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지상파 TV출구조사에서 0.6%포인트 차의 패배가 예상됐던 김동연 후보는 개표 내내 뒤졌지만 2일 오전 5시32분 개표율 96% 상황에서부터 전세를 뒤집었다. 김은혜 후보는 결국 오전 6시45분쯤 사무실에 나와 패배를 인정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개표가 99.67% 진행된 오전 7시20분 현재 김동연 후보는 49.05%로 김은혜 후보(48.91%)에 0.14%포인트, 8100여표차로 앞서며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김 후보는 수원 팔달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경기도민과 국민들이 민주당 변화에 대한 씨앗을, 민주당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신 것 같다”며 “그동안 쌓은 연륜과 경험을 경기도민을 위해 쏟아붓고, 성과로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동연의 기적은 호남과 제주를 빼곤 광역단체장 전패 위기에 몰렸던 민주당에 실낱같은 희망을 던질 수 있는 희소식이다. 김 후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국 '윤석열 태풍'의 상징이었던 김은혜 후보를 꺾어냈다. 돌아보면 그동안 김동연 후보의 선거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 3월 대선 패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발 여러 악재까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초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이나, 지난달 중순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 등에 중도층은 물론 일부 민주당 전통 지지층 일부까지 민주당을 외면했다.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는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86용퇴론’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왼쪽부터 김동연 민주당,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터진 김은혜 후보의 재산축소 신고 의혹이 승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탈했던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되면서 특히 중도층이 김은혜 후보를 찍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민주당의 진단이다. 민주당의 경기권 재선 의원은 “‘김은혜 후보를 뽑으면 재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 상대 후보로 가는 중도표를 줄이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달 26일 경기 양주 롯데리아 양주리치마트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새로운물결(현재 민주당과 합당) 창당을 선언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김 후보가 여권의 거센 도전을 받았던 핵심요충지인 경기도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서울권 중진 의원은 “인구가 약 1350만명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경기도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을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는 찾기 어려운 중도합리성향 인사여서 결국엔 이 위원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가 당 내 기반이 적어 대선 주자로 떠오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6·1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에선 격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텐데 정치신인에 속하는 김 후보가 이를 과단성 있게 헤쳐나갈지 의문을 품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며 “오히려 당분간은 도정에서 성과를 내면서 경기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다지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도 부천 역곡남부역사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후 자량에 탑승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