
김진규는 “작년 말부터 전북 이적설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며 안되는 분위기로 끝나서 부산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와중에, 다시 불씨가 살아나 극적으로 합류했다. 승호랑 어릴 때부터 봤지만 지난 1월 대표팀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추고 오랜 시간 경기를 함께 했다. 그 때 잘 맞고, 같이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1997년 3월생’ 백승호는 ‘1997년 빠른 2월생’ 김진규를 깍듯이 형이라고 부른다. 김진규가 “승호가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항상 어떤 선수를 보더라도 먼저 다가가 인사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정부에서 ‘만 나이’로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자 백승호는 “이미 형이라고 부른 상황이라. 이미 (이)유현이 형(전북 수비수, 1997년 2월생)도 입에 붙었다. 사회생활에서 형이라고 하는 게 좋다”며 웃었다.
전북에서 97년생이 대세가 됐고, 특히 백승호와 김진규가 ‘얼굴 담당’으로 여성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둘은 ‘전북 97즈’라 불린다. 김진규가 “어느 경기장을 가든 (백)승호 팬들이 엄청 많다. 나도 같은 팀에 있으면서 득을 볼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백승호는 “제가 누구 외모를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 진규 형이 전북에 와서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장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잘 봐주실 것 같다”고 쑥쓰러워했다. 이어 백승호는 “전북에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이 꽤 많아져 서로 ‘잘 이끌어 가자’는 말도 한다. 또래 선수들이 많이 있으면 잘 통하고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올림픽축구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둘은 지난 1월 A대표팀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둘 다 아이슬란드, 몰도바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뽑아냈다. 백승호는 대포알슛, 김진규는 감각적인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백승호와 김진규는 지난달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재차 받았다. 하지만 둘 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원정길에 오르지 못했다.
김진규는 “그 자리에 공백이 있었고 저희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빨리 회복해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격리했다”고 했다. 백승호도 “진규형 말처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소집이었는데 아쉽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뛴 상태여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쉬고 팀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회복에 집중했다”고 했다.
백승호는 정우영(알 사드) 백업멤버로 카타르행이 유력하다. 김진규도 황인범(서울) 등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진규는 “항상 대표팀에 가면 좋고 영광스러운 자리다. 하지만 앞서 소속팀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 될거라 생각한다. 소속팀에 먼저 신경쓰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백승호 역시 “월드컵은 모두가 꿈꾸는 자리다. 당연히 진규 형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전 가는 게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 다음 소집 때 뽑히기 위해 매 경기 전북에서 잘하는게 목표다. 소속팀에서 잘 보여줘야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거고, 현재에 집중하고 잘하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북은 호치민에서 16일부터 시드니(호주), 요코하마(일본), 호앙아인 잘라이(베트남)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경기를 치른다. 구스타보, 홍정호, 김문환, 구스타보 등 6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일단 원정길에 오르지 못했다. 백승호는 “작년에 리그 우승을 했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못해 아쉬웠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진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게 처음인데, 어떤 분위기인지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전북은 어떤 대회든 우승을 목표로 임하니까, 거기에 맞춰 모든 부분에서 준비를 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