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키를 쥔 민주당에선 ‘부결론’이 힘을 받았다. 당내 찬성론자들의 논리였던 ‘선(先) 정호영 사퇴, 후(後) 한덕수 인준’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다. 이날 대통령실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한 후보자 인준 표결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인준을 받으려면 정호영 카드부터 폐기하라”는 민주당의 기대에 윤석열 대통령 측이 “먼저 총리 인준을 하라”고 응수한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론 수렴 결과 부결 의견 많다…당론 정해질 듯”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장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독선과 오만의 폭주를 이어간다”며 “존재 의의가 없는 정호영 카드가 무슨 큰 비책인 양 쥐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나친 욕심으로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ㆍ인과응보ㆍ사필귀정이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 후보자의) 임명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했다. 부결쪽에 잔뜩 힘을 실은 발언이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 민주당 간사인 '친문계' 강병원 의원은 전체 의원들에게 “한 후보자 인준 반대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는 친전을 보냈다. 그는 또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의 독주에 어떤 쓴소리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를 만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고도 썼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이러나저러나 힘든 선거 아닌가”라며 “지방선거 때문에 인준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계는 부결론 제동…“자유 투표 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도 “‘일단 이 정부가 출범했으니 당신이 알아서 해라, 국민이 평가할 거다’ 이런 전략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인준 찬성 쪽에 섰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전 대표 등 원로들 중에도 찬성론을 펴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찬반 당론을 정할 게 아니라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2일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주장했던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도 아니고 인사 문제를 왜 당론으로 정하느냐”며 “의원총회에서 자유 투표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론 채택” 강행하는 지도부…이재명계에서도 “이젠 막기 어렵다”
그래서 대체적인 당 분위기는 “20일 오전 대통령실이 입장을 바꿔 정호영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의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당론 투표에 의한 부결’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쪽이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의원도 “정호영 후보자 우선 낙마 카드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인준을 예상했는데, 이제는 별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며 “나는 의견 수렴 중인 지도부에 ‘인준 찬성’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다른 의원들 대다수는 부결을 주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원내 인사는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했는데, 전체적으로는 감정 격앙돼 부결이 많다”면서도 “다만 의총에서 부결 결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무적 판단에 의해 기류가 바뀔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