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이 1일 오후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총사퇴를 결의했다. 윤 위원장은 “비대위원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지지해주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비대위원장 직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임시로 맡았다가 이르면 조만간 새 비대위원장을 추대한다는 막연한 방향만 잡았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위해, 얼마나 오래 비대위를 맡을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반성과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새 비대위와 함께 가동할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길지 등에 대해선 ‘설왕설래’만 오갈 뿐”이라며 “향후 의원총회에서 임시 지도부 구성 방식을 논의한다지만 계파 간 갈등만 노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침묵 깬 이낙연 “선거 패배 책임자가 남 탓”…총력전 나선 친문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밝힌 뒤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전체 선거판을 어렵게 만든 이 의원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는 이어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인데도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며 다소 격한 표현도 썼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달 초 미국 유학에 나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한참을 참았다가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을 발표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익명을 원한 친문계 재선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지역 인사들은 이 의원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이들의 집단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 “경기사수 성공했다…李 당권 도전해야”…책임론 완화 시도
반면에 이재명계는 맞대응을 피했다. 친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성과 혁신을 못 한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적었다. ‘공동책임론’을 통해 이 의원을 향한 책임론을 완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기지사 선거에 자신의 조직을 김동연 당선인에게 대거 내려보내 역전승을 일궈낸 이 의원에 대한 재평가가 곧 나올 것”이라며 “친문재인계가 너무 서둘러 ‘이재명 책임론’을 꺼낸 것 같다.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신승한 김동연 당선인이 2일 오전 수원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에게 손하트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이날 오후 인천 계양구 선거캠프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 10개를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다른 이재명계 핵심 의원도 “이 의원이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당의 전면에 서서 쇄신과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며 “자성하는 모습을 통해 비판 여론을 잠재운 뒤, 쇄신을 기치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당파들은 격렬하게 맞붙을 조짐을 보이는 양 계파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에도 ‘졌잘싸’를 주장하며 ‘쇄신의 대상’인 분이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하면 2년 뒤 총선도 이번 지방선거처럼 될 것”이라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반면 이상민 의원은 “책임질 일은 책임지워야 한다. 하지만 억지 쓰지 말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진 말자”고 지적했다. 친문재인계를 꼬집은 것이다.