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금 당장 주식 사라”...미영 무역협상 타결에 위험자산 선호심리 '쑥'

미국이 영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말 중국과도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서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주식과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영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당장 나가서 주식을 사는 게 낫겠다”며 “(미국 경제는) 로켓처럼 솟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 시작되는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지금 대중 관세는 145%로 더 올릴 수 없으니 결국 내려가게 될 것이다. 중국과 좋은 주말을 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무역 협정을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무역 협정을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영 협정 타결 소식과 트럼프의 발언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강세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의 발언 후 장 중 2% 안팎 급등하기도 했다. 테슬라(3.11%), 알파벳(1.93%), 아마존(1.79%) 등 거대 기술 기업 7곳인 ‘매그니피센트7’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오르자 암호화폐 시세도 급등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넘었다. 현재(9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값은 개당 10만3753달러로 24시간 전과 비교해 4.5% 올랐다. 이더리움은 하루 전보다 18.2%, 리플은 6% 각각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DXY)는 8일 100.63 기록하며 4거래일 만에 다시 100선을 회복했다. 이번 주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도 반등했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3시 30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6% 오른 배럴당 60.27달러에 거래됐다.


이번에 합의하긴 했지만 미국에게 영국은 비교적 쉬운 협상 상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것처럼 미·중 합의가 빠르게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뉴라이프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크 프랭클린은 블룸버그에 “미ㆍ중 협상이 빠르고 쉽게 해결될 것이란 낙관론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티인덱스 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분석가도 “이번 주말 미ㆍ중 회담은 돌파구라기보다는 외교적 ‘아이스브레이킹’에 가까울 수 있다”며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위험자산의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이날 원화 가치는 이틀 만에 1400원대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미·영 첫 합의 타결에 오름세를 이어지다 기관의 매도 물량으로 소폭 하락(-0.9%)한 2577.27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