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에 반도체 비상…D램 이어 낸드도 가격 꺾였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쿤산·선전에 이어 지난주 저장성 쑤저우,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등에 차례로 전면·부문 봉쇄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중국 정부가 상하이·쿤산·선전에 이어 지난주 저장성 쑤저우,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등에 차례로 전면·부문 봉쇄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재정 긴축과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대외 환경 악화에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의 도시 봉쇄가 확산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D램과 달리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오던 낸드플래시 현물가격도 상승세를 멈췄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상하이·쿤산·선전에 이어 지난주 저장성 쑤저우,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등지에 차례로 도시 전면·부문 봉쇄 명령을 내렸다. 시안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고, 정저우에는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있는 등 봉쇄된 도시는 대부분 주요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은 주요 생산시설이 셧다운 되지는 않아 큰 영향은 없지만,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노트북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자재 공급 지연으로 노트북 생산 차질을 겪자 일부 기업간거래(B2B) 고객사에 노트북 생산 지연 사실과 납품 연기 등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주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전주 대비 1.44% 하락하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격 하락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현물가격은 통상 수개월 시차를 두고 반도체 업체 실적에 영향을 주는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된다.

키옥시아(옛 도시바 반도체) 공장 생산 차질 등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던 낸드플래시 현물가격(MLC 64Gb 기준)도 상승세가 멈췄다. 일부 낸드 제품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D램익스체인지 ‘DXI 지수’는 3주 연속 하락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급자의 가격 조정(인하)에도 반도체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로 구매자의 구매 문의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도시 봉쇄 확산은 물류·유통은 물론,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생산과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완제품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PC·스마트폰·서버 등 반도체가 쓰이는 전 영역에서 출하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로 재고 비축을 위한 주문은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세트 수요 둔화가 관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요 맥북 공급업체인 콴타 컴퓨터와 애플 아이폰 제조업체인 대만 페가트론도 상하이에 이어 쿤산 등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전망이 악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ICT 관련 업종의 주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SOXX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에 전주 대비 5.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12.2%)와 AMD(-10.3%), 애플(-4%), 마이크론(-4.3%) 같은 해외 ICT 기업은 물론 SK하이닉스(-3.6%), 삼성전자(-1.8%) 등 국내 ICT 기업 주가도 대부분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