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살인사건과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서던힐스 골프장의 상징인 시계탑. [AFP=연합뉴스]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서던힐스 골프장의 상징인 시계탑. [AFP=연합뉴스]

1981년 5월 27일 오클라호마 털사의 명문 골프장인 서던 힐스 컨트리클럽 주차장에서 총성이 울렸다. 마치 영화에서 그러는 것처럼, 살인자는 피해자의 두 눈 사이에 총을 쐈다.

 
살해된 로저 휠러는 오클라호마 털사의 성공적인 사업가였다. 텔렉스 코프의 회장이었던 그는 월드 다이 알라이라는 도박회사도 소유했다.  

제임스 벌저 등 아일랜든 마피아 두 명이 이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횡령을 했고, 휠러에게 발각됐다. 그들은 휠러가 수요일마다 서던힐스에서 골프를 즐긴 후 클럽하우스 바에서 한 잔 걸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벌저 등은 킬러를 고용해 선수를 쳤다.  

벌저는 이듬해 휠러 살인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부하를 살해하기도 했다.  

휠러를 죽인 킬러는 20년 후인 2001년 이 살인을 자백했다. 살인을 사주한 벌저는 FBI와 밀착관계여서 처벌받지 않다가 2011년 체포됐고 2013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2015년 조니 뎁이 주연을 맡은 영화 '블랙 매스(Black Mass)'로 세상에 알려졌다. 벌저는 2018년 다른 교도소로 이송된 지 몇 시간 만에 수감자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타이거 우즈에게 서던 힐스는 나쁜 기억은 없다. 킬러가 석방된 해인 2007년 서던 힐스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 챔피언십은 15년 만에 서던힐스 골프장으로 돌아왔다. 우즈도 기대가 크다.

우즈는 1, 2라운드에서 슈퍼스타인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와 한 조로 경기한다. 1라운드는 한국시간 19일 밤 10시 11분 10번 홀에서 출발한다.

2007년 서던힐스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AP]

2007년 서던힐스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AP]

언덕(hills)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서던 힐스 골프장은 실제 대부분 평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아파 걷기 어려운 우즈에게 큰 부담이 없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마스터스에 비해 더 강해졌고, 이번 대회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대회 세 번째 우승을 노린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2014년 디 오픈)은 8년이나 됐다. 메이저 우승 감각을 다시 찾아야 한다.

스피스는 4대 메이저 가운데 이 대회에서만 우승이 없다. PGA 챔피언십 우승컵을 가지게 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다. 그러나 스피스 역시 메이저 우승(2017년 디 오픈)이 5년이나 됐다.

세계 랭킹 1∼3위 스코티 셰플러, 존 람, 콜린 모리카와 조에서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은 셰플러가 가장 큰 우승 후보, 존 람이 두 번째 우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셰플러는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고 했다.  

살인사건 후 41년이 지난 2022년, 서던힐스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큰 공격을 당한 선수는 필 미켈슨인 듯 하다. 

지난해 우승자 필 미켈슨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역대 메이저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불참한 예는 거의 없다. 

PGA 챔피언십에서 전년도 우승자의 불참은 1949년 벤 호건, 2008년 우즈 뿐이었다. 호건과 우즈는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큰 부상 때문이었다. 미켈슨은 사우디 리그 논란 속에서 불참을 택했다.

13년 전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에 역전승을 거둔 양용은은 존 댈리와 한 조에서 경기한다. [AP]

13년 전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에 역전승을 거둔 양용은은 존 댈리와 한 조에서 경기한다. [AP]

 
우즈는 “전년도 챔피언이 나오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며 “그와 우리는 많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그와 연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지난 주 우승한 이경훈, 2009년 이 대회 챔피언 양용은, 김시우. 김비오, 김주형이 출전한다. 임성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불참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